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닭을 먹어 보았다
식도락 초심자가 토종닭을 맛봤다. 서울 용당동 맛깨비길에 있는 음식점 이박사의 신동막걸리에서 오마카세 방식으로 ‘신세계鷄’의 별미를 만끽했다.
궁금한 게 생기면 습관처럼 유튜브에 단어를 검색한다. 이번엔 ‘토종닭’이다. 구독자 60만 명을 넘은 채널 ‘정육왕’의 영상 섬네일에 울대·간·계륵을 비롯한 낯선 부위가 이름표와 함께 놓여 있다. 어느 부위인지 모를까봐 친절하게 이름표를 붙이다니 벌써부터 호감이 간다. 10년 넘게 용당동에 자리를 지킨 ‘이박사의 신동막걸리’가 판매하는 토종닭 오마카세おまかせ 소개 영상이다. 3kg의 토종닭이 17가지 부위로 나뉘는 과정부터 채널 운영자가 직접 맛을 음미하고 시청자에게 설명한다. 난 첫 1분만 보고 껐다. 직접 가서 먹기로 결심했으니까.
이박사의 신동막걸리
주소 : 서울 마포구 토정로 263
영업시간 : 월~토 12:00~23:00
토종닭 코스요리 1인 37,000원
나만 빼고 즐기는가 싶을 정도로 오마카세가 외식업계 열풍이라는 기사를 여럿 읽었다. 스시는 물론이고 커피·차·와인·한우까지 여러 음식이 오마카세 방식으로 판매해 인스타그램에 ‘#오마카세’가 늘어난 사실을 소개하는 기사.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으로 시작해 단어 ‘오마카세’의 그래프가 2018년 중반에 급증했다가 줄어들고, 2020년부터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기사. 그리고 집에서 엄마가 차려준 밥을 먹는 기자인 나. 오마카세는 음식점에서 ‘주방장 특선’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주방장이 모든 음식을 고객의 주문 없이도 알아서 내준다. 우리 엄마가 내게 매일 해주던 방식이다. ‘엄마카세’ 주방장은 내게 메뉴 선택권을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엄마를 믿으니까 모든 것을 맡긴다. 신뢰와 책임이 돌고 도는 우리집 식탁의 풍경이 오마카세라 믿으며 이박사의 신동막걸리를 찾아갔다.
이박사의 신동막걸리에 전화로 예약했다. 토종닭 오마카세를 먹기로 결심한 이유는 단순하다. 토종닭의 부위별 맛이 궁금하니까. 프랜차이즈 ‘치킨’ 이외 다른 닭의 맛을 혀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이원영 이박사의 신동막걸리 대표는 토종닭을 총 17가지 부위로 나눈다. 나는 이곳에서 토종닭의 다양한 맛을 경험하기 위해 지갑을 열었다. 결론을 당겨 말하자면, 토종닭의 여러 부위를 씹는 경험은 다른 곳에서 겪은 미감과 구분될 만큼 신선했다. 우선, 3kg 정도의 토종닭이 부위별로 나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목격했다. 크기가 크니까 닭다리 하나에도 넓적다리·다리살·무릎연골이 풍부하다. 널리 알려진 부위를 포함해 닭 울대·꼬리·간·벼슬도 숯불 위에 오른다. 지글지글 소리가 ‘토닭토닭’으로 들리는 건 왜일까.
이원영 대표가 부위별 설명을 직접 해줬다. “다리살과 넓적다리는 식감이 달라요. 종아리와 허벅지라고 보면 되는데요. 다리살은 인대와 힘줄이 많아 탄탄해서 쫀득하고, 넓적다리는 부드러워요. 가슴살은 하얘지면 바로 드시면 됩니다. 가슴살이 퍽퍽하다는 건 편견이에요.” 가슴살은 정말 쫄깃했다. 어느 백숙에서 먹은 가슴살처럼 턱 운동하듯 씹지 않아도 쉽게 잘렸다. 찾아보니 닭의 가슴살과 다리살을 같은 시간 조리하면 안 된다고 한다. 걷는 동물인 닭의 가슴살은 다리에 비해 근육이 적어 보습력이 떨어지는 부위이기 때문에 가열하면 수분감이 금방 빠져나간다. 적절한 방법으로 다른 부위보다 덜 굽거나 삶으면 가슴살도 꽤나 풍부한 육향과 부드러운 식감을 가진다. 그러니까, 결론을 다시 말하자면, 새롭다.
국내에서 많은 소비자가 6~10호(600g~1kg) 닭의 연한 육질을 좋아한다고 알려져 ‘치킨’의 품종은 획일화된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닭에도 뚜렷한 특성을 지닌 품종이 있고, 품종에 따라 육질이 다르며, 맛과 향의 풍미도 무궁무진하다. 프랑스에서는 국물의 맛을 내기 위한 닭, 양념치킨과 프라이드치킨을 위한 닭의 품종을 구분해 소비한다고 한다. 토종닭 오마카세로 한번 신세계를 경험하니 더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없을까 궁금해졌다.
토종닭 요리책이자 토종닭 입문서 《우리 한닭 이야기》에 28가지 요리법이 적혀 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토종닭을 연구한 서울대학교 푸드 비즈니스랩이 어떻게 하면 토종닭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물을 담았다고 한다. 토종닭 손질하기부터 양식·한식·일식·중식·가정식 레시피가 골고루 있다. 책의 소개글을 적으며 마무리한다. “사람들은 토종닭이라고 하면 대부분 특정 품종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시골에서 놓아 기른 닭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토종닭도 엄연히 품종이 존재하며 다양한 특징이 있습니다. 토종닭 품종은 대체로 도톰하고 쫄깃한 껍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꺼운 다리뼈는 최고의 육수를 선사하며, 단단한 육질은 구워 먹을 때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죠. 이 책을 통해 진짜 토종닭은 무엇인지, 우리는 왜 이를 보존하고 즐겨 먹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가는 것, 어떨까요?”
글·사진 객원기자 장영수
토종닭 오마카세 체험기 전문은 매거진 〈SUSTAIN-EATS〉 4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