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출신 작가인데, ‘블링크’, ‘티핑포인트’ ,’아웃라이어’ 등 쓰는 책마다 글로벌하게 대박을 낸다. 나도 책을 몇 권 썼지만 감히 같은 작가의 범주에 넣기에도 황송한, 작가계의 BTS 같은 사람 아닐까. 아무튼 그가 쓴 책들은 모조리 빠짐없이 줄 치면서 읽었는데, 그중 유난히 재밌게 본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책이 있다. 어쩐지 성경 동화 같은 몽글몽글한 제목과 달리 실제 내용은 상당히 공격적인 경영서이다.
말콤 글레드웰. 내 최애 작가 중 한 명인데, 외모는 음... 캐릭터처럼 생겼다
책에선 강자에게 맞선 약자들을 통쾌한 사례들이 등장한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약자들의 기막힌 역전승이 만들어 내는 짜릿함! 그게 바로 이 책의 묘미다. 말콤 글레드웰은 이 책에서 약자가 승리하기 위해 절묘한 승리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건 바로 강자가 만들어 놓은 기존의 규칙을 따르지 않고, 강자에게 불리하게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규칙을 찾아 역습하는 전략이다.
예컨대, 다윗은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근접전을 피한다. 대신 말단 비대증을 앓고 있어 시력이 나쁜 골리앗의 먼발치에 선다. 그리고 새총처럼 강력한 물맷돌로 거인 골리앗의 머리통을 명중시킨다. 당시의 이런 물맷돌의 파괴력과 살상력은 실로 어마 무시해서 실제 정규 전투에서 투석병들이 사용한 공격 방식이라고 한다. 약자의 통쾌한 역전승은 이런 사례 말고도 얼마든지 많다. 자신에게 불리한 고지를 역이용해 버리는 그런 사례 말이다.
실은 이 책뿐만 아니라 이런 속 시원한 광경은 우리 주변에도 있다. 거대한 강자를 상대로 스멀스멀 고개를 들고 승리하는 약자들이 있다는 말이다. 특히 유튜브라는 전쟁터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거대한 자본과 우수한 인력으로 무장한 기업들을 상대로 훌륭히 맞서 싸워 나가고 있는 '소소한 브랜드 채널'이 대표적인 사례 아닐까. 유튜브라는 전쟁터는 강자에게 불리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는, '강자의 딜레마'가 극대화되는 장이기도 하다. 거대한 기업의 정제된 채널일수록 노잼으로 외면받기 일쑤이니 말이다. 그래서 어쩌면 작은 브랜드 채널이 거대 브랜드 채널과 오로지 실력으로 맞짱뜰 수 있는 곳이 또 유튜브 이기도 하다.
그래서다. 요즘 흥미롭게 보고 있는 브랜드 채널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약자이면서 알토란 같이 승리를 챙겨 먹고 있는 채널들을 본다면 뭔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팍팍한 기업 채널을 운영하는데 돌파구를 찾게 될지도 모른다. 앞선 글에서 나는 유튜브 기업 브랜드 채널을 소개했었다.
이번 편에서 소개할 채널들은 앞서 소개한 기업 채널에 비해 운영상 유리한 점이 있는 채널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마케팅은 어떤 식으로 해야 할지 분명한 인사이트를 준다. 다른 채널이 갖지 못한 특별함이 있다. 마케터가 벤치마킹해야 할 요소들을 아주 듬뿍 담아두고 있다. 이게 진짜 중요한 부분이다. 특별히 나는 이들 채널을 이름하여 ‘스스로 브랜드가 될 채널’이라고 칭해봤다. 이들 채널의 운영자들 모두 착실하게 팬들을 모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스스로 브랜드가 된 채널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강자를 상대하고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이기고 있을까. 몸에 좋은 약 잘 다려 먹듯, 눈을 크게 뜨고 꼼꼼하게 살펴보자.
마케터라면 꼭 봐야 할 채널! 3개 소개
1) MoTV
이 채널은 대기업 디자이너 출신 ‘모춘(채널 운영자이자 출연자)'이 회사를 퇴사하면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그가 본인만의 브랜드 만들고 스타트업을 꾸려가는 이야기를 담는다.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옷이라는 컨셉으로 본인이 디자인한 후드티를 판매하기도 한다.
진짜 흥미로운 건, 처음 스타트업을 시작하면서 무슨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지, 로고는 어떻게 할지, 어디에 사무실을 얻고 누구와 함께 일할 것인지에 대한 모든 과정을 영상으로 다 담는다는 것이다. 당연히 계획했던 일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때로는 표류하고 때로는 괴로워한다. 그리고 이런저런 문제들에 봉착한다.
이때마다 모춘은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일종의 멘토를 찾는다. 배달의 민족 장인성 상무를 만나기도 하고, 프릳츠 김병기 대표를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이 알고 지낸 선배도 만나고 후배들도 만난다. 중간중간 '느슨한 연대'를 표방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콜라보를 하기도 한다.
이게 일이라기보다는 맘 맞는 사람과 함께 하는 깜짝 프로젝트 같다.
그렇게 답이 없을 것 같던 문제는 어찌어찌 또 해결이 되고 새로운 직원들도 합류하게 된다. 그 사이 회사는 조금씩 성장해 가고 브랜드는 그럴싸한 모습을 갖춰 간다. 어떤 사람의 일하는 모습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을까? 한 편의 잘 짜인 성장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이런 이야기를 꾸준히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 틈에 '모춘' 대표를 응원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 틈에 이 브랜드가 좋아진다. 나처럼 느끼는 사람이 많아서일까. 첫 번째 쇼케이스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줄을 섰다. 행사 첫날에만 무려 천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MoTV를 꾸준히 보고 있으면 떠오르는 사람이 한 명 있다. 빈티지 안경 브랜드 ‘프레임 몬타나’를 론칭한 ‘몬타나 최’다. 그는 안경과 관련된 자신의 이야기를 인스타그램에 차곡차곡 포스팅한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안경 브랜드를 론칭하고 대박을 터트린다. 온라인 오픈 당일 1시간 30분 만에 3억 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한 것이다. 훨씬 더 많이 알려지고 더 많은 광고를 해오던 브랜드도 있었을 텐데. 대체 몬나타최가 만들어내는 브랜드는 뭐가 다르기에 이런 성공이 가능했을까. 그의 인스타를 꾸준히 팔로워해온 나로서는 그의 브랜드에 동의하는 팔로워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추구하는 가치와 상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이미지에 동의하는 팔로워들이 브랜드의 성공을 콘크리트처럼 지지해 주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 ‘몬타나 최’ 관련기사 - “빈티지 안경 수집광 취향 살려 브랜드 출시 큰 인기 몬타나 최”
MoTV는 몬타나 최의 유튜브 버전 아닐까. 아직은 어설프지만 성공을 향해 성큼성큼 가고 있는 현재 진행형 버전을 보고 있노라면 어쩐지 팬심에 흐뭇해진다. 프레임 몬타나도 그렇고 MoTV도 그렇고 이 둘의 채널을 보고 있노라면, 요즘 마케팅은 어찌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일단은 우리 브랜드를 사람들이 좋아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조금 미숙하지만 우리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우리가 성장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첫걸음 아닐까. 그렇게 회사가 추구하는 철학과 방향성, 그리고 브랜드가 만들어 가는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나야 하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브랜드는 고객과 끈끈한 사이가 된다. 그게 바로 마케팅의 본질 아닐까 싶다. 결국 이 모든 상황 속에서, 기업의 상품들은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해 보인다.
상품과 마케팅 그리고 브랜딩.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후인지 고민해 보라는 메시지를 모티비는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이 채널이 흥미로운 건 평범한 회사원인 “개인”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사실 MBC라는 거대한 미디어 기업이 운영하는 채널이라는 점이다. 영상만 보면 지극히 사적인 개인의 얘기들로 꽉꽉 채워져 있어, 마치 개인이 운영하는 채널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눈에 띄는 영상미는 물론 그에 딱 맞는 감성 뿜뿜 BGM, 그리고 적재적소의 자막과 균형 잡힌 폰트까지. 게다가 DI라는 고가의 색감 보정까지 착실하게 해내 한 편의 완성도 높은 영상으로 만들어져 있다. 프로가 만들면 확실히 다르다는 걸 증명하듯, 무심한 듯 보이지만 결코 무심하게 만들어질 수 없는 고퀄 영상인 것이다.
알고 보면 영상의 주인공도 MBC PD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상에 진실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방송사에서 철저하게 기획해서 시작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개인이 미친척하고 시골 농가주택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심지어 PD의 아버지까지 등장해 갑자기 시골살이를 하게 된 이야기를 듣는다. 물론 아버지는 대단한 충격을 받지만, 이처럼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와 진신성은 이 채널의 아이덴티티가 된다. 기성 매체를 운영하고 있는 방송사에서도 유튜라는 거대한 물결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가 싶더니, 조금씩 어떻게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지 느끼고 있는 듯하다. 조금씩 감을 잡아가는 것 같다.
유튜브는 그간 잘 먹였던 지상파 방송의 문법이 통하지 않는다. 훨씬 더 개인적이고 훨씬 더 나이브한 목소리들이 넘쳐 난다. 때문에 거대한 골리앗과 같은 기존 미디어 채널과 1인 유튜버가 맞붙어 고객의 초이스를 받기 위해 경쟁할 수 있다. 지금까지가 유튜버들의 개인역량에 의존한 일방적인 독주가 이어졌다면. 기존 미디어 업체들은 끊임없이 부서지고 꺠지면서 이제 조금씩 다윗의 문법을 익혀가고 있는 것 아닐까. 훨씬 더 개인적이고 훨씬 더 솔직 담백한 목소리를 담아, 유튜브식의 목소리를 이렇게 내고 있으니 말이다.
* 오느른 - ”EP 15.ㅣ4500만원짜리 시골집을 샀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농약을 치고 있습니다”
거기에 영상과 음악이라는 전문가들의 터치가 더해진다면, 확실히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이런 얘기에 동의하는 이들이 많았던 걸까. 오르는 채널은 얼굴 한번 알려지지 않은 회사원 PD가 혼자서 이끌어 가지만 팔로워는 순식간에 20만 명을 돌파한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아마도 더 많고 다양한 오느른 채널이 생겨나지 않을까.
기업 마케터라면 이런 MBC의 작은 성공을 눈여겨 볼만하다. 기존의 문법을 파괴하고 대체 이게 뭐지 싶은, 그러면서도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한 오느른 채널. 기업 채널 또한 기존의 문법에 얽매이며 제자리에 있다면 아직 오느른 채널을 시작하지 못한 다른 방송사와 다를 게 없다.
3) 충TV (충주시TV)
이 채널은 충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이다. 공공기관 특성상 홍보 채널이 이슈 되기 쉽지 않은데, 이 채널만큼은 예외다. 실제로 지자체 유튜브 채널 중 팔로워가 가장 많다고 한다. 아니 대체 왜 공공기관 채널을 보지? 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이 채널은 확실히 ‘재미있기’ 때문이다. 결코 재미있을 수 없는 지자체 홍보 내용일 게 뻔한데, 이상하게 재미있다.
예컨대, 먹방을 하는데 충주 하수처리장 앞에서 (하수와 비슷한 색깔이 나는) 하이라이스를 먹는 방송을 한다(약간 엽기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웃음이 피식 나온다). 또 공무원들은 민원인이 전화하면 왜 이렇게 전화를 돌릴까, 공무원 한 사람 부리는데 세금 얼마를 내고 쓰는 걸까 등 궁금증을 유발하는 유튜브 공식 인기 포맷 형태를 차용하기도 한다. 거기에 '워크맨'에서나 나올법한 약 빤 자막과 빠른 편집이 더해진다. 물론, 자칭 홍보맨이라는 출연자의 입담이 크게 한 몫한다. 저걸 저렇게 말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아슬아슬한 내용도 거침없이 나오기 때문이다. 심지어 욕도 한다. 결국 이 채널이 진짜 재미있는 건, 기존 지자체 홍보영상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내용을 ‘속 시원할 정도로 솔직하게’ 말해주기 때문 아닐까.
다른 지자체처럼 정제되고 점잖은 내용으로 구성했다면 충주시 채널은 어땠을까. 홍보맨은 다른 지차채 채널을 많이 봤는데 비싼 돈 들여서 영상을 제작해 겨우 조회수가 2인 것도 봤다고 한다. “그건 아니지 않나요? 사람들이 보지도 않는 영상을 왜 만들어요. 방향은 명확했어요. 이쪽으로 가면 사람들이 볼 거고, 기존처럼 하면 안 볼 거예요. 그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나는 이 말을 듣고 무릎을 쳤다. 그 간단한 생각은 수많은 기업 채널 담당자와 마케팅 임원들은 왜 못하고 있을까. 충주시 영상의 제작비는 심지어 0원이라고 한다. 1년 유튜브 채널 운영 예산은 61만 원으로, 프리미어 구독비 정도다. 그러니까 순수하게 촬영을 포함한 제작비는 0원이 맞다.
비싼 비용을 들여서 고작 조회수 2나 만들고 있는 영상을 보며, 충주시 홍보맨은 “그건 세금 낭비”라고 일갈했다.
어쩐지 그의 일갈이 아무도 안 보는 핵노잼 영상이나 만들고 있는 기업 유튜브 채널 담당들을 지적하고 있는 것 같아 속이 쓰린다. 물론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그가 가리키고 있는 방향이 어디인지 말이다. 그러나 그걸 실행하기까지는 많은 것들을 감내해야 한다. 그리고 기업에서 추구하는 이미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시장이라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풍랑 속으로 스스로를 던져야 한다. 과연 우리는 그것들을 감내할 수 있는지 충티비 홍보맨은 우리에게 묻고 있는 것 아닐까. 결국, 충티비는 마케터들에게 분명한 통찰을 준다. 아무도 안 보는 비싼 쓰레기를 만들 것인지, 한 명이라도 보게 만들 것인지 마케터는 선택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어느 방향이 맞는 것인지 잘 알고 있다.
지금까지 3개 채널을 훑어봤다. 이들은 앞장에서 살펴본 기업들이 갖는 문제점에선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예컨대, 대기업이 갖고 있는 복잡하고 긴 의사결정 과정이 없는 스타트업이라거나, 굳이 올해 매출 성과 달성을 위해 물건을 팔 필요가 없는 공공기관 이거나, 크리에이터들을 사내에 보유하고 있는 방송사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유튜브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돌파구를 마련해 나가는 방식은 마케터인 우리들에게 분명한 통찰을 준다. 딱 두 가지로 정리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첫째로, 이들 채널은 모두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거리감이 확 줄어들어있다. 그래서 지독하게 솔직하다. 폼 잡고 거리 두고 선망성을 만드는 기존 기업 브랜드 광고와 비교해 봤을 때 훨씬 더 개인적이며 농밀한 관계 형성에 유리하다. 기라성 같은 유튜버들이 그랬듯 이런 1인칭 화법은 화자와 시청자를 친구로 만든다. 세련되고 정제돼 있지만 저 멀리 있는 셀럽보다는 조금 모자라고 거칠지만 어쩐지 내 친구 같은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이런 화자의 등장은 브랜드와 고객의 거리를 확실히 좁혀 줄 수 있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둘째로, 이들 채널은 기존 형식을 거부하고 철저히 유튜브에 동화된다. 오느른이 만약 기존 tv 영상에서 보던 것 같은 정제된 스토리를 중심으로 귀농 이야기를 만들었다면 지금만큼의 팔로워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충주시가 여타 지자체들이 하듯 뻔한 포맷의 점잖은 홍보영상을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렸다면 과연 시청자들에게 먹힐 수 있었을까. 대신 충TV는 거침이 없다. 1인 유튜버들이 하듯 핸드폰 카메라를 들고 정제되지 않은 화면과 거친 자막을 동원하지만 기가 막히게 웃음 포인트를 잡아 낸다.
물론, 기업 채널에서 그대로 차용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첫 번째 특징인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을 도입할 경우, 브랜드는 등장인물 한 명에 종속될 우려가 있다. ‘유튜브 출연자 = 브랜드’라는 인식이 형성되며 기업에 종속되어야 할 브랜드 자산이 개인에게 종속될 우려가 있다. 또한 그동안 애써 형성해 온 기업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게 기업 이미지가 흘러갈 수 있다. 그러니까 고급감, 세련된, 스마트함 등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 어마 무시한 마케팅 비용을 때려 박아 왔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충TV를 만든다고 하면 좀 난감해질 수 있다. 뭐 이런 문제들에 대한 현실적 고민이 필요한 거다. 이는 큰 방향 선회 내지는 기존 브랜드 자산의 손실을 의미한다. 결국 그런 리스크 요인들 때문에 현재까지 기업들은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
경영학 용어 중에 ‘자기 잠식 cannibalization’이라는 용어가 있다. 한 기업에서 새로 출시한 상품이 기존 상품의 수익이나 시장점유율을 감소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스스로 형성해 놓은 수익 구조를 스스로 무너트려야 하는 상태인 것이다. 당장에 손실이 발생할게 뻔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눈앞에 벌어진다. 통신사들이 유선전화 수익을 막대 하게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 전화 보급에 적극적일 수 없었던 이유다. 문자 메시지로 막대한 매출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 카카오톡과 같은 서비스를 만들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자기 잠식을 막기 위해 애쓰는 동안 기업은 현실에서 멀어지며 고객에게 외면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생존의 문제다. 메신저 서비스를 주력으로 한 카카오가 거침없이 성장하고 있는 걸 보면, 혁신을 안 한 대가는 참으로 크다.
정리.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지금까지 3개 채널을 살펴봤다. 모티비, 오느른, 충티비. 이들은 기업 채널보다는 다소 유리한 입지에서 유튜브 채널을 시작할 수 있었지만, 자기 채널만의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 우리가 지금 주목해야 할 이유는 바로 그 차별점 때문이다. 나는 그것을 크게 두 가지로 정리했다.
1)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
2) 기존 형식의 과감한 거부
물론, 이 두 가지 특징을 유튜브 기업 브랜드 채널에 그대로 적용하긴 어려운 점이 있다. 개인적인 관점을 고수할 경우, 기업 브랜드 자산이 개인에게 집중될 우려가 있다. 또한 기존에 기업이 쌓아온 ‘고급감’, ‘고품질’ 등의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훼손이 두려워 혁신하지 않는다면 그 대가는 분명히 다시 기업에게 돌아온다고 확신한다. 우리는 자기 잠식이 두려워 혁신하지 않은 기업들의 사례를 너무도 많이 알고 있다.
어쩌면 유튜브는 오늘의 기업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는 것 은 아닐까. 이제는 선택해야 한다고 말이다. 고고함을 유지한 채 과거의 영광을 바라보고 살 것인지,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으로 유튜브라는 소용돌이 속으로 과감하게 뛰어들 것인지 말이다.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