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을 주고 싶지 동정표를 받고 싶진 않아

장사 쉽지 않네요

by 김적당


패기롭게 시작한 장사.


카페 매니저를 2년 했고, 커피 프랜차이즈 회사에 들어가 매장 관리 및 교육을 6년 가까이했다.

내가 카페를 차려서 망할 이유가 무엇이랴. 없었다.

자신 있었고, 직원 교육하는 나만의 시스템과 매장 운영의 노하우도 있었다.


좋은 자리에 차리기만 하며 잘될 줄 알았다.

오픈한 지 6개월이 되었고, 33평의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임신 한 지 5개월에 오픈하여, 오픈 6개월 차에 출산을 했다.


친절하게 하면 잘될 줄 알았다.

직원들을 잘 뽑고, 친절하게 교육시켜 놓으면 잘될 줄 알았다.

진심은 통할 것이며, 진정성 있는 우리 매장을 손님들이 알아볼 줄 알았다.


알아봐 준 고객도 분명 많으셨다.

하지만 비즈니스의 핵심은 매출이고 이익이다.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장사를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 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는 거짓말일 확률이 높다.


기부도 많이 하시며 남기는 것 거의 없이 장사하시는

선한 분도 많으시지만, 나는 회사 월급만큼은 벌어야 생계가 유지되는

장사가 곧 생업인 사람이다.


마이너스 통장에서 보험금을 낼 때마다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백 번도 더 든다.










겨울이면 귤을 나눠드리고,

한파주의보일 땐 손난로를 하나씩 나눠드렸다.

아기 고객을 위한 실리콘 접시, 포크도 구비해 놓고,

건물 공용화장실의 휴지를 사비로 채우고 있다.

오픈할 때 뽑은 직원들이 지금까지 잘해주고 있고,

방학에 놀러 가라고 독려하여

대부분의 알바들이 스케줄 배려를 받아 해외여행 다녀왔다.

모든 직원 4대 보험, 2대 보험을 들어주고 있고,

커피 퀄리티를 위해 모든 추출 시 저울을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매출이 오르지 않는가, 답답했다.

또 이만큼 신경 쓰지 않는데도 잘되는 매장을 보면 속상했다.





자책과 반성과 원망이 뒤섞인 감정들이 차분하게 내려앉자 생각이 정리되었다.





먼저, 내가 장사꾼으로서 해야 할 위생, 메뉴 퀄리티, 직원 복지 등은

장사가 잘되든, 못되든 당연히 해야 할 '윤리의식'같은 것이지

절대 그게 우리 매장의 '무기'가 될 수는 없다.

'장점'은 될 수 있지, '무기'는 아니다.




그리고 이 자리도 문제가 있다.

5000세대 남짓한 작은 동네에 월세가 싸단 이유로 들어왔다.

이제 와서 반성이지만, 월세가 비싼 곳을 갔어야 했다.

비싼 임대료가 무서워 피했는데, 비싼 이유가 있다.

싸면 싼 이유가 있고.

유동인구 흐름이 작은 상권은 매출이 크게 늘 수 없다는 걸 알았다.

(크게 늘리지 못하는 것도 나의 한계)




마지막으로 진정성의 호소이다.

'골목식당' 프로그램을 보면 장사가 안 되는 집은 왜 그런지 이유가 빤히 보인다.

그런데도 자기 요리에 취해, 자기 신념에 취해

진정성으로 밀어붙이고 땀의 가치로 밀어붙이는 분들이 가끔 있다.

내가 지금 그랬던 것 같다.

장사는 고객들에게 동정표를 받는 것이 아니다.

제 값을 주고 물건을 소비하는 것이며,

값이 아깝지 않을 만큼의 경험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주차가 불편하고, 웨이팅이 있어도 가기 마련이다.

이만큼 진심으로 하는데 왜 매출이 오르지 않지? 는

진정성의 대가로 동정표를 바라는 것일 수도 있다.

조심 또 조심해야 할 경계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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