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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속가능 스튜디오 Apr 22. 2017

스웨덴 아빠들의 삶을 공유하는 이유

육아 전쟁에 뛰어든 스웨덴 육아파파들의 사진들은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스웨덴의 아빠] 사진전이 한국에서 열리고 있다는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미국, 독일,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 열린 이 사진전의 기사를 접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열리면 좋겠다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아빠] 사진전은 제목 그대로 스웨덴의 아버지들을 담은 사진작품들을 전시하는 사진전이다. 사진에 담긴 아버지들은 20대부터 40대까지, 대학생, 공무원, 엔지니어부터 예술가, 목수, 건축가까지 모두 다른 배경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두 가지 공통점이라고 하면 스웨덴의 아버지라는 것과 6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쓰고 자녀를 돌보고 있다는 육아파파들이라는 것이다.


스웨덴에 살며 실제로 육아휴직을 쓰고 평일 낮에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스웨덴 아빠들을 많이 보았다. 전에도 <SBS 스페셜 아빠의 전쟁> 다큐를 통해 소개된 스웨덴의 라떼파파와 양성평등을 지향하는 육아휴가 정책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스웨덴에서 보낸 시간이 좀 더 길어졌고 그 시간 동안 더 다양한 스웨덴 사람들을 만나며 스웨덴의 육아정책에 대해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와 남편 역시 이제 곧 결혼한 지 1년이 되는 커플이기에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이야기가 멀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한국의 친한 친구들도 대부분 결혼을 하고 이제 하나둘 아이를 낳고 키우고 있기에 실질적인 육아에 대한 것은 그 친구들을 통해 가장 많이 듣고 보지 않았나 싶다. 한국 친구들의 이야기와 스웨덴 친구들의 이야기를 동시에 들으며 두 나라의 차이점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스웨덴의 우수한 육아 휴직제도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어린 자녀를 둔 부부는 누구나 부부 합산 총 480일의 유급 육아 휴직을 쓸 수 있다. 480일 중 아빠와 엄마는 각각 최소 90일을 사용해야 하며 390일 동안 월급의 약 80%를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 2008년부터는 부모의 자녀양육 분담을 위해 ‘양성평등 보너스 제도’를 도입했다. 남성 육아휴직 시 세액공제 추가 혜택을 주는 제도다. 부모가 각각 2개월을 사용한 뒤 나머지 유급 육아휴직 9개월을 부부가 동등하게 나눠서 사용하면 양성평등 보너스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또한 스웨덴의 보육시설은 철저히 맞벌이 가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 예로 엄마 아빠 모두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경우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길 수 있는 시간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현저히 늘어난다. 이렇듯 스웨덴 사회가 여성의 경제 활동을 적극 권장하는 이유는 양성 평등을 증진하고자 하는 의지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이런 복지정책을 통해 스웨덴의 국가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이 사진전은 스웨덴의 훌륭한 육아휴직 제도와 양성평등에 기여하고 있는 스웨덴의 아빠들을 홍보, 또는 자랑하기 위해서 열리는 걸까...? 예상하시겠지만 그 이유만은 아니다.






더 평등한 스웨덴 사회를 위한 14% '스웨덴 아빠'들의 노력 

이 사진전에 참여한 스웨덴의 사진작가 요한 배브만은 이렇게 좋은 부모 육아휴직 제도와 독특한 보너스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스웨덴 부모의 14%만이 평등하게 육아휴직을 쓰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실제 그의 작품에 6개월 이상 동안 육아휴직 쓰고 아이와 함께 집에 머물기를 선택한 이 14% 아빠들의 사진을 담았다. 그는 스웨덴의 아빠 프로젝트를 통해 이 작은 비율의 아빠들이 다른 아빠들보다 더 긴 육아휴직을 쓰기로 결정했는지, 또 그 경험을 통해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에 대해 소개하고자 했다. 그는 14%에 속하지 못한 대다수의 스웨덴 아버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고자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요한 배브만의 사진전은 스웨덴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아래 사진들을 보면 알겠지만 스웨덴의 육아파파들은 몹시도 피곤해 보인다. 나도 친구들을 보며 느끼는 것이지만 육아는 정말 어렵고 힘들다. 괜히 육아전쟁이란 말이 생긴 것은 아니니라. 이렇게 힘든 육아전쟁을 엄마 혼자 치러나갔던 때(그리고 지금)는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스웨덴에서도 일부인, 긴 육아휴직을 당당하게 사용하고 사회인식을 바꿔보고자 하는 이 육아파파들, 정말 멋있다.



 8개월간 육아휴직을 쓴 아빠 패트릭 (출처: Patrik_Barrsäter by Johan Bävman)
10개월간 아들과 함께 한 아빠 어반 (출처: Urban_Nordh by Johan Bävman)
둘째를 돌보고자 6개월 육아휴가를 쓴 아빠 안드레아스 (출처: Andreas_Bergström by Johan Bävman)
 9개월째 두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아빠 후안 (출처: Juan Cardenal by Johan Bävman)



그렇다면, 스웨덴의 아빠들만 할 수 있을까?

이 스웨덴 육아파파들의 사진들은 여러 나라에서 전시되었다. 스웨덴 대사관은 여러 나라들과의 협력을 통해 스웨덴 아빠들이 육아 휴직을 통해 가족 간의 관계 변화를 경험하고 부모가 함께 쓰는 육아 휴직의 의미를 이해하는 과정을 공유함으로써 스웨덴이 중요시하는 평등의 가치와 가족 간의 유대를 함께 이야기해보고자 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독일, 스위스, 미국, 중국, 우간다, 루마니아, 이란 등 다양한 나라의 스웨덴의 아빠 사진전을 찾아보던 중 가장 흥미롭고 또 의미 있다고 생각했던 나라는 우간다였다. 우간다의 캄팔라에서 열린 스웨덴의 아빠 사진전에는 스웨덴 아빠들만 있지 않았다. 스웨덴 아빠들의 사진 작품들과 함께 사전에 공모했던 <우간다의 아빠 사진전>이 함께 열린 것이다. 아래 세 작품들은 실제 공모를 통해 출품된 작품들이며 우간다의 아버지들이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담고 있다. 아래 사진들을 보면 알겠지만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부모의 즐거움이란 국적을 막론하고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법인가 보다.


스웨덴의 육아파파들의 사진만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로 하여금 영감을 받은 현지 국가의 아버지들을 사진으로 담아낸다는 것은 실로 의미 있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그저 스웨덴 아빠들의 사진을 보고 뭔가를 느끼는 것보다 직접 자녀와 시간을 보내며 그들의 시간을 공유하고 그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다시금 여러 사람과 나누는 것이 주는 효과는 실로 엄청날 것이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도 육아휴직을 쓰고 있는 여러 아빠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담고 전시하며 여러 사람들에게 그들의 경험을 공유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물론 이런 '한국의 아빠' 사진전을 위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은 국가가 보장하는 탄탄한 육아정책과 기업의 변화, 그리고 사회 인식의 변화겠지만.



우간다 캄팔라에서 열린 스웨덴의 아빠 사진전 (출처: Embassy of Sweden in Kampala 페이스북 페이지)
꽉 들어찬 전시장 (출처: Embassy of Sweden in Kampala 페이스북 페이지)
스웨덴 라떼파파의 차세대 경쟁자들, Ugandan Dads 사진전 (출처: Embassy of Sweden in Kampala 페이스북 페이지)
우간다의 아빠 사진 경쟁작 중 1등 작품! (출처: Embassy of Sweden in Kampala 페이스북 페이지
역동적인 우간다의 아빠와 아들 (출처: Embassy of Sweden in Kampala 페이스북 페이지)
부자의 웃음이 아름다운 작품 (출처: Embassy of Sweden in Kampala 페이스북 페이지)




아빠들이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하루 평균 6분'이라는 안타까운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저들과 같은 가족 안에서의 즐거움과 행복이 삶 곳곳에 작게나마 숨어있을 것이다. 가족을 위해 전쟁 같은 직장생활을 버티고 있는 한국의 아버지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육아 복지정책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어머니들, 그들 모두에게도 가족과 함께 하는 충분하고 평등한 행복이 주어지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스웨덴에서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한국분을 만나 스웨덴의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양성평등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분이 하신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양성평등은 학교에서도 배우지만 가정에서 엄마와 아빠가 맞벌이로 일하는 모습, 부모가 가사 분담하는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는 것 같아요."

가족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양성평등을 경험하는 스웨덴 아이들은 어떻게 자라날까. 남성의 육아휴직 기간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평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며 살아가는 이 곳 사람들 또한 태어날 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닐 것이다. 국가의 탄탄한 육아 복지정책과 그에 수반되는 사회적 인식 개선을 통해 한국의 가정도 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국의 아이들에게도 엄마와 아빠가 동등하게 일하고 함께 가족을 지켜나가는 모습을 보고 자랄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면, 우리 사회도 변할 수 있지 않을까.



*요한 배브만(Johan Bävman)은  스웨덴의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내가 사는 룬드에서 가까운 말뫼에 거주하고 있다. 그가 찍은 스웨덴 아빠들의 사진은 한국뿐 아니라 우간다, 루마니아, 독일, 스위스, 미국, 중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전시되었다. 스웨덴의 아빠(Swedish Dads) 시리즈뿐 아니라 탄자니아 알비노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알비노-태양의 그늘에서(Albino – In the shadow of the sun) 시리즈, 스웨덴 도시의 바이킹(Urban Viking)등 다양한 스토리가 담긴 요한 배브만의 사진은 그의 홈페이지(http://www.johanbavman.se)에서 감상할 수 있다. 스웨덴 아빠 시리즈 사진들은 사진집으로도 발간되어 전 세계에 판매되고 있다.



*앞으로 예정된 [스웨덴의 아빠] 사진전 일정

4월 24일(월) - 5월 2일(화) 서울지방고용노동청

5월 5일(월) - 12일(금) 경기도 용인시청

5월 22일(월) - 31일(수) 부산여성가족개발원 

6월 26일(월) - 7월 7일(금) 충청남도 여성정책개발원 

10월 23일(월) - 11월 6일(월) 인천여성가족재단 

11월 13일(월) - 30일(목) 전라남도 광주여성재단 

12월 11일(월) - 29일(금) 전남여성플라자 

(향후 일정은 변경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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