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피어오르는 간이역에서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들어가는 말: 출발


정보는 사실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 것이고, 지식은 뒤죽박죽 섞인 사실을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지혜는 뒤얽힌 사실들을 풀어내어 이해하고, 결정적으로 그 사실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p.6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원서명 The Socrates Express: In Search of Life Lessons from Dead Philosophers)』는 뉴욕타임즈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미국 공영방송 NPR의 칼럼니스트 에릭 와이너(Eric Weiner)의 저서이다. 책의 서문에서 기차를 좋아한다고 밝힌 저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기차' 그 자체가 아닌 기차를 타는 '경험'이라고 강조하여 말한다. 그리고 이어서 기차와 철학의 공통점을 연관지으며 책의 대주제인 '철학'의 특징에 대해 흥미롭게 표현하고 있다. 총 열 네 명의 철학자와 그들의 철학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을 읽다보면, 기차를 타고 먼 길을 떠나며 다양한 경험을 쌓고 생각을 떠올릴 때와 같이 "철학이 인생에 스며들게"해줄 것으로 보인다.


철학은 지식 체계가 아니라 하나의 사고방식, 이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이다. '무엇을'이나 '왜'가 아니라 '어떻게'이다.
p.12



1.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처럼 침대에서 나오는 법

How to Get Out of Bed Like Marcus Aurelius


좋은 사람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관둬라. 좋은 사람이 되어라. 철학과 철학을 논하는 것의 차이는 와인을 마시는 것과 와인을 논하는 것의 차이와 같다.
p.32


위 인용문은 무언가에 대해 제대로 알거나 수행하는 방법에 대한 지침을 주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와인에 대해 논하는 것은 와인을 알아가는 데 있어서 맛보는 것만 못하고, 좋은 사람에 대해 설명하는 것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책의 주요 소재인 철학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철학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결국 철학에서 배우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가 본질적인 문제일 것이다.

이러한 설명은 철학에 관한 이 책을 읽기 시작하는 데에 용기를 주기도 한다. 기존에 철학을 배웠던 방식이 이해와 실천보다는 어려운 용어들을 정확히 암기하는 것이었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철학에 자연히 흥미를 잃고 살아왔을테지지만, 이 문장은 사람들로 하여금 책에서 느끼고 생각한 것을 바탕으로 그저 '철학하며' 살아가면 된다는 마음가짐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사명감에서 나온 행동은 자신과 타인을 드높이기 위한 자발적 행동이다. 의무감에서 나온 행동은 부정적인 결과에서 스스로를, 오로지 스스로만을 보호하려는 행동이다.
p.36


피곤한 아침에 침대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하지만 출근을 하기 위해서, 학교에 가기 위해, 또는 그 밖에 다양한 이유로 침대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러한 이유들 중 가운데 어떤 것은 의무감에 의해, 다른 어떤 것들은 사명감에 의한 것일 수 있다. 보통 '의무감'을 가진다다는 것은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저자는 의무와 사명의 차이를 설명하며 의무감 보다는 사명감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자신과 타인에게 더 큰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설명은 동기이론 중 외적동기와 내적동기의 차이를 말할 때와 유사한 점이 있다. 의무감이 외적동기에 의한 것이라면 사명감은 내적동기에 의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만약 자신이 아침마다 침대에서 떨어지기 힘들다면? 직장이나 가정에서 하고 싶지 않은(하지만 반드시 내가 해야 하는) 일이 주어졌다면? 그러한 일들을 그저 의무감으로 행하기 보다는 왜 그것이 필요한 일인지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2. 소크라테스처럼 궁금해하는 법

How to Wonder Like Socrates


나는 궁금하다. 짧은 두 마디 말이지만 그 안에 모든 철학의 씨앗이, 그 이상이 담겨 있다.
p.42


대학에 다니던 시절, 한 수업에서 교수님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잘 하는 학생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한 적이 있다. 질문을 잘 한다는 것은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수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넘어서서 기존에 생각하지 못하던 차원의 고찰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소크라테스는 그 누구보다 궁금한 것이 많은 사람이었고,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더 많은 것을 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사람이었다.


소크라테스에게 가장 최악의 무지는 지식의 가면을 쓴 무지였다. 편협하고 수상쩍은 지식보다는 폭넓고 솔직한 무지가 더 나았다.
p.48


많은 사람들은 질문을 통해 자신의 무지가 드러날까 걱정하곤 한다. 그러나 소크라테스의 기준에 따르면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가는 시작점이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은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 궁금해하며 끝없이 질문하는 과정을 통해 세상을 알아간다. 아이들에게는 모르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없다.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듯이, 소크라테스는 어른이 되어서도 이러한 "천진난만함"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궁금해하는 행위는 광활하며 아무런 제약도 없다. 이 궁금해하는 마음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든다.
p.55


무언가를 질문할 때나 고민할 때 알아두면 좋을 점은 그 질문이나 고민에 대한 해답을 반드시 신속하게 찾을 필요는 없고, 마음 속에 오래 간직해도 좋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바로 정답을 알 수 없는(어쩌면 정답이 없을 수도 있는) 고민거리들이 수두룩하다. 당장 오늘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것처럼 실용적인 부분부터 시작해서 "사랑이란 무엇일까",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와 같이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해야 하고 복합적인 요소들이 얽혀있는 고민들도 존재한다. 그 수많은 질문들이 머릿 속을 맴돌더라도 신속하게 답을 내림으로써 내쫒지 않고 머릿 속 방 한 켠을 내주는 것. 무지를 인정하고 끊임없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삶을 더욱 풍요롭고 지혜롭게 만들어줄 것이다.


끝없는 해야 할 일 목록에서 또 하나를 지우려고 성급히 문제 해결을 향해 달리는 대신, 의혹과 수수께끼의 곁에 머무는 것. 여기에는 시간과 용기가 필요하다.
p.69



3. 루소처럼 걷는 법

How to Walk Like Rousseau


정신은 시간당 5킬로미터의 속도, 즉 걷기에 적당한 속도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다.
p.92


신체와 분리된 철학자, 신체와 분리된 철학은 존재하지 않는다. 니체는 "철학보다 몸에 더 많은 지혜가 있다"고 말했다.
p.93


고민이 있거나 기분이 우울할 때, 문 밖을 나서서 길을 걷다보면 머릿속이 정리되거나 기분이 나아지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책상 앞에 앉아서, 혹은 침대에 가만히 누워서 생각을 거듭하며 해결되는 고민도 있긴 하겠으나, 일어나서 몸을 움직임으로써 생각의 길이 트이게 할 수 있다. 이렇듯 생각과 감정의 흐름은 신체와 따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긴밀하게 연결된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어딘가로 이동을 할 때 자동차나 대중교통을 활용하여 신속하게 이동하는 것을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다양한 교통수단들이 발달되면서 이동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삶의 질을 높이는 좋은 변화이긴 하지만, 동시에 걷기를 통해 다양한 생각에 잠기는 경험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기 마련이다. 삶을 살아가며 많은 것들에 의해 복잡하게 뒤엉켜 있는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생각 속으로 깊이 빠져 들어가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러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산책이다. 가끔은 빠르게 움직이던 몸과 마음의 속도를 조금 늦춰서, 걷고 또 걷는 시간을 가져보자.


루소는 격정의 지위를 드높였고, 감정을 용인되는 것으로, 이성과 똑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얼추 비슷한 수준으로 만들었다.
p.104



4. 소로처럼 보는 법

How to See Like Thoreau


눈앞에 보이는 것을 바로 규정하지 않고 기다리면 더 많은 것을 보게 된다.
p.120


우리는 살면서 많은 것들을 보고 관찰한다. 그러면서 눈 앞에 들어온 수많은 대상에 대해 판단하고 규정하곤 한다. 책에서도 나온 것처럼 "훑어보는 것은 도움이 된다." 스포츠 경기에 참여하고 있을 때, 혹은 시간이 정해져 있는 테스트에 참여 했을 때처럼 빠른 판단을 해야 하는 때에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물이나 대상에 대해 천천히 관찰하며 판단을 유보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 물건이 나에게 유용한 것인지 아닌지,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등등, 오래 보는 것은 대상의 성질과 특징을 다각도로 살펴보게 해준다. 짧은 시간에 판단을 끝내는 것은 다른 가능성을 배제해버릴 수 있다.


"어떤 대상을 이해하는 것을 멈출 때에야 나는 비로소 그 대상을 보기 시작한다."
p.128


위 문장은 무언가를 볼 때 가지는 사고방식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책에서 나온 예시처럼 조류학자는 새에 대한 전문가이기 때문에 어떠한 새를 보더라도 그 새의 종류와 생물학적인 특징을 빠르게 기억해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일반인의 눈으로 봤을때보다 새의 아름다움을 더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요소는 아니다. 오히려 고정관념 없이 새의 아름다움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조류학자가 아닌 일반인일 수도 있다. 이처럼 무엇을 제대로 '이해' 하는 것은 '보는' 행위 그 자체를 방해할 수 있다. 때로는 이해하고 아는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 제대로 보는 것을 도와줄 수도 있는 것이다.


"무엇이든 제대로 보려면 거리를 두어야 한다."
p.143


마지막 문장은 관찰하는 사람과 대상 간의 '거리'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것이 물리적 거리이든 심리적 거리이든 간에 거리를 두는 것은 제대로 된 관찰을 가능케 한다. 커다란 코끼리의 전체적인 모습을 모두 보기 위해서는 바로 앞에서 보는 것보다는 일정한 거리를 떨어져서 보는 것이 좋다. 사람을 정확히 보기 위해서는 그 사람과의 친분과 같은 감정을 배제하는 것이 좋다. 영화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감독이나 배우의 위상을 생각하지 말고 전체적인 줄거리의 흐름과 예술성 등을 봐야 한다. 이렇게 거리를 두고 본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인간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감정과 편견이 시야를 좁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무언가를 정확하게 보고 싶다면, 거리를 두고 보는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해보자.



5. 쇼펜하우어처럼 듣는 법

How to Listen Like Schopenhauer


듣기는 연민의 행위, 사랑의 행위다. 귀를 빌려주는 것은 곧 마음을 빌려주는 것이다.
p.153


연민과 사랑은 분명히 다른 결과값을 가지는 행위지만, 위 문장을 통해 '마음을 빌려주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듣기를 위해서는 귀가 있어야 하지만, '잘' 듣기 위해서는 귀만 있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의 말의 집중하고, 그렇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도 곁들여져야 한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행동으로 하여금 위로를 전할 수도 있고, 기쁨을 함께할 수 있으며, 상대방의 세계에 잠시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 그래서 들어주는 것은 상대와 함께하고자 하는 것이고, 마음을 빌려주는 행위인 것이다.


사심이 없는 것은 음악에 어떤 기대도 품지 않고 요구도 하지 않는 것, 하지만 미학적 기쁨의 가능성에 문을 열어놓는 것이다.
p169


"사심은 없지만 무관심한 것은 아닌" 것이 무슨 의미인지 혼란스러우면서도 알 것만 같다. 그저 음악을 일단 들어보는 것. 그리고 그 음악을 통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섣불리 판단하지는 않지만, 그 존재에 대해 부정하지는 않는 것. 그렇게 하다 보면 생각치 못했던 "미학적 기쁨"을 얻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이러한 태도는 비단 음악을 들을 때 뿐만이 아닌 다른 작품을 감상할 때나 사람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로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사심은 없지만 무관심하지 않은" 태도는 무언가에 대해 미리 예상하고 지레짐작하여 진정으로 얻을 수 있는 기쁨을 잃어버리거나, 큰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 실망하게 되는 것을 피할 수 있는 지혜가 아닐까 싶다.


"가장 최근에 쓰인 것이 늘 더 정확하다는 생각, 나중에 쓰인 것이 전에 쓰인 것보다 더 개선된 것이라는 생각, 모든 변화는 곧 진보라는 생각보다 더 큰 오산은 없다."
p.178


살면서 놓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통찰을 주는 문장이다. 새로 쓰인 글이나 새로 나온 기술, 새로 만들어진 물건들. '최신'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구식'보다 무조건적으로 좋은 것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모든 '최신의 것'들이 그렇지만은 않다. 이전에 만들어지거나 쓰여진 것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만들어진 것들도 있을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고, 논문들이 쓰여지고 있으며, 다양한 방송들이 제작되고 있다. 그러나 그것들이 반드시 이전의 것보다 더 진보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최신작이 가치가 있으려면 이전 작품의 장단점을 제대로 분석하여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보완해야만 한다. 또는 이전에는 없던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놀라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최신작들이 그렇게 만들어질 수는 없기에 우리에게는 진정한 명품을 발견할 수 있는, 소음 속에서 진정한 소리를 찾을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6. 에피쿠로스처럼 즐기는 법

How to Enjoy Like Epicurus


우리를 만족으로 이끄는 것은 어떤 것의 존재가 아니라 바로 불안의 부재다. 쾌락은 고통의 반대말이 아니라 고통의 부재를 뜻한다.
p.197


만족을 느끼기 위해서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녁식사를 하고 나서 배가 부름에도 불구하고 뭔가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 밥을 더 먹거나 간식을 먹는다고 해서 그 이전에 느낀 만족감만큼의 즐거움을 똑같이 느끼기는 어렵다. 생활하기에 충분한 재산을 가지고 있음에도 부족함을 느낄 때가 있다. 물론 그런 마음이 경제활동의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필요했던 무언가를 계속 충족해냄에도 불구하고 그때마다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삶의 기쁨 중 하나가 결여된 것이다.


충분히 좋음은 안주한다는 뜻이 아니다. 자기변명도 아니다. 충분히 좋음은 자기 앞에 나타난 모든 것에 깊이 감사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p.212


2002월드컵 당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히딩크(Guus Hiddink) 감독은 팀이 16강에 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도 승리에 배고프다'는 전설적인 인터뷰를 남긴 적이 있다. 이후에 실제로 대표팀이 4강 진출에 성공했기 때문에 이 인터뷰의 경우 이미 '충분한' 것에 불만족했다기 보다는 열심히 갈고닦았던 실력을 아직 다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을 강조하며 국민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았던 말로 기억된다. 물론 우승을 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히딩크 감독이 월드컵이 끝나고 나서도 대표팀의 결과에 만족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적은 없을 것이다.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좋은 결과를 얻었다. 대표팀 감독과 선수들, 그리고 국민들은 약간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결과에 충분히 만족했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었을 텐데'라고 아쉬워하기보다는 이루어낸 것에 만족함으로써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다. 무언가를 더 원하는 것은 좋지만, 새로운 시도를 위해서는 정서적 안정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욕심부리지 말고, 먼저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해보자.


행복에 대해 너무 열심히 생각하면 행복은 사라진다.
p.214



7. 시몬 베유처럼 관심을 기울이는법

How to Pay Attention Like Simone Weil


관심의 질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 어디에 관심을 기울이기로 결정했느냐, 더 주요하게는 어떻게 관심을 기울이느냐가 곧 그 사람을 보여준다.
p.222


모든 사람들은 호모 사피엔스로서의 생물학적 동질성에도 불구하고 개인별로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특성은 그 사람이 어떠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냐에 따라 달라진다. 책 읽기를 즐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운동 중에서도 테니스를 잘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기계체조를 전공한 사람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갈래로 나누어지는 사람들의 관심에 의해 그 사람만의 특징이 만들어져 간다. 무엇에, 어떻게 관심을 기울이는지가 그 사람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금 무슨 일을 겪고 계신가요?" 베유는 이 질문이 강력한 힘을 지닌 이유가 고통 받는 사람을 "집합체의 단위, 또는 '불행하다'라는 딱지가 붙은 사회 범주의 한 표본으로서만이 아니라, 우리와 똑같은, 그저 어느 날 고통이 특별한 흔적을 남겼을 뿐인 한 명의 인간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p. 228


살아가다 보면 주위에서 다양한 일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절친한 사람일 수도 있고, 그냥 알고 지내는 정도거나 처음 보는 사람일 수도 있다. 기쁜 일을 겪고 있을 수도 있지만 어렵거나 절망적인 일에 빠져 있을 수도 있다.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은 손쉬운 일이나, 슬픔에 잠긴 사람에게 다가서는 것은 비교적 어렵다. 우리는 보통 그러한 상황에서 위로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처받지 않으면서 힘이 날만한 말을 떠올리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슬픔에 잠긴 사람들이 따뜻함을 느끼도록 할 수 있는 것은 억지로 만들어낸 위로의 말보다는 진심을 담은 관심 그 자체일 수 있다. 베유의 말처럼 사람들은 누구나 불행한 상황에 빠질 수 있고, "지금 무슨 일을 겪고 계신가요"라는 관심 섞인 말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잠시 어려움에 처했을 뿐인, 남들과 같은 한 명의 인간으로 느끼게 만들어준다. 이러한 말을 건내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지만 내가 언젠가 말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때, 용기내어 말 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무언가를 욕망하는 것은 곧 거기에서 얻고자 하는 바가 있다는 뜻인데, 바로 그 상태가 우리의 시야를 가린다.
p.252



8. 간디처럼 싸우는 법

How to Fight Like Gandhi


모든 폭력은 상상력의 실패를 나타낸다. 비폭력은 창조성을 요구한다.
p.267


문제를 해결할 때, 가장 손쉬운 방법부터 어려운 방법까지 나열해보면 폭력은 손쉬운 방법에 가까울 것이다.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폭력은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든지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간편한 선택지다. 선택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해악을 가져다주기도 쉬운 옵션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할 때도 이러한 갈등의 순간에 직면한다. 교사 입장에서 학생과 소통하는 매 순간마다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한다. 많은 학생들을 지도해야 하고, 수업과 행정업무에 지쳐있는 교사 입장에서는 학생 개개인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어려운 일이기에, 갈등의 순간 학생들에게 강압적으로 대하거나 윽박지르는 것은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수단과 목적을 혼동한 사람은 스스로를 집어삼킨다.
p.285


그러나 이 선택은 당장의 상황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학생의 성장과 교사로서의 능력 개발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못한다. 모든 갈등 상황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고, 교사는 그것을 면밀히 파악하고나서 반응해야 한다. 그리고 그 상황에 맞춰 학생 입장이 어떨지 생각해보고, 억울할만한 점은 다독여주며 잘못한 점은 단호하게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생략할 때의 부작용은 모두에게 돌아간다. 생활지도의 목적은 학생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점을 보완해가는 것이기에, 지금 쓰고 있는 글을 기억하며 나 자신부터 노력해보고자 다짐해본다. 선생님으로 불릴 수 있는 자격에 대해 생각해보며.


괴로움의 뿌리에 있는 것은 결과가 아닌 나의 욕망이다.
p.302



9. 공자처럼 친절을 베푸는 법

How to Be Kind Like Confucius


무정함은 잔인한 의도가 아닌 상상력 부족의 결과다. 불친절한 사람은 타인의 고통을 상상하지 못하며 남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지 못한다.
p.315


8장에서 "폭력은 상상력의 실패를 나타낸다"고 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문장이다. 이렇게 보면 '상상력'이나 '창조성'이라는 것은 비단 예술이나 창작 분야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에게만 필요한 능력이 아니라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인지능력인 것으로 보인다. 무정함은 폭력보다는 수동적이지만, 타인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가진다. 상대방의 고통을 상상할 수 있는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그런 고통을 촉발하지 않는 행동을 생각하고 행할 수 있다. 친절함은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공감능력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친절한 행동을 목격한 사람은 더욱 친절하게 행동하게 된다.
p.320


그리고 친절은 재생산된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사람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경험하는 것을 통해 새로운 행동양식을 배우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간다. 친절을 경험한 사람은 그것이 가진 긍정적인 에너지에 감화되며 자신도 그러한 행동을 통해 타인에게 기쁨을 전해주고자 하는 동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특정 상황에서 불친절을 겪은 사람은 다른 사람은 자신도 똑같은 행동을 반복할 우려가 있다. 타인은 자신과 같은 불친절을 겪지 않도록 노력하고자 하는 의지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모든 상황에서 친절을 겪을 수는 없다. 따라서 모든 상황에서 (어떤 때에는 자신이 겪지 못한) 친절을 베푸는 것은 분명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상상력과 창의성을 발휘해보자. 남들이 모두 비탈길을 걷는다고 해서 따라 걷지 말고, 모두가 편안하게 걸어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보자. 비록 그것이 거칠고 고된 일이라도, 가치 있는 일이라면 해볼만 하지 않을까.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 친절은 힘든 것이다. 가치 있는 모든 것들이 그러하다.
p.324



10. 세이 쇼나곤처럼 작은 것에 감사하는 법

How to Appreciate the Small Things Like Sei Shonagon


진실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다. 그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쇼나곤은 말한다.
p.337


'정답은 없고, 선택만이 있을 뿐'이라는 말을 가슴 깊이 새기고 사는 편이다. 이 말의 의미에 대해 고민해보기 전에는, 선택의 순간마다 항상 정답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답이 무엇일지에 대해 고민이 길어지고, 내가 선택한 것이 정답이었을까 반성 내지는 후회를 한 적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선택한 행동이 최고의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고 해서 자책하거나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 선택은 당시로서 나에게는 최선이었고 그 결과에 따른 경험을 할 수 있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고 생각한다. '좋았으면 추억이고 나빴으면 경험'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내가 선택해온 나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미래를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 주는 시작이 아닐까 생각한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삶의 기쁨을 즐기려면 느슨하게 쥐어야 한다. 너무 세게 붙잡으면 부서져버린다.
p.341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때가 참 좋았는데. 그 시절이 빨리 지나가는 줄 알았으면 더 즐길걸 그랬어." 대학생이 되어서는 학창시절 추억이, 직장인이 되어서는 대학 시절이, 나이가 들어서는 젊었을적 기억이 이런 식의 생각을 떠오르게 만드는 트리거trigger역할을 한다. 나의 경우 그럴 때마다 이어지는 생각은 이것이다. "그러면 그때로 돌아가도 똑같은 정도로 좋은 삶을 살았을까?" 사실 대부분 행복하거나 기쁜 시절에는 자신이 행복한 상태라는 것을 계속 의식하거나 더 행복해지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 그저 그 시절을 즐길 뿐. 그런데 그 시기로 돌아가서 더 행복해지고 즐기려고 노력한다면? 오히려 원래 있었던 행복마저 흐릿해져 갈 수 있을 것 같다. 기쁘고 행복한 순간은 온전히 즐기자. 억지로 붙잡으려고 하면 놓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며.


이 자그마한 기차 마을을 디자인한 사람에게는 그 어떤 요소도 너무 작거나 너무 사소하지 않다.
p.355


'작은 것'을 챙기는 것에 소홀하여 위험천만한 경험을 했던 작가의 경험을 다시 생각해보면, 결국 '작지 않은 것'을 작은 것이라고 생각하여 벌어진 일이 아닐까 싶다. 운동을 할 때도 대흉근이나 광배근, 대퇴직근처럼 눈에 띄는 근육의 성장에 초점을 맞출 수 있지만, 그 밖에 수많은 근육들 또한 몸의 움직임에 관여하고 있다. 얼굴도 수많은 미세한 근육들의 움직임이 있기에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다. 살다보면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더 중요한 일과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일들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중요한 일을 할 때만큼은 그와 연관된 사소한 것에도 신경을 쓴다면 더욱 성공적인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11. 니체처럼 후회하지 않는 법

How to Have No Regrets Like Nietzche


여백은 무언의 과도기이며, 우리 삶의 흐름이 방향을 바꾸는 지점이다.
p.372


공백이라는 말은 불안하다. 경력의 공백이든 일정의 공백이든, 뭔가가 비어있는 것은 현재의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으로 비추어진다. 그러나 그러한 공백을 의미있는 시기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어떨까? 삶의 경로에는 수많은 변화와 수정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무언가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나는 시점에는 그동안의 익숙했던 것들이 잠시 중단되고 앞으로 뻗어나갈 미래의 경로에 대해 상상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기로에서 머물고 있는 시간을 낭비라고 생각하긴 어렵다. 이전보다 더 나은 길을 찾을 수도 있고, 잠시 쉬어감으로써 이전의 삶을 돌아볼 수도 있다. 만약 지금 자신이 인샌의 분기점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조급해 하지말고 충분히 고민하자. 지금까지 달려왔던 숨가빴던 레이스는 나의 길이었는지, 앞으로 내가 가야할 길은 어디인지.


만약 모든 것이 무한히 되풀이된다면, 인생에 가벼운 순간이나 사소한 순간은 없다. 아무리 보잘것없더라도 모든 순간이 동일한 무게와 질량을 갖는다. "모든 행동은 똑같이 크고 작다."
p.382


영원회귀라는 관점에서 삶이 모든 과정이 반복된다면 어떨까? 아주 작은 사건과 감정들이라도 무한히 반복해서 경험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작고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도 그 영향력이 극대화되어 다가올 수 있다. 저자는 "영원회귀는 자기 삶을 무자비하게 검사할 것을 요구"하고 "영원히 가치 있는 일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준다고 말한다. 지금 내가 스치듯이 지나간다고 생각하는 이 순간도 무한히 되풀이된다고 생각한다면? 그 순간의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자신이 살아온 삶이 반복되지는 않더라도 그 기억은 영원하다. 가치 있는 선택과 행동이 무엇일지 고민해보는 것은 앞으로의 내 삶에 '영원히' 영향을 미친다. 지금은 크거나 작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말이다.


우리는 확실성이 아닌 정반대에서 즐거움을 찾기로 선택할 수 있다.
p.388



12. 에픽테토스처럼 역경에 대처하는 법

How to Cope Like Epictetus


"어떤 것들은 우리에게 달렸고 어떤 것들은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다."
p.403


스토아철학에 따르면, 우리가 하는 행동의 결과는 우리의 의도에 따른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사전에 계획하거나 의도한 것과 관계 없이 그 일이 벌어지는 동안에는 수많은 변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과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무관한 것"이고, 이것에 연연할 필요는 없어진다. 우리의 노력으로 모든 결과나 상황을 바꿀 수는 없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는 바꿀 수 있다. 그리고 만약 결과가 동일하다 하더라도 그러한 변화는 우리가 보내는 시간 속에서 겪을 감정의 흐름을 바꾸어 줄 수 있다.


"사람들을 화나게 하는 것은 문제 자체가 아니라 그 문제에 대한 그들의 판단이다"
p.409


인용문에서처럼 스토아철학은 우리가 감정을 결정하는 것은 그 상황에 대한 우리의 판단이라고 말한다. 같은 상황이어도 어떠한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서 다른 감정이 생겨날 수 있다. 영화 <터미널>의 주인공 빅터 나보스키(톰 행크스)는 미국 JFK 공항에 도착했지만, 자신의 조국 '크로코지아'에서 일어난 쿠데타로 인해 입국심사가 불가능해지면서 공항을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리고 만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좌절하거나, 원망스러운 감정에 지배당하여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하지만 빅터 나보스키는 그러기보다는 당장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고, 결과적으로 공항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즐겁게 지내다가 공항 밖을 나서게 된다. 영화는 '공항에 갇혀 기약 없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라는 문제 상황을 슬기롭게 이겨내는 주인공 '빅터 나보스키'의 지혜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그는 공항을 자신을 가두는 감옥이 아닌 편안한 쉼터로 생각하고 행동했다. 우리를 가두는 것은 고국의 쿠데타나 공항 직원들의 판단이 아닌, 우리의 판단인 것이다.


"무언가를 잃어버렸을 때 그 자리에서 즉시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가질 수 있었던 시간에 감사해라."
p.425



13. 보부아르처럼 늙어가는 법

How to Grow Old Like Beauvoir


사람들은 누구나 노인이 될 수 있다. 나이를 들어간다는 것은 시간을 보내는 과정이고.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서 '노인'이 되었을 때의 나의 모습은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나이를 드는 것이 좋은 것일까? 저자는 프랑스 여행을 하던 중 자신의 딸인 '소냐'와 대화하며 이러한 말을 듣는다. "좋게 나이 드는 건 자유에 더 가까워지는 거야. 나쁘게 나이 드는 건 죽음에 가까워지는 거고." 이 말에서 잘 '늙어가는 법'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나이를 드는 것은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닌, 자유에 가까워지는 과정이어야 한다. 아래 인용문을 통해서는 나이가 들어가는 것에 대한 보부아르의 견해를 살펴보자.


"내가 타인과 맺는 관계, 나의 애정과 우정은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p.463


"노인의 노쇠한 신체에 깃든 두려움 없는 맹렬한 열정은 감동적인 광경이다."
p.468

"강은 점점 더 폭이 넓어지고 둑은 점점 낮아진다. 물은 갈수록 더 잔잔히 흐르다 눈에 띄는 커다란 변화 없이 결국 바다와 어우러지고, 고통 없이 독자성을 내려놓는다."

"나는 젊은 사람들이 좋다. 그들의 계획 안에서 내 계획을 발견하면 내가 죽어서 무덤에 묻힌 후에도 내 삶이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p.474



14. 몽테뉴처럼 죽는 법

How to Die Like Montaigne


죽음이라는 것은 언급하기 어렵고 민감한 주제이다. 그래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은 많아도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죽음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인간은 "아파서 죽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기 때문에 죽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작이 있기 때문에 끝이 있는 것이다. 언젠가 인생의 끝이 있다고 인식하는 것은 살아가는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결국 삶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기도 하다.


몽테뉴는 삶을 잘 살아내지 않고서 잘 죽을 수 없었고,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지 않고서 삶을 잘 살아낼 수 없었다.
p.488


몽테뉴는 죽음을, 자기 자신의 죽음을 온전히 직면하지 않고선 삶을 온전히 살아낼 수 없다고 말한다.
p.489


"어떻게 죽어야 할지 모른다 해도 걱정하지 마라. 때가 되면 자연이 전부 다 제대로 알려줄 것이다. 자연이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해놓을 것이다. 괜히 걱정하지 마라."
p.495


죽음의 해결책은 더 긴 삶이 아니다. 절망의 해결책이 희망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죽음과 절망 모두 같은 약을 필요로 한다. 수용이다.
p.497


몽테뉴는 죽음의 존재를 인정하고 죽음을 직면해야만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언젠가 끝나는 것은 아쉬움을 남기지만 그래서 가치있는 것이기도 하다. 인생을 살아가며 아침마다 침대에서 나오고, 궁금해하고, 걷고, 보고, 듣고, 즐기고, 관심을 기울이고, 싸우고, 친절을 베풀고, 작은 것에 감사하고, 후회하지 않고, 역경에 대처하고, 늙어가는 모든 과정에 의미가 있는 것은 인생에 언젠가 끝이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다가오는 죽음에 앞서 어떤 하루하루를 살아야 할까 고민해보자.

그리고 책을 집중해서 읽고 마음속에 새기고자 노력했던 것은 책에 언젠가 마지막 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덮으며 열 네 명의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떠올려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인생에 철학이 스며들었을까? 그럴 수도, 아직은 아닐 수도 있다. 아무래도 좋다. 중요한 것은 철학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고 '철학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경험을 통해 배우고, 느끼고, 철학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보자. 운명이 허락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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