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아닌 인간을 위한 교육은 무엇인가?

『대학에 가는 AI vs 교과서를 못 읽는 아이들』을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1장: AI, 대학에 합격하다


컴퓨터는 전부 수학으로 이루어져 있다. AI는 소프트웨어이므로 역시 수학만으로 이루져 있다. 수학을 알면 실물을 보지 않더라도 AI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어느 정도 상상할 수 있다.
p.64


이 책은 저자인 아라이 노리코 교수를 비롯한 연구팀이 만들어낸 AI '도로보군'이 일본 대학 입학시험을 풀어내 도쿄대학에 자격을 얻어내고자 하는 프로젝트에 기반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보면 저자는 AI의 위대함과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 같지만, 역설적이게도 AI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태생적 한계를 설명하며 시작한다. 그것은 바로 AI가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수학'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현대의 컴퓨터는 수학적인 연산능력이 인간에 비해 뛰어날지는 몰라도 인간이 당연하게 해낼 수 있는 사고과정을 아주 어려운 과정을 통해 해내거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점에 주목하며 글을 써 내려가고 있다.



어떻게 해야 도로 보군에게 뒤처진 80퍼센트의 아이들에게 밝은 미래를 안겨줄 수 있을까?
p.73


위에서 언급했듯이 AI는 '수학'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다른 점에서는 몰라도 수학적인 능력만큼은 인간보다 뛰어날 수 있다. 책에서도 AI 도로보군이 대학입학시험 수학 과목에서 전국 상위 20퍼센트에 드는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다는 부분이 이 점을 뒷받침한다. 즉, 수학 능력에서는 80퍼센트의 학생이 AI에게 뒤쳐지는 것인데, 저자는 이러한 현실로 인해 발생할 미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 문장이 나온 바로 다음 장에서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는 직업군을 나열하면서 그러한 우려가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책에서도 나와있듯이 신기술이 발명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직업군이 생기기 마련이고, 사회 구조의 변화도 불가피할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사회에 대한 통찰과 그에 따른 발빠른 대처가 '80퍼센트의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2장: 도로보군은 왜 도쿄 대학에 들어갈 수 없는가?


우리 인간이 '단순하다'라고 여기는 행동이 사실 로봇에게는 단순하기는 커녕 매우 복잡한 행동이라는 점이다.
p.107

Al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있지 않으며, 어디까지나 '의미를 이해한 척'을 할 따름이다.
p.116


저자는 1장에서 말했던 AI의 한계를 2장에서도 거듭 설명하며 강조한다. 이는 AI의 발전으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는 미래의 인류에 대한 변호가 아닌, AI의 원리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논리적인 설명이다. 사실 AI의 원리를 전혀 알지 못했을 때는 AI가 할 수 있는 능력이 무궁무진해 보였지만, 저자의 설명을 듣고 나니 그 한계가 명확해 보인다. 사실 사람들 중에서도 성격이나 관심사가 다른 사람끼리 대화를 하다보면 의미가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하물며 같은 인간이 아니라 수학을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인 AI는 어떻겠는가? 인간이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와 맥락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수학은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 확률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 통계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얼마든지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밖의 것은 표현하지 못한다.
p.125


AI는 낭만이 아니다. 전자레인지가 그렇듯이 AI는 기술이다.
p. 159


스마트폰에 내장되어 있는 AI인 시리(Siri)나 빅스비(Bixby)와 대화를 하면서 재미를 느껴본 경험이 대부분 있을 것이다. 이들의 적절한 반응이 신기하긴 해도, 그것은 AI가 스스로 생각을 한 것이 아닌, 개발자에 의해 미리 입력된 반응이거나, 수많은 데이터에 의한 통계적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까지 글을 읽고 나니, 저자가 왜 이렇게까지 AI의 한계에 주목하는지 의아하기도 하다. 하지만 아마도 그건 오히려 AI가 인간에 비해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AI는 하지 못하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부각시키기도 한다. 이는 미래 사회를 예측하고 대응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사고과정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3장: 전국 독해력 조사를 통해 드러난 충격적인 현실


저자는 중고등학생의 기초 독해력을 조사하기 위해 연구팀과 함께 리딩 스킬 테스트(Reading Skill Test, RST)를 개발하여 학생들의 독해력을 평가해보고자 했다. 그리고 그 결과, 많은 학생들이 대부분의 영역에서 부족한 독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파악되었다.


문제를 읽고, 이해하지 않고 반복 연습을 통해 푸는 능력이야말로 AI로 대체되기 가장 쉬운 능력이기 때문이다.
p.227


독해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즉, 학생들이 문장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무작정 많은 문제를 기계적으로 풀어내는 방법으로 공부를 하다보면 문제에 쓰여있는 문장을 그대로 이해해서 풀어내지 않아도, 문제의 패턴을 인식하여 어느 정도 정답에 가까운 대답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책에서 반복적으로 설명하고 있듯이 AI가 학습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게다가 AI는 인간과 다르게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활동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러한 학습을 24시간 쉬지 않고 할 수 있다. 즉, 이해와 추론에 기반하지 않은 반복적인 학습은 AI에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능력만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인간에게 기대하는 것은 아직 AI한테는 어려운 '동의문 판정', AI는 해내지 못할 것으로 여겨지는 '추론', '이미지 동정', '구체예동정' 능력이다.
p.239


저자는 AI에게 대체되지 않고 인간만이 할 가능성이 높은 능력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능력을 키워내는 것은 교과서를 읽고 의미를 이해하는, 독해력의 향상을 의미한다. 저자가 문제삼고 있는 것은 학생들의 독해력이 부족한 현실 그 자체도 있지만, 그러한 현실을 재생산해내는 교육 현장에도 있었다. 기업과 사회의 요구로 인해 학교 현장에서 가르치길 원하는 요소들은 늘어가고 있지만, 현실의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교과서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 물론 학교에서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도 의미있는 교육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의미'를 이해하고, 무언가를 배우고자 할 때 필요한 독해 능력이야말로 학생들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능력이라고 하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4장: 독해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닥쳐올 미래


저자는 AI의 도입으로 인해 변화하게 될 미래사회의 모습을 마냥 낭만적으로만 그리고 있지 않다. 과거에서 현재까지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생겨난 것처럼 AI로 인해서도 사라지는 직업이 있는 것처럼 생겨나는 직업들이 있고 더 편안한 세상이 된다는 것이 낙관론자들의 입장이지만, 저자는 새로 생겨난 그 일자리를 해낼 수 있는 비율이 얼마나 될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중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모든 과목의 중학교 교과서를 읽을 수 있고 그 내용을 확실히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도록 가르치는 일이다.
p.253


AI로 인해 새로 생겨난 일자리라고 한다면 그것은 AI가 아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일텐데,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여겨졌던 그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런 사람이 일자리를 잃은 인구 전체의 80%에 육박한다면 어떨까? 일자리가 넘쳐나더라도 그 자리를 채울 사람이 없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더더욱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고 주장한다.


이럴 때일수록 유연함이 중요하다. 인간답게 생물답게 유연해지자. 그리고 AI가 잘하는 분야인 암기나 계산으로 도피하지 말고 의미를 생각하자.
p.272


현재의 교육제도가 AI에 대체될만한 것을 가르치고 있는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AI가 없을 때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AI가 없을 때는 그 역할을 사람이 모두 해야했고, 때문에 그러한 교육 방식은 한동안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중요한 동력이 되어왔다. 그러나 사회가 변하고 있는 만큼 그러한 제도나 방법론이 수정되지 않으면 완전히 새로운 능력이 필요한 세상에서 인간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며 살아가기 힘든 상황에 놓일 것이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 공자 -


새로운 사회에서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중요한 능력이 저자의 주장대로 '의미를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이 될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능력일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어렵다고 해서 생각을 멈추고 지금까지 해온 방식만을 고수하는 것은 더욱 위험한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 인간이 지구라는 행성에서 가장 번영하고 있는 생명체로서 살아갈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인간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존재였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독서모임을 다녀와서


독서토론 시간에는 네 가지 주제를 바탕으로 얘기를 나누었다. 첫 번째 주제는 책을 읽기 전 AI에 대한 생각과 책에서 묘사하고 있는 AI의 차이점이었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 멤버들의 의견은 평소에 생각한 것보다 AI가 전지전능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아무래도 책에서 AI의 원리와 한계에 대해 자세히, 그리고 반복적으로 다루고 있었기 때문에 공통적으로 들었던 생각이었던 것 같다. 두 번째 주제는 각자 개발하고 싶은 AI가 있다면 무엇인지였다. 나는 학교에서 있다보니, 교사가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업무를 AI가 대신 해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외에 사람이 하기 힘들거나 위험한 일들도 AI가 대신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것의 경우 로봇 기술의 발달도 병행되어야 실현 가능할 것 같다.


세 번째 주제였던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은 재밌는 의견들이 많이 나왔는데, 이를 종합해보면 인간이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상황'이나 '의미가 모호한 것'도 이해할 수 있다는 의견으로 수렴할 수 있을 것 같다. 인간 중에서도 한국인에게 특히 발달된 '눈치'를 보는 능력도 이런 맥락에서 언급되었다. 마지막 주제는 일상 생활에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었거나 답답했던 경험, 그리고 이해하는 능력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이었다. 사실 살다보면 의사소통 과정에서 아무리 노력을 해도 상대방의 말이 이해하기 어렵거나, 나 스스로도 모호하게 표현할 때가 많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이해하는 능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표정이나 말투 등 비언어·반어적적 표현과 상황과 맥락을 파악할 수 있도록 인간관계에서 소통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 같다. AI의 능력이 점차 발전할 미래 사회에서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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