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를 읽었다옹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은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곰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은 최초의 악수.
(1942.6.3)
2023.10.23. 세상 모든 원고지가 어둠으로 물들더라도, 양심을 저버리지 않은 문인의 펜촉은 아직 날카로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