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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속가능 스튜디오 May 12. 2017

자전거, 취미를 넘어서
교통수단이 되다

자전거로 어디든 갈 수 있는 스웨덴에서 시작된 자전거 라이프



스웨덴에 와서 살면서 우리 부부는 의도치 않게 미니멀 라이프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일단 한국에 있는 살림들을 모두 챙겨오는 것이 불가능했고, 현재 스웨덴 생활도 임시적이어서 꼭 필요한 것들 아니면 물건을 거의 사지 않았다. 그래서 적은 물건들로 아기자기하게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 이렇게 나름 무소유를 실천하는 스웨덴 생활에서도 '이것만은 꼭 필요하다.'라고 생각하는 소중한 친구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스웨덴에 와서 우리의 발이 되어준 자전거이다. 가끔 타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서울에서 집을 나선 후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듯 우리의 일상에서 떼놓을 수 없는 자전거. 지금은 매일매일 열심히 페달을 굴리며 이 작은 도시를 돌아다니고 있다. 


오늘은 스웨덴 룬드 생활에서 자전거의 의미와 우리의 자전거 라이프, 또 룬드의 자전거 생활을 가능하게 해주는 이곳의 자전거 인프라와 정책, 스웨덴의 자전거 문화 등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한국에 있을 때는 가끔 취미로 자전거를 탔고 한강이나 여의도, 뚝섬에 나들이를 가서 1~2시간씩 탔는데 스웨덴에서는 자전거 타기가 취미를 넘어서 교통수단이 되었다. 지금부터 교통수단으로써의 자전거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우리 부부의 자전거 생활 

이곳에 도착한 게 작년 8월이고 지금은 5월이다. 룬드에 도착해 집 정리를 어느 정도 하고 나서 가장 먼저 알아본 게 자전거를 사는 일이었다. 스웨덴 교환학생 경험이 있는 아내는 룬드에서 생활하는데 자전거가 필수라며 온라인, 오프라인을 열심히 뒤졌다. 이 곳에서 새 자전거는 평균적으로 너무 비싸서 (30만 원 이상) 중고로 알아봤는데 새 학기가 시작되는 기간이라 수요가 많다보니 오프라인에서는 중고도 15만 원 이상인 경우가 많았다. (상태가 별로 안 좋은 자전거도 비슷했다.) 그래서 자전거 가게를 가는 대신 블로켓 (https://www.blocket.se) 이라는 스웨덴 중고 거래 사이트(스웨덴의 중고나라로 여겨짐)를 열심히 찾아봤는데 그중에 괜찮은 자전거를 발견해서 좋은 가격(한화 약 9만원)에 살 수 있었다. 이렇게 우리 부부의 스웨덴 자전거 생활은 시작되었다.


우리 부부의 자전거 둘


이렇게 자전거를 사고 난 뒤, 자전거는 우리 부부에게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되었다. 항상 아침마다 수업이 있는 아내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간다. 나 역시 스웨덴어를 배우러 학교를 가는데 여기에 갈 때, 자전거를 탄다. 버스는 자주 오지 않고 목적지까지 걸어가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여름에도 겨울에도 늘 자전거와 함께 한다. (이 곳에서도 겨울에는 눈이나 비가 자주 와서 사람들이 자전거를 잘 안 타지만 우리는 비와 눈을 헤치면서 매일 자전거를 탔다. 덕분에 아내의 겉옷과 바지에는 늘 흙탕물 자국이 있었다...)


이렇게 화창한 여름에 나들이를 갈 때, 자전거를 타고 교외로 나간다
아내가 공부하는 학과 건물 앞. 눈이 펑펑 내리던 날 자전거는 딱 한 대, 바로 아내의 자전거다.
눈밭에서 자전거를 타면 신이 난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기도 하고.
눈밭에서 구르고 난 뒤, 자전거에 덕지덕지 붙은 눈


이렇게 우리 부부는 자전거로 룬드 교외 나들이를 가거나 학교 통학을 하거나 시내에 간다. 아내와 나는 통학 때문에 매일 30분 이상 자전거를 탄다. 그 덕분인지 날이 갈수록 하체가 튼튼해지고(?) 시간을 따로 내지 않아도 일상에서 운동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스웨덴은 서울보다 교통비가 비싼 편인데 그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전거는 다른 교통수단보다 환경에 영향을 덜 끼친다. 우리는 자전거 라이프를 통해 배움을 실제 삶에 적용시켜서 지속 가능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작은 도시 룬드에서 자전거란? 

우리가 살고 있는 스웨덴 룬드는 대학 도시이다. 이 곳에는 룬드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교환학생, 대학생, 대학원생, 교직원 등 대학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학생의 신분으로 자동차를 사기엔 부담이 되고 대중교통보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게 통학에 여러모로 더 효과적이라 생각된다.) 


이 곳에서는 룬드 대학교의 학생뿐만 아니라 아이를 뒷좌석에 태우고 가는 엄마, 자전거를 이용해 등교하는 어린 아이들,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등...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얼마 전에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멋진 경찰관들의 모습을 보고 감탄하기도 했다. 도시 어디서든 자전거 주차장을 쉽게 볼 수 있고 시내 중심가의 도로에서는 자동차보다 더 많이 돌아다니는 자전거들을 볼 수 있는 것도 룬드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룬드의 자전거 주차장은 항상 꽉 차 있다.
룬드 중심가의 모습. *출처 : https://www.routesnorth.com
자전거를 탄 멋진 경찰관들



가장 효율적인 교통수단은 자전거

내 생각에 비용과 소요 시간을 모두 고려했을 때, 룬드에서 가장 효율적인 교통수단은 자전거이다. 룬드 안에서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에는 자가용, 택시, 버스, 자전거, 도보가 있다. 우선 자가용은 편리하고 목적지까지 가는데 시간이 가장 적게 들겠지만 구매와 관리에 돈이 많이 들어서 유학생들은 잘 이용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택시인데 역시 속도와 편리성에선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 여기서 택시에 탑승하면 기본요금이 65 SEK(약 8200원) 이다. 그리고 1km당 9.57 SEK(약 1200원)의 요금이 붙는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여기에선 원한다고 해서 아무 데서나 택시를 탈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처럼 도로에 택시가 자주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고 택시를 볼 수 있는 곳도 역 앞과 룬드 시내 중심이다. 특별히 택시를 타야할 일이 있다면 전화로 택시를 불러야한다. 다음으로 버스의 경우, 버스 요금은 1회 탑승에 약 2,800원 정도이고 처음 카드를 찍고 난 후 1시간 반 정도 무료 환승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곳의 버스 노선은 직선 노선이 아니고 여기저기 도시를 돌아가는 노선인 경우가 많다. 배차 간격도 주말 밤의 경우에는 20분 정도이다.


우리의 경우를 예로 들면 집에서 6.3km로 정도 떨어진 큰 쇼핑몰에 가려고 할 때,

도보로는 45분/ 버스로 30분(대기 시간 불포함)/ 자전거로 12분/ 택시로는 6분(구글맵 기준)이 걸린다.

이 때 버스 요금은 2,800원/ 택시는 18,000원/ 자전거는 물론 0원이다.


룬드는 우리가 살던 서울에 비해 굉장히 작은 도시이다. 서울은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의 거리가 약 40Km 정도인데 반해, 룬드는 6Km 정도의 거리이다. 인구와 면적, 교통 체계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우리는 분명 서울에 살 때와는 다른 형태의 삶을 살고 있다. 서울에서는 목적지까지 이동하기 위해 지하철이나 버스 등을 이용했고 40분 ~ 1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룬드에서는 주로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도시 어디든 자전거로 40분 안에는 닿을 수 있다.(물론 사람마다 매우 다르겠지만)


룬드 대학교의 모습 *출처: Aline Lessner/imagebank.sweden.se



버스 기사님이 그녀에게 따봉을 날린 이유

룬드에 살고 있는 한 친구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친구는 우리처럼 자전거를 타며 룬드 생활을 하고 있다. 어느 날 이 친구는 여느 때처럼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굴리며 천천히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었다. 그 도로에는 자전거 전용 도로가 따로 없어서 차도 한 쪽을 이용하고 있었다. 오르막 경사 때문에 자전거 속도도 안 나고 힘들고... 자전거 도로가 없어서 길 가장자리로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버스가 나타났고 자전거 뒤를 졸졸 따라오더란다. 민망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버스가 나를 앞질러 갔으면 좋겠는데.'라고 생각했지만 버스는 자전거를 추월할 생각을 하지 않고 오르막길을 오르는 내내 조용히 자전거 뒤를 따라왔다. (얼마나 부담스러웠을지...;) 결국 오르막길이 끝나자 자전거 도로가 나타났고 그 친구는 자전거 도로로 올라갔다. 그제야 버스는 속도를 냈고 자전거를 추월해 지나갈 때, 버스 기사님이 이 친구에게 웃으며 '따봉'을 날렸다고 한다. 아마 '고생이 많았다. 힘내라!' 정도의 따봉이지 않았을까?

아내 또한 비슷한 일을 자주 겪었다. 자전거 도로가 없는 차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느낌이 이상해서 뒤를 돌아보니 버스가 클랙슨도 울리지 않고 계속해서 자전거 뒤를 졸졸 따라오고 있었다고 한다. 아내가 상황 파악을 하고 도로 한쪽으로 비켜서 달리자 그제서야 버스가 천천히 추월해 갔다고.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룬드의 보행자, 자전거 중심의 교통 문화를 이야기하고 싶어서이다. 이곳에 와서 가장 먼저 체감했던 문화의 차이는 보행자 중심의 교통 문화였다. 사실 큰 도시일수록, 자동차 통행량이 많은 도시일수록 자동차가 교통 문화의 중심이 된다. 우리가 여행을 갔던 시드니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지나가는 자동차에 클랙슨 폭탄을 맞았던 일, 서울에서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 쫓기듯 종종걸음을 했던 일들을 떠올려 보면 보행자는 늘 약자이고 알아서 차를 피해 다녀야 하는 존재였다.

하지만 룬드에서는 이 상황이 반대이다. 보행자가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를 건넌다거나 횡단보도 근처에 있다거나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낌새를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자동차들은 대개 정지, 정지, 정지를 한다. 나는 아직까지 '차 조심' 습관이 몸에 배어있어서 좌우를 살핀 후 횡단보도를 건너지만 이곳 사람들은 차가 오든 말든 별 신경을 안 쓰고 횡단보도를 건넌다. 운전자가 보행자를 살피고 먼저 정지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이다.

또한 횡단보도를 아무리 천천히 지나가더라도 재촉하거나 옆으로 비켜서 지나가려는 운전자가 없다. 느긋하다고 할까? 작은 도시라서 그런지 급할 것도 없고 교통 정체도 없다. 차들은 과속을 하지 않고 클랙슨도 잘 사용하지 않는다. 10개월 동안 살면서 자동차 경적 소리를 들은 것이 5번 정도 되는 것 같다. 운전자들끼리 얼굴 붉히며 싸우거나 언성을 높이는 것도 본 적이 없다.(하긴 지금까지 스웨덴에서 생활하면서 거리에서 언성 높이고 싸우는 걸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이곳 사람들은 모두 으슥한 곳에서 싸우나보다...)

룬드 역 앞은 기차 이용객들로 늘 북적인다. 역 앞에는 횡단보도가 있는데 때론 이곳을 건너는 행렬이 끊어질 듯 이어지기도 하고 뒤따라 한 사람이 천천히 횡단보도를 건너기도 한다. 하지만 운전자는 길 좌우에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 때, 차를 움직인다. 나는 지금까지 겪었던 교통 문화와 완전히 다른 룬드의 보행자 중심 교통 문화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자전거, 보행자 전용도로. 실선으로 보행자와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길을 따로 구분해 뒀다.
전용 도로 안에서도 보행자와 자전거는 각각 우측통행을 한다. 사진 속 자전거 한 대가 화살표 방향으로 우측통행을 하고 있다.


이러한 교통 문화는 자전거 또한 보행자처럼 생각한다. 이곳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면서 수신호를 잘 사용한다. 왼팔을 뻗으면 좌회전, 오른팔을 뻗으면 우회전이라는 의미인데, 수신호를 통해 내가 갈 방향이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알려주면 지나가던 차들도 서행을 하고 자전거를 먼저 보내준다. 위에서 이야기했듯, 자동차와 도로를 함께 사용하게 되는 경우에도 자전거 통행을 존중해준다. 하지만 자전거가 우선시 된다고 사람들이 자전거를 난폭하게 타지는 않는다. 오히려 속도를 준수하고 우측통행을 하며 밤에는 조명도 꼭 달고 탄다.



도시에 거미줄처럼 깔린 자전거, 보행자 전용도로 

룬드에는 보행자와 자전거를 위한 전용 도로가 도시 구석구석에 깔려있다. 룬드 시내 중심은 도로가 좁아서 자동차와 자전거가 도로를 함께 쓰지만 중심부를 제외한 나머지 도로는 자전거, 보행자 전용 도로가 존재한다. 이로 인해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고 어디든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다. 아래는 룬드에 있는 자전거 도로들을 찍은 사진들이다.


자전거와 보행 전용 도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표지판이다. Ej moped는 오토바이 통행금지라는 뜻이다.
자동차가 지나갈 수 없도록 장애물을 설치해 뒀다. 바로 옆에 차도가 있는데 운전자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것 같다.
사진에서 보이는 세 갈래 길 모두 자전거, 보행자 전용도로이다. 이 전용도로는 끝없이 펼쳐져 있고 이웃 도시까지 연결된다.
자전거를 위한 표지판도 있다. 우리 집 방향으로 가려면 직진을 하라고 안내해 준다.
왼쪽은 차도, 그 옆의 길은 자전거와 보행자를 위한 전용 도로이다. 자전거, 보행자 전용 도로 역시 똑같은 아스팔트 길이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룬드의 차도 옆에는 대개 자전거, 보행자 전용 도로가 존재한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자동차 도로는 넓지 않다. 시내 중심과 일반 도로는 왕복 2차선이고 외곽 지역은 넓어야 왕복 3~4차선 정도의 도로이다. 도로가 넓지 않지만 인구가 적어서 자동차 통행량도 적고 교통 정체도 없다. 서울에서 살 때는 왕복 10차선이 꽉 들어찬 것에도 익숙했었는데 룬드의 툭 트여진 도로를 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참 묘하다.



내 집 앞에 주차를 해도 돈을 내야 한다?! 

이곳에서는 자기 집 차고가 아닌 이상, 거의 모든 주차장에 주차료를 부과한다. 경우에 따라선 1~2시간 무료, 오후 6시 이후 무료 등 주차료 징수에 예외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주차에 요금을 부과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학생 아파트 앞 주차장도 주차비를 부과한다.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예외가 아니다. 룬드는 주차 공간이 부족하고 주차난이 있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차를 댈 만한 곳은 일반적으로 하얀색 선이 그려져있고 그곳은 어김없이 유료 주차의 공간이다. 우리나라처럼 주차장 아닌 공터 = 무료 주차의 개념이 아닌 것이다.


주차를 하고 나면 주변에서 이런 기계를 쉽게 볼 수 있다.
주차료 부과 시간은 9~18시, 평일에만 돈을 낸다. 동전을 넣고 주차권을 뽑으면 정해진 시간만큼 주차를 할 수 있는 구조.
집 근처 아파트 주차장. 자기 집 앞에 주차를 해도 돈을 내야 한다.
주차료 납부 기계 옆에 주차되어 있는 많은 자동차들. 유료 주차장이고 주차료는 매일 0~24시까지 항상 부과된다.
아파트 주차장인데 주차장을 운영하는 회사가 따로 있다. 주차 요금은 1시간에 600원, 하루 4,000원, 한 달 40,000원 정도이다.


주차료가 비싸지 않지만 주차장(집 앞 주차장 포함)에 요금을 부과하는 체계는 자동차 소유와 주차 공간 사용에 대해 돈이 아닌 책임을 부과하려는 그들의 인식을 보여준다. 또한 룬드는 유럽의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오래된 건물을 부수지 않고 보존하려는 전통이 있다. 기존 도시 형태와 도로 체계를 되도록 유지하고 보수해 나가는 방식으로 도시가 존재한다. 그 때문에 시내 중심으로 갈수록 도로가 좁아지고 일방통행인 곳이 많다.(스톡홀름에도 일방통행인 도로가 많다) 즉,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가 좁고 가까운 거리일지라도 일방통행이라서 빙빙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 역시 자동차에게는 좀 더 불편한 구조일 수 있다.



자전거를 탈 때 지켜야 할 법과 의무

스웨덴에서는 자전거를 탈 때, 지켜야 할 법이 있다. 이 법을 어기면 경찰에게 벌금을 물게 된다. 우리는 단속 경찰들을 보지 못했지만 가끔 룬드 시내 중심가에 아침부터 경찰이 지키고 서서 지나가는 자전거들을 단속한다고 한다. 법규를 지키지 않은 자전거를 불러 세워서 즉시 벌금 납부를 하게 한다고. 재미있는 사실은 '나 현금이 없어.'라고 하면 휴대용 카드 결제기를 눈앞에 보여주며 카드로 결제하라고 한단다. 참으로 현금 제로를 지향하는 사회답다(^^)


어린이들에게 헬멧 착용은 필수이자 의무이다. *출처: Ann-Sofi Rosenkvist/imagebank.sweden.se


스웨덴에서 자전거를 탈 때 지켜야 할 법 규정이 있는데 몇 가지를 소개해보면,

1. 자전거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브레이크와 벨이 있어야 한다. 자전거의 앞과 뒤, 측면에는 반사판이 있어야 한다.

2. 일몰 후, 자전거를 탈 때에는 자전거 앞(흰색)과 뒤(붉은색)의 조명을 켜야 한다.

3. 하나의 자전거에 두 명 이상 타면 안된다. (자전거 뒷자리에 어린이 좌석을 부착하고 아이를 태우는 건 괜찮지만 영화의 한 장면처럼 두 사람이 한 자전거에 타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 

4. 15세 미만의 어린이는 헬멧 착용이 의무이다.


이러한 법 규정 외에 스웨덴 사람들은 자전거를 탈 때 수신호를 많이 사용한다. 왼팔이나 오른팔을 뻗어서 내가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지 주변의 모든 사람(자동차)에게 미리 알리는 것이다. 그러면 다른 자전거나 보행자, 자동차와 동선이 꼬이거나 사고가 날 위험이 줄어든다. 나도 처음엔 수신호를 하는 것이 어색했지만 요새는 좌회전, 우회전을 할 때 수신호를 자주 사용한다. 스웨덴의 자전거 관련 안전 법규와 자전거 문화는 본인이 자전거를 안전하게 타고 더 나아가 타인의 안전도 지킬 수 있게 도와주는 요소들이다.





이번 글은 룬드라는 도시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 편한가?를 이야기하고자한 목적도 있지만 그보다 이 도시가 도로를 깔고 교통 체계를 설계할 때, 정부와 시민, 행정가들이 추구했던 방향이 무엇이었는지 알아보고 싶은데 있었다. 앞에서 언급했듯 룬드는 대학 도시이고 인구가 적으며 도시의 크기가 작다. 이런 조건을 고려해 본다면 버스나 자동차 외에 자전거라는 특별한 교통수단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수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수백만 대의 자동차와 수천만의 인구가 생활하는 서울과 10만의 인구를 가진 작은 도시인 룬드를 단순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인구, 면적을 가진 도시와 룬드를 비교할 수 있다면 도로와 교통 체계를 설계한 사람들의 철학 차이를 알 수 있다. 곧고 넓게 뻗은 아스팔트 도로는 효율과 속도를 뜻하지만 그 안에 자전거와 보행자는 설 곳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횡단보도의 녹색 신호등은 왜 그리도 짧은지... 늘 종종걸음 치다가 결국에는 왜 뛰다시피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걸까? 또한 보행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에서 자동차가 보행자를 위해 정지하는 장면은 왜 익숙하지 않을까? 


우리에겐 좀 더 안전하게 걸어 다니거나 전용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닐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는 효율성으로 대표되는 자동차 중심의 교통 문화를 가졌지만 앞으로는 보행자와 자전거도 자동차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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