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9일 차
우리 아들, 하룻밤만 더 자면 신생아에서 졸업하는구나.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매일매일 성장하느라 애쓰고 있지. 하루가 다르게 얼굴이 또렷해지는 널 보면서 참 많이 기쁘고 아쉽단다. 시간이 빨리도 흐르니 말이야.
우리 아들은 벌써 속싸개를 귀찮아하기 시작했어.
마음대로 되지 않는 팔과 다리 때문에 놀라지 말라고 속싸개를 싸두는데, 슬슬 답답하다고 느끼는 모양이야. 이제 팔, 다리 정도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작은 독립선언 같이 느껴져 마냥 귀엽단다.
어릴 때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나'인 것 같아 아들아. 엄마도 그랬단다.
원하는 것은 뜻대로 되지 않고, 마음의 화는 쉽게 다스려지지 않았지. 의도치 않게 말이 삐딱하게 나가기도 했고, 나의 마음 좀 알아달라며 동굴 속으로 더 숨어버리기도 했어.
지금은 부모가 속싸개를 싸주며 '놀라지 말아라. 괜찮단다. 곧 팔과, 다리가 너의 말을 잘 들을 거야. 아직 서툴러서 그렇단다.' 다독여주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우리가 해줄 수 없는 속싸개가 많아질 거란다.
걱정도 앞서지만, 우리 아이가 맞서야 하고, 이겨내야 하고, 피할 수 있다면 피할 줄도 알아야 하기에 그저 응원할 뿐이란다.
속싸개에 번데기처럼 돌돌 말린 채 얼굴만 빼꼼 내밀고 자고 있는 아들. 그 옆에 이불을 돌돌 말고 누워 쪽잠을 자보려는 엄마. 누군가가 봤다면 우리 둘의 모습이 똑 닮아있었을 거야. 귀엽지?
엄마도 이불속에서 꼼지락 거리며 편한 자리를 잡고, 그 속의 공기를 나의 체온으로 따뜻하게 데우는 그 시간을 좋아한단다. 안전하게 잠드는 기분이랄까. 우리 아들도 지금 그런 기분이겠지?
어른이 되어서는 너의 속싸개는 스스로 만들어보렴. 그게 이불이어도 되고, 나만의 시간이어도 되고, 여행이어도 된단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들을 나에게 잘 붙여놓고 길들이는 시간, 적응하는 시간, 훈련하는 시간을 가져야 해. 그게 속싸개의 힘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