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드라마 Rommies 사례
이번 글에서는 마케터라면 꼭 알아야 할, 숏폼 드라마 한 편을 소개하려고 한다.
바로 Roomies 가 그 주인공이다. SNS에서 큰 화제가 된 이 드라마는 뉴욕의 미친 집세와 이상한 룸메이트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세로형으로 제작된 이 드라마는 거친 카메라 무빙과 1인칭 내레이션, 인터뷰 등이 적절히 섞이며 마치 개인의 일상을 따라가며 찍는 브이로그를 떠오르게 한다. 이제 막 뉴욕에 도착한 Ellie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된 이 드라마에는 뼈 때리는 대사와 뉴욕에서의 생활에 극공감하는 댓글 반응이 많다. 그런데 사실, 이 영상의 제작자가 핀테크 스타트업 ‘빌트(Bilt)'라는 걸 눈치채기는 쉽지 않다. 시리즈가 20화 넘게 이어지는 동안 드러내놓고 광고 메시지를 노출하는 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한 여성이 뉴욕으로 이사하는 과정을 따라가며, 제휴 레스토랑과 앱을 통해 빌트(Bilt)가 드러나는 상황을 은근히 보여주는 정도가 전부다.
* Rommies
https://www.instagram.com/roomiesroomiesroomies/?hl=en
https://www.youtube.com/watch?v=npnr-FwUCDg
그렇다면 Bilt는 왜 이렇게 스스로를 숨기며 숏폼 드라마를 만드는 것일까. 현대 마케팅의 기묘한 역설을 좀 더 살펴보자. 사실 요즘시대의 브랜드는 자신을 광고하며 더 많이 드러낼수록 소비자에게서 멀어지게 되는 것 같다. 요즘 사람들에게 광고는 정보가 아니라 '내 도파민의 흐름을 끊는 침입자’로 치부되고 있으니 말이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유튜브를 통해 재미있는 영상을 보려고 하는데, 갑자기 나타난 ‘광고'는 그야말로 스킵의 대상일 뿐이다. 마케터들이 브랜드를 숨기고 마케팅을 하는 이른바 ‘스텔스 모드'를 장착하기 시작한 이유다.
사실, 브랜드의 이 같은 스텔스모드는 심리학적으로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다. '설득 지식 모델(Persuasion Knowledge Model)'에 따르면, 인간은 누군가 나를 설득하려 한다는 의도를 감지하는 순간 비판적으로 돌변한다.
이는 자동반사적으로 우리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로, 이때부터는 아무리 좋은 소리를 해도 소용없어진다. '응, 어차피 광고잖아?!'라며 스스로 방어막을 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콘텐츠를 순수한 '재미'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심리적 무장해제가 일어난다. 사실 그렇게 재미있게 콘텐츠를 즐기다가 나중에 제작 주체를 알게 되면 "오, 여기 좀 힙한데?"라는 자기 주도적 발견의 쾌감이 발생할 수 있다. 남이 떠먹여 주는 광고보다 내가 직접 발견한 브랜드에 더 강한 애착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런 브랜디드 콘텐츠는 대행사에 외주를 의뢰한다고 툭 튀어나오지 않는다. 성공하는 기업들은 아예 조직의 DNA를 콘텐츠 스튜디오처럼 개조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빌트(Bilt)의 사례가 놀라운 건, 이 시트콤을 외부 제작사가 아닌 빌트의 인하우스 마케팅 팀이 직접 쓰고 연출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례는 국내 기업에서도 발견된다. 토스는 PD출신과 작가 출신을 채용해, 직접 유튜브 채널 '머니그라피'를 운영하고 있다. 컬리 역시 자체 제작 인력을 통해 콘텐츠를 제작하며 일일칠 채널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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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케터들이 근무하는 사무실에는 콘텐츠 제작을 주도하는 기획자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광고를 통해 고객을 설득하는 법이 아니라, 콘텐츠를 통해 시청자를 웃기고 몰입시키는 법을 고민한다. 세포라(Sephora)가 소방관이나 서퍼의 일상을 다큐멘터리처럼 담아내고, 인스타일(InStyle)이 페이크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제작하는 게 대표적 사례다. 그런가 하면 구글을 AI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덜기 위한 단편영화에 투자하기도 한다. 브랜드가 이 같은 활동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브랜드가 콘텐츠 제작의 주체로 적극적인 체질 개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마케터는 제품의 USP를 푸시하기 전에, 팬덤 데이터를 살펴보는 사람이 되었다. ‘이걸 사라!’는 메시지를 던지기 전에, ‘우리 콘텐츠를 사랑해 주세요’를 고민하는 이들이 되었다는 말이다.
물론 이름을 숨기는 게 늘 정답은 아니다. 자칫하면 "나를 속였어?"라는 배신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를 드러내는 기술은 아주 세련되어야 한다. 성공한 브랜드들은 팬들이 "제발 그 정보 좀 알려달라"라고 애걸할 때까지 정체를 숨긴다. 대표적 사례로 '알렉시스 비타'의 사례를 살펴보자.
알렉시스 비타는 인스타그램에 '비타버스(Bittarverse)'라는 짧은 코미디 시리즈를 연재했다. 여기서 '마고(Margeaux)'라는 이름의 엉뚱하고 화려한 뉴욕 상류층 캐릭터가 등장한다. 드라마 속에서 마고는 항상 알렉시스 비타의 화려하고 커다란 목걸이나 귀걸이를 착용하고 나왔다. 하지만 입으로는 제품을 광고하거나 상품소개를 절대 하지 않는다. 대신 그녀의 강렬한 캐릭터와 패션 스타일 자체가 시청자들에게 "저 목걸이 어디 거야? 너무 힙한데?"라는 궁금증을 자극하게 만들었던 것! 그게 바로 알렉시스 비타의 마케팅 전략이었다. 쉽게 말해, 일단 알렉시스 비타의 팬을 만들고, 그들이 캐릭터의 목걸리에 열광할 때 슬쩍 제품 페이지를 열어 품절 사태를 만든 것이다.
여기서의 핵심은 정체를 밝히는 타이밍이다. 소비자가 콘텐츠와 사랑에 빠지기도 전에 정체를 드러내면 '뒷광고'가 되고, 너무 끝까지 숨기면 돈만 쓰고 마케팅 효과를 못 본다. 앞서 살펴본 Rommies 역시 에피소드에서 주인공들이 자연스럽게 제휴 혜택을 누리는 모습을 노출해 성공할 수 있었다. 소비자가 콘텐츠에 완전히 몰입했을 때, 브랜드가 삶의 질을 높여주는 '조력자'의 모습으로 슬쩍 내밀어야 성공할 수 있다.
이제 브랜드 진정성(Authenticity)은 '우리 제품 진짜 좋아요'라고 외치는 목소리 크기에서 나오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당신의 시간을 즐겁게 해 줄 준비가 된 꽤 괜찮은 녀석이야'라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데서 나온다.
이제 마케터는 타인의 타임라인에 무단 침입하는 불청객이 아니라, 매력적인 세계관을 구축하고 고객을 초대하는 '호스트'가 되어야 한다.
미래 마케팅의 승부처는 얼마나 많은 눈을 사로잡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가치 있는 시간을 함께 하느냐에 달려 있다. 소비자의 관심사를 궁금해하고 먼저 즐거움을 주는 브랜드만이, 그들의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자격을 얻게 될 것이다. 광고가 광고에 머무를 수 없는 시대! 어쩌면 우리는 마케팅의 가장 흥미진진한 '반전 드라마'를 목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참고 자료
- [Los Angeles Times] https://www.latimes.com/entertainment-arts/business/story/2025-12-18/why-fintech-firm-bilt-is-funding-its-own-original-series-room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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