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기, 지금을 기억하지 못해서 다행이다

생후 30일 차

by 김적당

육아는 체력전이란다.


3시간마다 수유를 해야 하고, 넌 쉽사리 잠들지 않아 심혈을 다해 재워야 한단다. 그렇게 공들여 재웠건만 1시간 겨우 자고 일어날 때도 있지.

엄마는 매일 쪽잠의 연속이라 이젠 머릿속이 멍청해진(?) 기분이야. 또렷하지 못한 상태로 널 보고 있단다.


너의 찡긋 윙크 하나에 마음이 사르르 녹고, 엄마를 빤히 바라봐주는 눈빛에 미소가 절로 나와.

그래도 사람인지라 몸이 힘든 것은 사실이란다.



가끔은 너에게 '제발 좀 자'라고 짜증도 냈고, 배가 고파 허겁지겁 밥을 먹는 너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무표정으로 지켜볼 때도 있었단다.

엉덩이에 묻은 똥을 닦아주고 있는데, 오줌을 싸버려 당황하기도 했고, 2시간을 넘도록 우는 널 보며 왜 그러냐며 꽉 안기도 했어.




거울을 보니 엄마의 얼굴이 참 안 예쁘더구나.


우리 아들이 지금의 엄마 얼굴을 다 기억한다고 생각하니 큰일이다 싶었어.

지금을 기억하지 못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신이 사람을 만들 때, 2-3살까지는 엄마와 아빠가 서툴고 부족하니 '몰라도 된단다'며 기억하지 않도록 한 게 아닐까?




우리 아기가 얼마나 예뻤는지는 엄마가 다 기억할게.

맛있게 먹는 모습이 얼마나 예뻤는지,

새근새근 잠든 모습이 얼마나 천사 같았는지,

포동포동 살이 오르는 너의 몸이 얼마나 귀여웠는지,

엄마 찾는 가짜 울음 속에 섞인 옹알이가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엄마가 다 기억할게.




우리 아기는 엄마의 품냄새, 엄마의 손길, 엄마의 자장가만 기억해 줘.

엄마가 안아주면 더 품에 안기고 싶어 얼굴을 요리조리 파묻곤 했지.

먹다가 잠들면 엄마가 날 다정하게 불러줬지.

자고 일어나서 엄마 웃는 얼굴을 보면 안심이 되었지.

잘 자라고 뽀뽀해 주면 기분이 좋아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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