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말하는 한여유의 질서 (2)
지난 회차의 Part 1 에 이어 한여유의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Q. 보통은 함께 작업하는 분들이 다음 작업도 대게 같이 하게 되기 마련인데 2장의 앨범에서 함께 작업한 사람들이 바뀌었어요. 어떻게 보면 꽤 유의미한 변화인 것 같은데.
A. 한여유 : 사실 바뀐 듯 보이지만 바뀌지 않았어요. 크레딧에만 이름이 일부 바뀌었을 뿐이고 <나는 가끔 사랑이 무엇인지를 몰라>를 작업하면서도 처음에 작업을 도와주었던 정윤이와 설민이에게 조언을 얻었어요. 연주 부분에서는 스트링 쿼텟이 들어가면서 클래식 편곡자, 연주자 분들의 도움이 필요해지면서 바뀌게 된 것 같아요. 크레딧에 올라가지 않아도 항상 조언을 얻고 영향을 받는 친구들은 비슷해요. 친한 친구들이다 보니 평소 생활하다가도 서로 곡을 들려주고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SHUYA도 항상 나서서 도와주고 음악 외적으로도 잘 맞아서 맛집 탐방하러 다니고 있어요.(웃음)
Q. 개인적으로는 <나름의 질서>에서는 친한 동료 아티스트로 알려져 있는 최정윤 님이 편곡에 참여했어요. 그래서 사실 최정윤 님의 느낌도 묻어있다는 기분을 느꼈어요.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A. 한여유 : 항상 정윤이와 하는 얘기인데 둘이 음악 취향이 같다는 게 감사한 일이에요. 서로 곡을 추천했을 때 좋아하는 경우가 많고 지하철에서 이어폰 나눠 들을 때도 서로 들려주는 노래를 엄청 좋아하거든요. 그래서인지 정윤이도 제가 말한 대로 잘 이끌어주었고 아무래도 먼저 음원을 내고 활동을 하다 보니 저에게 조언도 많이 해주었어요. 정말 감사한 것 같아요.
Q. 뮤직비디오를 보다가 재밌는 걸 발견했어요. <나름의 질서> 뮤직비디오가 도쿄 여행을 갔을 때 찍은 영상들이더라고요.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 최정윤 님의 <Tokyo Tower>의 뮤직비디오도 도쿄 여행의 영상이었고요. 두 분이 같이 여행을 가신 건가요?
A. 한여유 : 네.(웃음) 정윤이랑 첫 해외여행 겸 뮤직비디오를 찍으러 갔어요. 저는 <나름의 질서>의 분위기에 맞게 풍경이나 질서가 있는 모습들을 담으러 갔고 그런 정적인 이미지가 일본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정윤이는 <Tokyo Tower>였기 때문에 도쿄에 가야 했었어요. 사실은 뮤직비디오 생각은 없었는데 정윤이가 같이 찍으러 가자고 해서 가게 되었죠. 촬영도 제가 했어요.(웃음) 너무 급하게 가고 촬영 장비를 구할 수도 없어서 집에 있는 오빠 카메라를 가져가 눈에 보이는 건 다 찍어 왔었어요. 300개 가까이 찍었어요. 편집은 그중 베스트 컷만 모아서 다른 분이 도와주셨어요. 나중에 한 번 더 해보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재밌었던 2박 3일이었어요.
Dike : 요즘 여행 관련 영상들이 유튜브 같은 온라인에서 꽤 인기가 많은데 두 분의 뮤직비디오가 그런 곳에 소개되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한여유 : 그러길 희망하고 있어요. 많이 봐주세요.(웃음)
https://www.youtube.com/watch?v=U4uCIEE37yw
Q. <나는 가끔 사랑이 무엇인지를 몰라>의 뮤직비디오에 시선이 가요. 카메라 속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 감각적으로 보였어요. 본인도 뮤직비디오에 만족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실제로 그런가요?
A. 한여유 : 분위기는 진짜 좋아하는데 제가 출연한 게 민망해서 못 보겠더라고요. 그것도 발매가 된 뒤로 뮤직비디오를 끝까지 본 적이 없어요.(웃음) 괜히 처음엔 남들이 ‘뮤비 잘 나왔더라’라고 했을 때 ‘놀리는 건가?’라고 생각했어요. 뮤직비디오를 촬영해 주신 분은 대학교 같은 과 선배 분인데 그분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이나 영상이 전공을 하시는 분이 아니더라도 저와 분위기가 맞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언젠가 한 번 꼭 부탁을 드리고 싶었고 흔쾌히 함께 해주셨어요.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시는데 제가 그 카메라를 한 번 들어보았다가 그게 너무 예뻐서 그 장면의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어요. 뮤직비디오 작업을 하면서 작업자와의 친밀감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나름의 질서> 때에는 전문지식이나 기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 이상으로 같이 하는 사람과의 케미가 중요하다는 걸 알았죠. 제가 어떻게 있어도 예쁘게 잘 만들어 주셨어요. 사실 전 제 얼굴이 그렇게 많이 나갈 줄 몰랐거든요.
Dike : 그런데 정말 분위기에 맞게 표정 같은 것도 잘 나왔다고 생각해요.
한여유 : 잘 이끌어 주셨어요. 진짜 잘 이끌어 주셔서 감사해요. 찍어준 사람의 시선이 중요한 것 같아요. 너무 애정 어리게 바라봐주어서 ‘너무 예쁘다’, ‘너무 잘 나온다’라고 정말 진심으로 칭찬을 해주니까 안 해본 표정도 짓게 되고 도전도 해본 것 같아요. 꼭 다시 같이 작업해보고 싶어요. 해주실 거죠?(웃음)
Q. <나는 가끔 사랑이 무엇인지를 몰라>에서는 스트링 쿼텟이 나와요. 너무 예쁘게 잘 연주되어서 기분 좋게 들었어요. 크레딧을 보니 리얼 녹음을 진행한 것 같더라고요.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텐데 이 곡을 작업하면서 에피소드가 있었을까요?
A. 한여유 : 일단 녹음이 5시간 걸렸어요. 저도 스트링 녹음이 처음이었거든요. 편곡해준 친구가 많이 도와줬어요. 사실 일정이 너무 급히 들어가서 연주자 분들도 연습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을 텐데 녹음 날 서로 잘 맞춰가면서 요구하는 대로 잘 해주셔서 죄송하면서도 감사했어요. 다만 한번 해보니까 다음에는 좀 더 시간적 여유와 마음적인 여유가 있을 때 다시 도전하고 싶어요.
아, 5시간 녹음하는 동안 부스 밖에서 ‘이제 끝났다’하고 스트레칭을 할 때 앞에 있던 테이블 모서리에 부딪히고 넘어지면서 다시 부딪혔어요. 그리고 일어나면서 또 부딪혀서 총 3번을 부딪혔어요. 그래서 무릎에 멍이 들었는데, 알고 보니 연골이 찢어졌다 하시더라고요. 녹음이 3월이었는데 지금까지 물리치료를 받고 있어요.(웃음) 한동안 무릎에 아대를 하고 다녔어요. 그 녹음 때 부딪힌 무릎을 아직도 물리치료를 받는다고 얘기하면 녹음실 기사님도 놀라시고 연주자 분들도 놀라고 제가 가장 놀라고 있어요. 나름대로 웃픈 에피소드예요.
Q. 곡을 쓸 때 어떤 부분에 가장 신경을 쓰나요?
A. 한여유 : 지루하게 들리지 않으려고 신경을 많이 써요. 나조차도 지루하게 들리면 남들도 지루하게 들린다고 생각해요. 편곡적인 부분도 그래서 더 신경을 쓰게 되고 있는 것 같아요. 편곡이 곧 느낌이라 생각해요. <나름의 질서>의 경우엔 밝은 멜로디지만 담담하면서 슬픈 느낌이 묻어 나왔으면 했고 <나는 가끔 사랑이 무엇인지를 몰라>는 방에서 혼자 독백하는 슬픈 느낌을 생각했어요. 곧 나오는 <뱅뱅뱅>은 1차원적으로 이 사람이 좋아서 내 머리에 뱅뱅 도는 유치한 마음이 묻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의도한 느낌을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Q. 영향을 받은 뮤지션은?
A. 한여유 : 정말 사랑하는 뮤지션으로 김동률 님, 유희열 님, 김연우 님이 있어요. 그리고 이영훈 님도. 특히 가사를 너무 좋아해요. 곽진언 님과 정준일 님도 좋아해요. 특히 <안아줘>를 우울할 때 들으면 항상 울게 돼요. 정준일 씨가 활동했던 메이트의 곡은 여행 갈 때 항상 넣어서 가고 있어요. 중국 배낭여행 때도 버스에서 10시간 이상 가는 험한 여정에서 정준일 님의 노래를 듣고 힘냈어요.
Q. 영감은 주로 어디서 받는 편인가요?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곡 작업이 이루어지는지 궁금해요.
A. 한여유 : 대화를 하다가 많이 얻는 것 같아요. 아니면 혼자 생각하거나 책을 읽을 때도요. 대학교 친구 한 명과 책이나 영화를 보고 난 뒤 감정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걸 좋아해요. 예를 들면 제가 좋아하는 시집 중에 이규리 시인님의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에 <락스 한 방울>이라는 시가 있어요. 화병의 장미가 너무 아름답지만 실상은 락스 한 방울을 넣어서 유지시키는 것이라는 내용이에요. 아름답게 하기 위해 죽여가고 있는 거죠. 제 인생 소설인 <미 비포 유>의 남자 주인공의 마지막 선택이 너무 미우면서도 계속 억지로 원치 않는 걸 나의 욕심에 강요하는 것도 <락스 한 방울> 같다며 그런 얘기를 3, 4시간씩 하곤 해요. 그러는 와중에 얻어지는 게 정말 많은 것 같아요.
다른 얘기를 하자면 어느 날, 전 연애를 할 때 상대가 A라는 사람이어서 제 자신보다 좋아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전 항상 누군가를 좋아할 때 제 자신보다 누군가를 더 좋아하는 유형의 사람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이렇게 혼자 생각하게 된 것들을 메모하고 그러기도 해요.
곡 작업은 가사가 먼저 있어야 곡이 나오는 스타일이에요. 그리고 기분도 그 가사에 딱 들어맞아야 해요. 그래서 느리게 나오는 스타일인데 억지로 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가사에 맞는 기분이 된 날 피아노 치다가 만들어지는 편이에요. 항상 그랬어요.
Q. 평소에는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지.
A. 한여유 : 해리포터를 봐요. 진짜 해리포터 너무 좋아해요. 해리포터는 제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어요. 7살 때 크리스마스 선물로 부모님이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영화 티켓을 주셔서 오빠와 보러 갔다가 해리포터와 사랑에 빠졌어요. 해리포터 때문에 20살 때까지는 다른 책을 안 읽을 정도였어요. 그 외에는 예능을 보기도 하고 자기 전엔 책을 읽는 편이에요. 아, 그리고 유튜브로 리액션 보는 것도 좋아해요. 외국인들이 K팝을 듣고 리액션하는 영상이라든지 그런 종류의 리액션 영상들이 있거든요. 처음엔 영어 공부를 위해 보기 시작했는데 요즘은 외국인 분들의 표정을 보는 게 좋아서 보고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이 나면 항상 따릉이를 탄답니다. 따릉이 짱(웃음)
Q. 활동하면서(혹은 음악을 하면서) 겪었던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A. 한여유 :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나 확신이 부족했던 점이 힘들었어요. 이상하게 음악은 너무 아껴서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스스로 좀 뻔뻔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Q. 앞으로 어떤 아티스트가 되는 것이 목표인가요?
A. 한여유 : 그 생각 혼자 얼마 전에 했었어요.(웃음) 저는 음악을 잘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음악을 잘 한다는 표현이 단순하긴 하지만 진짜 많은 게 포함된다고 생각해요. 음악 안에 감정을 담아내고 전달하고 배로 느끼게도 해야 하니까요. 사람과 관련된 행위고 예술이잖아요. 그래서 음악을 잘 하고 싶어요.
Dike : 지금까지 인터뷰하셨던 분들 중에서 가장 문학적인 대답이었어요.(웃음)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A. 한여유 : 최대한 다양한 스타일의 곡을 내보고 싶어요. 그러면서 나에게 잘 맞고 잘 소화할 수 있는 것을 알아가 보고 싶어요. 당장 7월 9일에 싱글 <뱅뱅뱅>이 나와요.(인터뷰를 했던 날은 <뱅뱅뱅>이 발매되기 3일 전이였다. 기적의 타이밍....) 그리고 9월 초와 10월에도 꾸준히 싱글을 낼 계획이에요. 그러면서 공연도 부지런히 해보고 싶고요. 7월 21일에는 메리애플, Wynn 님과 같이하는 공연이 있어요.
전지적 Dike 시점
찍어낸 듯한 컨셉과 뻔한 가사의 소재 때문에 요즘 음악이 재미가 없다고?
그렇다면 그녀의 음악을 반드시 들어라!
그녀만큼 진정성 있게 음악을 하는 사람은 아직까지 본 적 없을 걸?
음악으로 진짜 '사람이 하는 대화'를 들을 수 있을 거라는 걸 인디View가 보증한다.
거기에 고막 정화까지 함께 하는 건 보너스.
싱어송라이터 한여유를 만날 수 있는 곳
Insta : https://www.instagram.com/faithfu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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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뮤지션리그 : https://music.naver.com/musicianLeague/musician/index.nhn?musicianId=8679
인디 아티스트 인터뷰 매거진 <인디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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