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은 왜 밤마다 그림책을 읽어주셨을까?

『그림책 페어런팅』을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프롤로그: 오늘도 그림책과 함께 성장합니다


그림책 페어런팅(Parenting)은 양육자가 아이의 발달과 그림책을 질적으로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아이가 그림책과 함께 발달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성취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p.7


그림책 페어런팅(Picture Book Parenting)은 아동심리치료사 출신의 그림책 작가, 김세실 작가가 쓴 책이다. 사실 그림책 읽어주기의 중요성은 익히 들어서 알곤 있었지만, 그것이 아이들의 성장에 있어 왜 중요한지 대한 정보는 접해보기 힘들었다. 프롤로그에서 작가가 밝혔듯이, 이 책을 통해서는 아이들의 발달적인 특성과 그에 따른 그림책 읽기의 필요성을 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01. 그림책 세상을 만나다: 감각 발달


그림책 읽어주기를 통해서 아기와 부모 사이에 유대감이 생기고, 아기의 두뇌 활동이 활발해지며, 이후 어휘력·지각력·정서 발달 등 모든 영역에서 이점이 있기 때문이지요.
p.17


책의 첫 장에서는 청각 발달시각 발달, 그리고 발달 이론 중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정신분석적 관점장 피아제(Jean Piaget)의 인지 발달적 관점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론을 바탕으로 다양한 그림책들의 특징을 설명하고, 초보 부모를 위한 그림책 읽기 가이드를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설명을 통해 아기의 발달 시기별로 어떤 특징이 있으며, 아기가 그림책을 통해 어떤 경험을 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아기들은 그림책 읽기라는 경험들을 통해 발달하며 부모와의 애착이 형성된다. 다음 장에서는 이 '애착'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유난히 책장이 너덜거리고, 침 자국이 많고, 음식이 묻어 끈끈한 책이 있다면, 그 책은 아기에게 가장 격렬하게 사랑받은 책임에 틀림없습니다. 어른이 책에 메모를 남기고 형광펜으로 줄을 치듯이 아기도 사랑의 마크를 남기는 것이지요.
p.30



02. 생애 처음 사랑을 배우다: 애착


심리학에서는 이를 '의존 역설(dependency paradox)'이라고 합니다. 혼자 있는 법을 배우고 혼자라는 불안과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서는 그전에 수많은 시간을 함께해야 합니다.
p.55


아이를 키우다 고민되는 지점 중 하나는 언제쯤부터 아이가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일 것이다. 작가는 어느 시점부터 혼자 있는 것에 자신감을 가지던 아이가 분리 불안으로 인해 다시 부모에게 의존하게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시기에 부모가 아이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존 역설이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다 큰 것처럼 보이던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떨어지기 싫다고 하거나 칭얼댄다고 해서 꾸짖거나 밀쳐내지 않고 사랑으로 품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래의 경우처럼 부모 또한 분리 불안을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무조건적인 연결이 아닌 발달 시기와 독립성의 정도에 따른 '안정된 애착'과 '건강한 분리'가 필요하겠다.


때로는 분리에 대한 엄마 자신의 불안이 아이의 내적 독립과 성장을 가로막기도 합니다. 안정된 애착만큼 건강한 분리도 부모와 아이 사이의 중요한 발달 과제입니다.
p.63



03. 더 넓은 세계와 소통하다: 언어 발달


책장을 넘기는 동안 독자는 글이 들려주는 이야기(글텍스트),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그림텍스트), 그리고 글과 그림의 주변에서 들려주는 이야기(파라텍스트, paratext)에 눈과 귀와 마음을 기울어야 그림책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p.80


언어 발달의 결정적 시기에 아이는 부모가 읽어주는 그림책을 들으면서 청각적 집중력과 어휘력이 향상되고, 말의 리듬, 높낮이, 끊어 읽기 등 섬세한 언어 기술을 경험하며, 이야기를 이해하는 언어 감각이 길러집니다. 또한 올바른 문법을 익히고, 세련된 모국어의 문학적 감각을 체득할 수 있습니다.
p.83


아이가 점점 더 많은 그림책을 보고 다양한 그림텍스트를 경험할수록 더욱 정교한 시각적 문해력이 자라납니다. 그 능력은 이후 문자 기호를 읽고, 쓰고, 이해하는 문해력의 발달과 성숙한 '읽기 독립'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져요.
p.88


그림책이 가지고 있는 특징은 글과 그림이 함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그림책의 '글텍스트'와 '그림텍스트'가 아이의 성장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다. 먼저 글텍스트는 '듣기'를 바탕으로 언어와 관련된 대부분의 요소들을 발달시키는 데에 도움을 준다.

여기까지는 대략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인데, 흥미로운 점은 그림텍스트 또한 언어 능력 발달에 기초가 된다는 점이다. 아직 글을 읽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그림을 읽는' 과정을 통해 '시각적 문해력'이 발달하고, 문자 기호를 이해하는 능력까지 이어지게 된다고 한다. 이전까지는 그림책이라고 해도 글텍스트가 언어 발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요인이고 그림은 보조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각각의 역할이 있는 것이었다. 이제는 아이들이 글이 아닌 그림을 보고 있다고 해서 '어서 글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조바심을 낼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04. 생각의 틀을 짜다: 인지 발달


꼭 기억할 것은 아이의 '왜'라는 질문에 언제나 정답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중요한 건 아이의 눈높이에서 흥미로운 답,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답,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의 호기심을 존중하는 답을 말해주는 거예요.
p.117


아이들은 '왜'라는 말을 달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왕성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호기심은 아이가 세상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받아들이는 기초가 된다. 그러나 아이의 질문에 반드시 딱딱하게 정답만을 알려줄 필요는 없다. 본문에서 소개된 한 그림책에 등장하는 엄마는 하늘에서 비가 왜 내리냐는 아이의 질문에 "새들이 눈물을 흘려서"라고 대답한다. 이런 기발한 대답을 통해 아이는 상상력을 키워가고, 더 큰 호기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아이가 과학적이고 정확한 지식을 빨리 얻는 것에 너무 집착하지는 말자. 그건 언젠가 다른 기회를 통해서도 알게 될 지식이지만, 더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시기는 금방 지나갈 수 있으니까 말이다.


지난 시대 동안 우리의 삶을 규정하던 모든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이때에 부모가 아이에게 알려줄 수 있는 '정답'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좀더 풍요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느긋하게 시행착오를 기다려주며, 알고자 하는 호기심을 격려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p.128



05. 마음에 말을 걸다: 정서 지능


정서 지능이 높은 아이들이 정서 지능이 낮은 아이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일상에서 겪는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 능력이 뛰어나고, 언어 발달도 앞서고, 자존감도 높습니다. 학령기에는 학업 능력이 더 뛰어나고, 또래와의 갈등이 적으며, 정서적으로 풍부한 삶을 경험할 수 있답니다.
p.143


자기 감정에 솔직한 부모가 아이의 감정도 잘 헤아립니다. 아이의 감정을 잘 읽어내고 공감해주려면 부모 자신의 감정 인식부터 해야 합니다.
p.148


정서는 심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학업적인 발달이나 사회성 발달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만큼 어린 시절부터 다른 것보다 '정서 지능'을 높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정서 지능이라는 것은 학원을 보내거나 과외를 붙인다고 해서 높아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아이의 1차적인 사회화를 담당하는 가족, 그 중에서도 부모와의 관계가 아이의 정서 지능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결국 정서 지능이 높은 부모가 그런 아이를 키워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런 예측은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가정의 경우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을 수 있는 반면,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희망은 있다. 책에서는 함께 하는 시간의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더라도 부모가 아이에게 공감해주지 못하고 무관심하다면 그 시간이 오히려 정서 지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반면, 적은 시간을 함께 하더라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이에게 좋은 시간을 선물할 수도 있다. 따라서 아이에게 그 어떤 좋은 물질적인 투자보다 중요한 것은 따듯하고 섬세한 말과 행동, 그리고 아이를 진정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일 수 있다.


'부끄럽다·지루하다·떨리다·심술나다·슬프다·자랑스럽다·기쁘다···' 이렇게 아이가 배워나가는 감정 언어와 개념은 아이의 마음속 감정 사전이 됩니다. 수십 쪽의 두툼한 감정 사전을 가진 아이는 언제든 펼쳐서 자신과 남의 마음을 돌보는 데 필요한 도움을 얻을 수 있어요.
p.156



06. 나를 발견하다: 자아 발달


아이는 부모의 모든 것을 '모방(modeling)'합니다. 부모의 미소를 따라 하고 말투와 행동도 따라 해요. 더 나아가 마치 부모가 된 것처럼 부모의 역할을 재현하며 부모와 '동일시(identification)'합니다.
p.182


부모와 한 몸이었던 아이는 점차 성장해가며 자아가 발달하고, 자신만의 주관이 생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부모의 말과 행동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인간을 형성하는 데에 있어서 유전적인 요소와 환경적인 요소가 모두 개입한다고 하는데, 부모는 아이에게 유전과 환경을 모두 제공하는 것이다. 그림책을 읽어줄 때 보여주는 표정과 몸짓, 말투에서 시작해서 일상 생활과 인간 관계 전반에 이르기까지 아이는 부모의 행동을 보며 자라난다. 아이에게 무엇을 해주느냐도 중요하겠지만, 부모가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아이가 살아가는 법을 익히는 데에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이다. 아이에게 뭐든지 다 해주는 부모보다는, 자신부터 좋은 모범이 되며 아이의 올바른 행동을 이끌 수 있는 부모가 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어른의 삶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나누고, 세상에 대한 아이의 관심사를 차츰 넓혀줘야 합니다.
p.183



07. 빛과 그림자를 만나다: 가족 환경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은 '애정'과 '통제'라는 큰 기준을 세우고 자신의 양육 행동을 끊임없이 점검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p.198


작가는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양육 행동을 '애정'과 '통제'라는 두 가지 지표를 통해 분류하고 있고, 결과적으로는 애정과 통제 두 가지 모두를 가지고 양육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애정이 커지다보면 통제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고, 반대로 통제하다 보면 애정을 주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그만큼 두 가지를 모두 가져가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때문에 양육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하지 않던 여러 가지 부작용들이 생길 수가 있는 것이다.

부모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육아를 하는 과정에 모든 신경이 가있을 수는 없다. 그러다 보면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기준이 흔들리고, 아이들은 혼란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부모도, 아이도 혼란스럽지 않고 육아를 위해서는 인용문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애정과 통제의 적절한 조화가 이루어지는 자신들만의 기준을 세워두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세상에 갈등 없는 관계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해결하는가예요. 부부싸움 뒤에는 아이이게 꼭 설명을 해주세요. 엄마 아빠가 생각이 달라서 다투었지만 서로 미워하는 건 아니라고 말입니다.
p.201


건강한 가족 역동을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유연한 '분리'와 끈끈한 '연결'입니다. 가족 구성원 각자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며 서로 적절히 분리되어 있되, 마치 보이지 않는 끈을 붙잡고 있듯이 사랑과 애착이라는 정서적 유대감으로 다 함께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p.221



08. 내 안에 타인을 담다: 마음 이론



또래 유능성이 낮은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더 많은 '놀이 경험'입니다. 또래와 놀면서 다양한 상호작용을 해보고, 또래의 행동을 모방도 해보고, 시행착오를 통해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스스로 배워나가야 합니다.
p.243


뭐든지 많이 해봐야 잘 알고 잘 할 수 있듯이, 사람의 마음도 사람을 많이 겪어봐야 알 수 있다. 그리고 아이들의 입장에서 사람을 겪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경험은 '놀이'일 것이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소통하고,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고 알아간다. 놀이를 통해 마음이 성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책의 본문에도 나와있듯이, 타인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능력이 있더라도 그것을 상대방을 이용하거나 속이는 등 부정적인 방법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런 부작용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아이에게서 '공감력, 도덕성, 양심' 등이 발달되어야 한다. 마음 이론이 타인의 생각이나 감정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능력적인 측면이라면, 공감력, 도덕성, 양심은 그 능력을 어떻게 활용할까에 대한 방법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공감력·도덕성·양심 등이 함께 발달할 때 마음 이론과 서로 상호작용하여 부정적 행동이 억제됩니다.
p.250



09. 성장의 길을 찾다: 놀이


놀이 속에서 안전하게 세상을 탐색하고, 축소된 삶을 경험하며, 함께하는 기술을 익힙니다.
p.270


앞서 '놀이'는 아이의 인지적인 능력과 사회성 등을 발달시키는 데에 필수적인 행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아이가 어느정도 성장한 시기부터 '놀이'가 '학습'과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여겨져 통제되는 안타까운 경우도 많이 발견되고 있다. 물론 학습도 아이의 성장과 인지 발달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지만, 삶에서 학습이 차지하는 부분이 비대해지다보니 아이들이 마음의 크기를 키우고 사회성을 키우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우려되는 지점이다. 요즈음 학부모님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다른 것보다 자녀들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지내는지를 걱정하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전히 놀이의 중요성은 입시라는 거대한 그림자에 가려져 그 중요성을 알면서도 후순위로 밀려나는 것이 현실이다. 아이들이 자라나 살아갈 세상이 혼자만의 세상이 아닌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라는 것을 꼭 기억하며, 아이들은 균형있게 잘 '놀면서' 성장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리고 부모 자신이 아이에게 좋은 놀이 친구가 되고자 한다면, 아래의 글을 기억하고 실천해보자.


아이의 좋은 놀이 친구가 되려면 이 두 가지를 꼭 기억하세요. 첫째, 놀이의 주도권을 아이에게 주세요. 부모는 아이의 놀이에 관심을 표현하며 아이가 원하는 역할을 해줍니다···둘째, 학습을 위해서 놀이를 빙자하지 마세요. 아이가 놀기를 원할때는 노는 것 자체가 목적인 놀이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p.296
매거진의 이전글두 유 노 프리미어리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