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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상한호랑이 Jun 14. 2024

「무인도」 -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을 읽었다옹

너의 운명은 네 성격 탓이었으리라

육지의 발끝에라도 달려가 붙어 있거나

아니면 물 속으로 차라리 잠겨버릴 일이지

이만큼 거리를 두고 외따로 떨어져

댓잎으로 바람 향해 울을 치고

아침바다 같은 것들만 네게 오게 하는 것이

오지 못하게 한 것들로 한없이 외롭게 사는 것이


너의 운명은 네 고집 탓이었으리라

떠나온 곳에 대한 사랑을 완전히 버리거나

아니면 네 기슭에 인가 몇 채라도 지어

고즈넉한 사람 한둘쯤은 살게 할 일이지

제 깊은 곳에 상사화 몇 포기 자라게 하고

저녁마다 언덕 위에 왕달맞이꽃 키우면서도

바위너설이 물살이 다 문드러지도록 홀로 사는 것이


부드러운 네 고집 탓이었으리라

댓잎같은 네 성격 탓이었으리라




2024.6.14. 세속의 틈바구니에서 빠져나와 깊은 숨을 내쉬고 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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