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를 위한, 유튜브 광고 상품 총정리 편
일을 하다 보면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고객은 내예상과 완전히 다르게 반응하기도 하고 진실이라고 믿었던 공식이 뿌리째 흔들리기도 한다. 특히나 종잡을 수 없는 사람들의 마음에 대고 뭔가를 자꾸 호소해야 하는 마케터에게 이런 일은 예고도 없이 들이닥친다. 유튜브 광고를 한창 집행하던 어느 여름날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우리 팀에 새로 합류하게 된 Z 매니저가 탕비실에서 커피를 내리던 나를 붙잡고 물었다.
“차장님, 우리는 항상 '스킵 광고(트루뷰 인스트림)'만 하잖아요 '범퍼 광고'는 왜 안 해요? 그거 좋아 보이던데.”
“응? 갑자기?”
본인이 볼 때 6초짜리 '범퍼 광고'들이 많이 나오던데, 왜 우리 회사는 나오지 않냐는 물음이었다. 사실 어떤 상품을 집행할지에 대해서는 한차례 검토가 끝난 상황이라 그에 대한 대답을 해주긴 어렵지 않았다.
“범퍼 광고는 6초로만 만들 수 있잖아. '스킵 광고'는 30초 전까지는 과금이 안돼. 그러니까 어차피 29초 까지는 공짜로 고객한테 보여줄 수 있는 건데, 굳이 6초만 보여주면서 광고비를 낼 필요없지 않을까?”
그랬다. 굳이 6초만 보여주면서 광고비를 꼬박꼬박 낸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사실 유튜브 광고를 희망하는 광고주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광고 인벤토리가 부족 한 것 같았는데. 이런 상황에서 구글이 세일즈를 위해 만든 상품 아닌가 라는 의구심도 있었다. 그래서 별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었던 터다.
“그러네요. 그럼 15초 동안 스킵 못하는 광고도 있던데. 이건 어때요?”
내가 건넨 커피 캡슐로 본인 커피를 내리며 Z매니저가 물었다.
“음… '논스킵 광고'는 나름의 강점이 있는 것 같아. 크리에이티브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15초 동안 꼭 노출해야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그건 해볼 만할 것 같은데?”
그녀의 질문은 예상을 벗어나는 질문은 아니었고 상품에 대한 일반적인 물음이었다. 매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은 마케터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니까 관심을 갖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데 있었다. 실은 내 의견 중 완전히 잘못된 부분이 있었다는 거다.
고객 조사 결과를 확인하고 나서야 광고 상품 특징이 내 예상과 전혀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알았다.
첫째로 '범퍼 애드'는 고작 6초 동안 우리 광고를 노출할 뿐이지만 '광고 회상’ 면에서 '스킵 광고'보다 더 좋은 효과가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우리의 광고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러운 스토리가 필수고, 그 스토리 안에 메시지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여내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했다. 실은 업계에서 통하는 정석과도 같은 방법이다.
그러나 고객이 우리 광고를 인지 하느냐의 문제만을 놓고 봤을 때, 굳이 자연스럽지 않아도 오케이라는 결론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긴 광고나 하고 싶은 말을 맥락 없이 짧게 던지는 광고나 기억하기는 둘 다 비슷비슷 하다는 것이다. 수많은 광고가 태어났다 사라지지만 진짜 비극은 그런 광고가 세상에 있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 상황만큼이나 힘 빠지는 일은 없다. 그러니까 그냥 6초 안에 하고 싶은 말만 굵고 짧게 빡! 하는 것도 인지도 측면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말은 다소 고무적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굳이 길고 긴 스킵 광고를 고집할 필요가 있나?
둘째로 '논스킵 광고'는 15초 동안 강제 노출이 가능하니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전할 수 있어 다소 집행해 볼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도 반대였다. 고객은 강제 노출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생각보다 더 컸다. 아무리 타겟팅을 견고하게 해서 관심이 있을만한 사람한테 광고를 노출한다고 해도 광고는 광고였다. 그러니까 보기 싫은데 억지로 보여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조사는 보여 주고 있었다. 사랑 고백이 스토킹으로 변하는 건 순식간이다. '논스킵 광고'를 집행할 때는 훨씬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 그래프 ] 광고 유형별 고객 선호 조사 결과 (혹시 논스킵 광고를 집행하려고 계획 중인 가요? ㅋㅋㅋㅋ)
물론 위와 같은 고객 반응은 광고의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광고 목적이 신규 브랜드 런칭에 따른 ‘브랜드 인지’ 제고에 있는 경우, 인지 효과가 좋은 '범퍼 광고'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제품 설명이나 서비스 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예시를 보여줘야 하는 광고는 시간을 무제한으로 활용할 수 있는 ‘스킵 광고’가 유리한 것이다. 15초 논스킵광고도 어떤 크리에이티브를 사용했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세상 모든 것을 다 정확히 예측해 판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만 진짜 최악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다.
이 글 처음에 등장하는 내 모습이 딱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그때만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 거리며 자꾸 Z매니저 를 보기 민망해진다. 광고 집행이 루틴화 되면서 뭐든 미루어 짐작하던 모습. 각 상품들이 어떤 특징이 있는지 모두 다 알고 있다는 자만은 부메랑이 돼 예상치 못했던 결과로 언제든지 뒤통수를 칠 수 있다는 걸 알았다는 게 수확이라면 수확일까.
마케터가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 이제부터 유튜브 동영상 상품중 대표적인 것 5개를 살펴보고자 한다.
광고 상품들은 각기 특징도 다르고 게재 위치도 다르다. 때문에 찐마케터라면 각 상품들의 특징을 모두 머릿속에 빡! 넣어 두고 적재적소에 사용해야 한다. 물론 예산 폭주와 함께 5가지 상품을 모두 다 사용하며 캠페인을 축제처럼 화려하게 구성할 수도 있지만, 보통 1~2개의 상품을 주로 사용하게 된다. 대표적인 게 스킵 광고(트루뷰 인스트림 광고)와 범퍼 광고다. 그래도 이번 장에서는 유튜브가 제공하는 광고 종류 5가지 모두를 살펴보자. 그리고 상상해 보자. 우리 브랜드는 어떤 광고 상품으로 이쁘게 포장할 수 있을지 말이다.
*유튜브 공식 사이트에선 ‘건너뛸 수 있는 동영상 광고’라고 한글 표기를 하지만, 이 글에선 편의상 ‘스킵 광고’라고 하겠다.
시청자가 유튜브 영상을 플레이할 때, 영상 전후 또는 중간에 롤링되는 광고다. 5초간 스킵할 수 없으며 5초가 지나고 나서부터는 스킵할 수 있다. 5초 후 건너뛰기 팝업이 등장하는 바로 그 광고이며, 유튜브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아마도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광고다.
게재할 수 있는 광고의 길이(러닝타임) 제한이 없다는 점이 광고주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광고가 점점 콘텐츠화되어가는 세상에서, 길이 제한이 없는 이런 형태는 광고주에게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청자가 30초 이상 시청하지 않고 스킵해 버린다면 광고비를 내지 않아도 되는 파격적인 과금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쉽게 말해 30초까지는 공짜로 광고를 틀 수 있는 것이다. 물론 30초 이내에 스킵해 버리는 고객이 많다면 우리가 애써 만든 광고가 그만큼 매력이 떨어진다는 말이 된다. 그러므로 공짜 광고 많이 했다고 물개 박수 칠일은 아니다.
따라서 이 상품을 선택해 집행할 때는 광고 초입에 고객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해 영상을 오래도록 시청할 유인동기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10명 중 8명이 불꽃 클릭으로 30초 이내에 빠져나가버린다는 통계도 있으니 그게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 유튜브 공식 사이트에선 ‘건너뛸 수 없는 동영상 광고’라고 한글 표기를 하지만, 이 글에선 편의상 ‘논스킵 광고’라고 하겠다.
위 광고와 마찬가지로 영상 시청 전후 또는 중간에 롤링된다. 그러나 15초 동안 스킵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게재할 수 있는 광고 영상의 길이 또한 15초 이내로 제한된다. 앞의 광고가 사실상 길이 제한이 없다는 점과 크게 비교되는 부분이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성심과 성의를 다해 만든 광고가 스킵되지 않고 고객 눈앞에 강제로 플레이된다는 점이 상당히 만족스럽다. 꼼짝도 못 하고 우리 광고를 보게 될 시청자를 생각하면 뭔가 마초적인 미소가 만들어진다. 이런 광고는 흥미로운 크리에이티브 구성이 어려운 광고나 어렵고 딱딱한 메시지를 전달해야만 하는 광고에 적합하다.
문제는 15초 동안 스킵할 수없다는 점 때문에, 상품 가격이 위의 ‘스킵할 수 있는 광고’보다 일반적으로 비싸다. 통상 50~60% 정도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두 광고의 과금 방식이 다르기도 한데, 그 부분은 별도의 장을 구성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범퍼 광고 역시 광고 게재 위치는 동일하다. 영상 시청 전후 또는 중간이다. 그러나 게재할 수 있는 광고의 길이는 6초 미만이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물론 6초 동안 스킵할 수 없다. 짧고 임팩트 있는 메시지를 통해 고객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 광고 집행에 적합한 상품이다. 통상 신규 브랜드나 신규 상품 런칭시 인지도 확보를 위해 범퍼 광고를 사용하는 편이다.
과금은 광고가 노출될 때마다 되는데, 여기서 눈치 빠른 독자라면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느꼈을지 모르겠다. 가장 첫 번째로 소개한 ‘스킵할 수 있는 광고’도 6초 동안 스킵할 수 없고 과금은 30초 기준으로 되는데, 굳이 6초짜리 과금 상품을 선택할 필요가 있을까. 뭐 이런 생각을 했다면 당신은 프로 일잘러.
그렇지만 범퍼 광고는 6초라는 살벌하게 짧은 시간 동안 우리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임팩트 있게 구성한다는 점이 다르다. 보통 신규 브랜드나 상품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한다. 상품의 ‘브랜드’ 만이라도 짧고 강렬하게 남기기 위함이다. 흥미로운 것은 구글에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범퍼 광고의 광고효과가 ‘스킵 광고’ 효과보다 결코 낮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오히려 더 높은 경우도 나타난다. 무조건 길게 노출하는 게 좋은 게 아닌 것처럼, 광고 상품은 전략에 따라 최적안을 찾는 게 중요해 보인다.
동영상 디스커버리 광고는 추천 영상, 검색 결과, 관련 동영상의 일부로 나타나게 된다. 그러니까 엄지 손가락으로 유튜브 피드를 휙휙 넘길 때 중간중간 새치처럼 숨어있는 광고다. AD표시가 있긴 하지만, 마치 내가 찾고 있는 영상 중 하나인듯한 묘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광고라고 하면 질색팔색 하면서 스킵 버튼을 폭풍 클릭하는 새침한 고객의 입장을 생각해 볼 때, 이 광고의 특징은 광고주에게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는 썸네일 한 장면 만으로 고객의 흥미와 관심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광고에 적합한 상품이다. 예컨대 엄지 손가락으로 피드를 주르륵 넘기는데, 동네에서 부담 없이 만날 친구를 찾지 않느냐며 부지불식간에 내 시선을 사로잡는 뭐 그런 광고 말이다. 물론, 노출된 순간에 바로 과금이 되는 구조이므로 가격 효율성을 잘 따져서 집행해야 한다.
마스트 헤드 광고는 유튜브 홈 피드 상당에 노출되며 동영상은 자동 플레이된다. 유튜브에 접속한 이상 그 누구도 피해 갈 순 없는 강력한 상품이다. 네이버 메인 배너 정도와 비교될 수 있을까. 유튜브의 접속자 수가 곧 노출 수가 될 것이고, 요즘처럼 유튜브 사용자가 늘어나고 체류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상품의 매력도는 더 올라갈 예정이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가격도 깜짝 놀라게 증가해 왔다. 보통은 일단위 예약방식을 통해 하루 종일 노출하는 상품으로 판매 중인데. 기업들에게 어찌나 인기가 많은지 보통 몇 개월 전에 구매를 해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다. 항상 쪽대본에 시달리는 드라마 촬영 현장처럼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우리 업계에서는 사실 입맛만 다시고 거의 시행해 본 적 없는 상품이다. 단기간에 광대한 타깃 군에 프로모션 내용을 알리거나 신규 런칭한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적합하다.
지금까지 유튜브 광고 5 총사에 대해서 알아봤다. 구글에서는 특별히, 위의 상품들을 적절히 섞어서 캠페인 구성하라고 말한다. 각각의 상품들이 장단이 있으니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예컨대, 스킵 광고는 범퍼 광고와 <순차 구성>을 통해 함께 집행했을 때 분명히 효과가 더 좋다.
아래는 구글에서 진행한 관련 실험과 그에 대한 결과를 정리한 내용이다.
우리가 그 모든 걸 미리 알고 대처할 순 없지만. 우리가 조금 더 알수록 광고의 효과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는 방증이다. 한정된 예산과 말도 안 되는 일정, 담벼락 같은 보스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더 알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P.S. 얼마전 새로나온 Adobe 광고. 보고 있으면 우와 우와 하는 감탄과 함께 막 빨려 들어간다. 누가 편집했는지 수소문해서 우리 광고 후반 작업 의뢰하고 싶음ㅎㅎ
https://www.youtube.com/watch?v=FfSnJdpFBb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