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읽었다옹
촌에서 온 아이여
촌에서 어젯밤에 승합자동차를 타고 온 아이여
이렇게 추운데 웃동에 무슨 두룽이 같은 것을 하나 걸치고
아랫두리는 쪽 발가벗은 아이여
뽈다구에는 징기징기 앙광이를 그리고 머리칼이 놀한 아이여
힘을 쓸랴고 벌써부터 두 다리가 푸둥푸둥하니 살이 찐 아이여
너는 오늘 아츰 무엇에 놀라서 우는구나
분명코 무슨 거즛되고 쓸데없는 것에 놀라서
그것에 네 맑고 참된 마음에 분해서 우는구나
이 집에 있는 다른 많은 아이들이
모도들 욕심 사납게 지게굳게 일부러 청을 돋혀서
어린아이들 치고는 너무나 큰소리로 너무나 튀겁 많은 소리로 울어대는데
너만은 타고난 그 외마디소리로 스스로웁게 삼가면서 우는구나
네 소리는 조금 썩심하니 쉬인 듯도 하다
네 소리에 내 마음은 반끗히 밝어오고 또 호끈히 더워오고 그리고 즐거워온다
나는 너를 껴안어 올려서 네 머리를 쓰다듬고 힘껏 네 적은 손을 쥐고 흔들고 싶다
네 소리에 나는 촌 농삿집의 저녁을 짓는 때
나주볕이 가득 드리운 밝은 방안에 혼자 앉어서
실감기며 버선짝을 가지고 쓰렁쓰렁 노는 아이를 생각한다
또 녀름날 낮 기운 때 어른들이 모두 벌에 나가고 텅 뷔인 집토방에서
햇강아지의 쌀랑대는 성화를 받어가며 닭의 똥을 주어먹는 아이를 생각한다
촌에서 와서 오늘 아츰 무엇이 분해서 우는 아이여
너는 분명히 하눌이 사랑하는 시인이나 농사꾼이 될 것이로다
2025.9.22. 생의 감각이 바람에 나부끼듯 퍼져 나가는 울림의 한 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