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주시초 ― 노루」 -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장진땅이 지붕넘에 넘석하는 거리다

자구나무 같은 것도 있다

기장감주에 기장차떡이 흔한데다

이 거리에 산골사람이 노루새끼를 다리고 왔다


산골사람은 막베 등거리 막베 잠방둥에를 입고

노루새끼를 닮었다

노루새끼 등을 쓸며

터 앞에 당콩순을 다 먹었다 하고

서른닷냥 값을 부른다

노루새끼는 다문다문 흰 점이 백이고 배 안의 털을 너슬너슬 벗고

산골사람을 닮었다


산골사람의 손을 핥으며

약자에 쓴다는 흥정소리를 듣는 듯이

새까만 눈에 하이얀 것이 가랑가랑한다




2025.7.9. 들밭을 노닐어야 하는 그대가 어째 여기 있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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