마케터가 알아야 할 유튜브 최소 상식
마컴팀 X팀장은 속이 탄다. 이번 회의는 그냥 배석만 하면 되는 자리였는데.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간 건데 분위기가 묘하게 흐른다. 매출이 잘 안 나오는 게 마케팅이 약한 탓이라며 온 시선이 자신에게 쏠렸기 때문이다. 그게 왜 마케팅 때문인가. 상품이 후지니까 반응이 없지...라고 생각하던 찰나! B 상무의 말이 쐐기를 박는다.
“유튜브만 봐도 그래요. 아니 경쟁사는 올렸다 하면 조회수가 수백만씩 빵빵 터지던데 우린 영…”
싸해지는 분위기. 모두들 무언의 동조를 하며 쏘아보기 시작한다. 무엇인가 문제가 생겼다면 그에 대한 책임질 사람이 필요하다. 아무래도 오늘의 희생양은 P팀장이 되는 걸까. 장작을 모아 모닥불을 피우고. X팀장을 꼬치에 꽂아 제사를 드리면 오늘 하루는 무사히 넘기게 될 것 같다. 물론 당사자로선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지만 말이다.
예전엔 임원들이 유튜브에 광고하는 것 자체를 못 미더워했는데, 요즘엔 그렇게 챙겨들 본다. 골프 자세도 유튜브로 찾아보고, 주식정보도 유튜브로 찾아보니 말 다했다. 50~60대의 유튜브 시청시간이 크게 늘었다던데. B 상무도 그 통계에 기여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어쨌든 불만을 갖는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 광고는 조회수가 빌빌 거리는 게 영 고객 반응이 안 좋다는 거다.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할까. X팀장은 정신을 차리고 얽힌 실타래를 풀듯 침착하게 한 마디씩 이어가려고 한다. 그렇게 면죄부를 받을 수 있을까. 마침내 X팀장이 입을 열었다.
“조회수요. 그거 별거 아니에요. 1000만 뷰? 저희도 당장 며칠 안에 가능해요. 너무 쉬워요.” 회의실에 참석한 사람들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뜬다. 안경을 고쳐 올리는 B 상무도 마찬가지. 너무 쉽다니 대체 그게 무슨 말일까.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 원형탈모가 오더니. 이제는 머리털과 함께 정신도 가출한 걸까.
X팀장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튜브 조회수에 담긴 비밀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흔히 유튜브 영상을 보면 영상 하단에 나오는 조회수에 대한 얘기다. 우리는 그걸 보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이 영상을 봤다고 판단한다. 그 말은 명백한 사실이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은밀한 로직을 숨겨두고 있다. 오늘 바로 그 얘기를 해보려 한다.
먼저 조회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애드뷰>와 <오거닉뷰>의 개념부터 알아야 한다. 그렇다는 애드뷰는 뭐고 또 오거닉 뷰는 뭘까?
애드뷰는 나 같은 기업의 마케터가 광고비를 집행해 획득한 조회수를 말한다.
그러니까 아마도 여러분들이 유튜브 사이트에서 ‘진용진의 그것을 알려드림’을 보고 싶어 썸네일을 탁 하고 클릭했는데 갑툭튀처럼 뿅 하고 나오는 광고가 있다. <5초후 영상재생> 버튼이 만들어지는 뭐 이런 달갑지 않은 상황 익숙할 것 같다.
이런 맥락 없는 이벤트는 바로 나 같은 마케터가 만들어낸 의도적 상황이다. 특별히 악의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닌데, 열심히 하려다 보니 결과적으로 그리 돼 버렸다. 이 자리를 빌려 심심한 사과를 드리지만 그래도 나 같은 마케터 덕분에 인기 유튜버들이 낭낭한 환경에서 꿀잼 영상을 만든다고 봐주면 어떨까.
* 잘 나가는 유튜버들의 추정 수익(출처: 포브스) / 1위는 무려 97억! ㄷㄷㄷ 꼴 비기 싫은 광고지만 이런 리워드를 받쳐주고 있는 토양 같은 거라고 봐주시면 어떨까 ^^;;
어쨌든 그렇게 눈앞에서 막 돌아가고 있는 광고가 여러분의 눈과 귀를 현혹한다. 그러니까 이를테면 미녀 가수가 초특가라며 나를 ‘야야야’라고 부르며 춤을 춘다거나. 우리가 어떤 민족이냐며 닭을 튀기는 모습을 하필 공복에 보여준다. 그렇게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보게 만든다.
그러다 30초가 쓱 지나버리는 순간! 바로 이 결정적 순간에 유튜브 '애드 뷰'는 1이 추가된다.
결정적 순간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이 30초를 기점*으로 마케터는 구글에 광고비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만약 여러분들이 30초 전에 스킵 버튼을 무자비하게 눌러버린다면 과금은 되지 않는다. 마케터는 구글에 광고비를 내지 않고, 조회수 +1 이 되는 상황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 여기선 스킵광고(트루뷰 인스트림 광고)를 기준으로 설명했다. 유튜브 광고 상품은 다양하게 존재 하는데, 다음 글에서 대표적인 상품들을 정리해 뒀다. https://brunch.co.kr/@suski/143
결국 애드뷰는 쉽게 말해 돈을 주고산 조회수라는 말에 가깝다. 여기서 ‘가깝다’는 표현을 한 것은 시청자들의 자발적인 시청 의지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즉, 광고주가 시청자에게 강제 노출하는 시간은 6초뿐이다. 그 후 고객은 어제든지 스킵 버튼을 누를 수 있다. 30초 이전에 눌렀다면 조회수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결국, 이론상으로는 3일에 100만 뷰가 아니라 1시간에 100만 뷰도 가능하긴 하다. 곳간에 있던 돈을 계속 풀기로 마음먹기만 하면 말이다.
오거닉 뷰는 애드뷰와는 달리 돈을 쓰지 않고 순수하게 고객의 자발적 의지로 영상을 시청한 수치를 말한다.
이는 검색을 통해 해당 영상을 찾아봤거나, 연관 동영상으로 노출된 영상을 클릭해서 본 수치다. 어쨌든 누군가가 노출을 강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애드뷰와 결정적인 차이를 갖는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유튜버들이 유튜브 노출 알고리즘에 올라타 자신의 영상이 노출되길 원하고 있다. 관련 영상으로 썸네일 노출이 되지 않으면 실상 검색으로 자신의 영상이 노출되긴 어렵기 때문이다. 오거닉 뷰는 그렇게 다른 유튜버들의 영상과 노출 경쟁을 하며 마침내 시청자 앞에 짠 하고 나타나 시청자의 선택을 받은 수치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것 하나! 기업이 만든 영상의 애드뷰와 오거닉뷰의 비중은 얼마나 될까?
단순 광고성 영상이냐 브랜디드 컨텐츠냐, 연예인이 출연했냐 안했냐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단순 광고 영상의 오거닉뷰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온갖 재미와 의미와 정보를 한데 끌어 모은 영상이라 할 지라도 기업 채널에 업로드한 광고 영상의 오거닉뷰 비중은 10% 미만이다. 아니, 고해성사하는 마음으로 고백건대, 1% 미만이라고 하는 게 훨씬 현실에 더 가깝겠다.
참담한가? 아니다. 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유튜브가 만들어낸 알고리즘 안에서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다. 결국 게임의 룰을 알고 이것을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반대로 우리가 푸시하길 원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애드뷰 정책을 이용해 얼마든지 원하는 타깃에 우리 메시지를 노출할 기회를 ‘구매’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일종의 ‘현질’이라고 보면 될까? 물론 짜릿한 현질 뒤에 오는 혹독한 비용 청구서는 감당해야 하지만 말이다.
정리해 보면 이렇다.
애드뷰는 시청자에게 6초간 강제 노출을 해서 그걸 30초까지 봤을 때 카운트되는 수치다. 오거닉뷰는 고객이 찾아서 봤든 추천 영상으로 봤든 어쨌든 시청자가 능동적이며 자발적으로 시청했을 때 카운트되는 수치다.
결국 우리들이 영상 하단에 보게 되는 영상 조회수는 <애드뷰>와 <오거닉뷰> 이 둘을 합친 것이다.
그럼 여기서 이런 질문은 어떨까.
“요즘 한창 이슈인 엠뷸런스 블랙박스 영상 봤어? 조회수가 벌써 200만이 넘었어.” 이렇게 말하는 발랄한 친구가 있다고 하자. 이때 그 친구가 말한 ‘조회수’는 오거닉 뷰일까 애드뷰일까? 그걸 합친 수치 일까? 친구는 놀라서 물었으니 당연히 오거닉뷰라는 전제하에 말을 한 것이다. 기업 브랜드 영상이 아닌 이상 그런 전제가 틀릴 일은 거의 없다. 당연히 오거닉뷰란 말이다.
그렇다면 기업 광고나 브랜디드 컨텐츠의 경우는 어떨까. 굳이 브랜드를 노출하지 않은 브랜디드 컨텐츠의 경우는? 마케팅을 하고 싶은 스폰서가 있다면 그 조회수는 애드뷰가 포함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
조회수 관련 이런 논란도 있었다.
불과 작년(2019년) 까지만 하더라도 유튜브 뮤직 차트에 광고로 조회수를 올린 가수들이 상위 랭크되는 일이 많았다. 이에 팬들은 강력하게 반발했고, 유튜브는 결국 광고 집행을 통한 조회수(애드뷰)는 순위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조회수가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문제제기에 유튜브 측이 수긍하고 그에 대한 조치를 한 것이다.**
** 관련기사
그렇다면 기업 마케팅의 경우는 어떨까.
기업 마케팅도 광고를 통해 고객에게 노출하고 조회수를 높이는 게 공정하지 않은 걸까. 치팅일까. 인터넷 환경을 어지럽히는 어뷰징일까. 인스타그램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유령 팔로워를 돈 주고 산 것 같은 편법 일까.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광고비를 왕창 준비해서 세상의 모든 고객에게 다 노출한다 할지라도 모든 고객이 그 영상을 30초도 보지 않고 스킵 버튼을 눌렀다면 조회수는 0이다.
그러므로 이건 음식에 감칠맛을 더해, 먹는 즐거움을 저렴한 가격으로 빠르게 배가 시키는 MSG가 인류에게 해악인가 아닌가에 대한 물음만큼이나 어렵고도 심오한 문제다.
그보다 나는 여기서 구글의 비즈니에 대한 혜안을 발견한다.
구글은 영상 하단에 노출되는 <조회수>에 굳이 애드뷰를 빼지 않는다. 아니 의도적으로 애드뷰를 합쳐 놓는다. 바로 이게 포인트다. 결국 그렇게 해서 일반 시청자들이 당연하게 가지고 있는 ‘조회수=오거닉 뷰’라는 인식 파고든다.
거침없이 그 맹점을 노린다(봤나? 비즈니스는 이렇게 하는 거다. 그들의 혜안에 박수를 짝짝짝)
결국, '조회수=오거닉 뷰'라는 전제를 깔고 본다면, 애드뷰를 통해 조회수를 있는 힘껏 높인 영상은 소위 핫한 영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어쨌든 굳이 애드뷰를 빼지 않으므로써 광고주는 편승효과를 누릴 수 있다. “우리 영상이 이렇게 대세야. 적어도 천만명이 본 영상이야.” 이런 말을 할 수 있다. 그 수치를 또 마케팅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기자들은 화제성 있는 기사를 쓸 수 있다. "3일 만에 100만 돌파!", "1000만 명이 본 화제의 영상!"이라는 말머리를 달 수 있다.
* 유튜브 조회수에 대한 기사 / 조회수=오거닉뷰라는 인식을 파고드는 기사들. 분명 거짓말을 하고 있는 기사는 아닙니다. 조회수가 높다는 '팩트'를 말하고 있으니까요.
실제로 ‘강남스타일’이 1억 뷰를 돌파했을 때 얼마나 많은 기사들이 쏟아졌나. 그럼 "그때는 오거닉뷰고 지금은 애드뷰다"라고 말해야 할까. 글쎄. 아무튼 시청자들은 “저 영상이 무려 1000만 뷰 넘게 본거야. 뭔가 호기심이 가는데?” 이런 생각으로 나도 모르게 클릭을 했을 수 있다.
파티장에서 모두들 행복하고 즐겁게 춤을 추듯. 누군가 틀어놓은 음악에 맞춰 모두들 만족스럽게 각자의 방식으로 파티를 즐길 수 있다. 누군가는 속으로 여긴 술값이 생각보다 비싸네. 음악이 별로인데?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말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유튜브 조회수를 바라보자. 우리가 보는 영상 조회수는 그리고 조회수를 자축하는 기사들과 지표들은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 걸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저기 보이는 영상의 조회수가 몇이냐는 것보다 바로 이러한 구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이다. 마케터로서 말이다. 판은 구글이 깔아 줬으니 그 판에서 춤을 추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든 양껏 취하든 어떻게 활용할까는 온전히 우리들의 몫이다. 내가 유튜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이유이기도 하고 말이다.
아, 그래서 X팀장이 회의실에서 무슨 말을 했을까. 바로 애드뷰와 오거닉 뷰에 대한 얘기를 했을 것 같다. 그런데 곧장 이어지는 질문 세례가 있지 않았을까? 그럼 조회수가 아닌 무엇을 봐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X팀장은 이 난관을 어떻게 풀어 갈까. 효율성과 효과성에 대한 얘기가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이 부분에 대해선 특히 할 얘기가 많으니 그 이야기는 다음장에서 차차 풀어가 보도록 하겠다.
p.s. 조회수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대한 말을 좀 더 하자면, 실은 조회수만 보고도 경쟁사의 매체비 지출 내역서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과 같다. 어디에 얼마큼 힘을 쓰고 있는지. 훤히 나온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올 수 있으니 이 부분은 나중에 꼭 다뤄 보도록 하겠다.
그리고 이건 꼭 기억해 줬으면 한다. 구독과 좋아요는 사랑이라는거♥
[ 세줄 요약 ]
유튜브 조회수는 <애드뷰>와 <오거닉뷰>의 합.
<애드뷰>는 돈을 주고 획득 가능하고, <오거닉뷰>는 고객이 자발적으로 찾아 보게 해야함.
여기서 중요한 건, 애드뷰와 오거닉뷰가 돌아가는 구조를 알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전략을 짜는 것!
/ 다음 편 계속 /
P.S. 오늘은 이 시대에 가장 핫 한 브랜드인 <파타고니아>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하는 방식을 소개한다. 대선을 겨냥해 "Vote the assholes out" 이라고 말하는데, 번역하자면 "10새들을 투표로 쫓아버리자" 정도? ㅎㅎ 참고로 아래 이미지는 그냥 광고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 판매용 옷에 붙어있는 문구다. 아, 이 매력 어쩔! 당장가서 하나 사오고 싶..ㅋ 2016년 18~29세 미국인의 투표율은 고작 46%였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과연 높아질 수 있을지. 파타고니아와 함께 관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