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사 마이어의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

명작동화에 SF 뿌리기

by Dike

나는 책을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소재가 독특한 장편소설들을 매우 사랑한다. 그런 의미에서 첫 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내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던 소설, 마리사 마이어의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는 절대 이야기하지 않고 넘어갈 수가 없다.


누구나 학창 시절, 특히나 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에 학교를 다닌 사람들이라면 책 좀 읽는다는 사람 중에 판타지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드래건 라자>와 <묵향>의 대히트는 남학생들에게 리니지 이상의 재미를 선사했던 적이 있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국내 판타지뿐만이 아니라 <해리포터 시리즈>나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영화로서 라이벌 구도를 만들며 해외 판타지도 엄청나게 흥행했던 시기였다.


나는 이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가 감히 해리포터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거라고 믿는다.


해외판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의 책 커버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다 된 명작동화에 SF 뿌리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SF는 정말 환상적으로 뿌려졌다! 국내에 번역되기 전 해외에 먼저 출간된 책의 커버들을 보면 알 수 있지만 해당 동화들을 상징하는 일러스트가 어떤 동화인지 대충 짐작을 가능하게 한다.

국내판 커버. 훨씬 예쁘게 만들어졌다.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는 옴니버스 형식의 장편소설로 각 권마다 주인공들이 다르지만 해당 세계관과 스토리는 전혀 다른 에피소드가 아닌 이어지는 하나의 이야기다. 쉽게 말하자면 그냥 각 권마다 주인공이 한 명씩 계속 추가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책의 커버를 보고 주인공들이 누구인지 짐작 가능하겠다.


주인공들은 신더(신데렐라), 스칼렛(빨간 망토), 크레스(라푼젤), 윈터(백설공주)다.

특히나 메인 주인공은 이야기의 시작을 담당하는 신더이다.


메인 주인공인 신더.


완성도 높은 SF 세계관의 구축과 그 안에 설정된 동화 속 주인공들

마리사 마이어는 꽤나 심혈을 기울여 이 세계관을 만들어 내었다. 넷스크린과 포트 스크린, 안드로이드가 보편 화 된 첨단기술의 세상에 메인 주인공인 신더와 왕자님 역의 카이토 황태자는 동양을 의식한 듯한 '신베이징 시'라는 중국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이름의 도시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마리사 마이어가 작품에서 표현하고 있는 세상은 어떤 SF영화나 소설 작품에 뒤지지 않는 미래의 세상을 이미지로 그리게 만든다.


배경의 설정도 내가 이 작품에서 감탄하는 부분이지만 역시 백미는 그 속에 설정된 주인공들과 각 권의 스토리의 플룻이다. 원작 동화들에 나오는 중요한 플룻과 설정, 소품들을 재해석하여 SF로 녹여내었다.


신더의 경우를 보면 팔다리의 한쪽과 뇌와 신체 장기의 일부분이 기계로 대체되어 있는 사이보그로 신베이징 시장에서 정비소를 운영 중인 정비공으로 설정되었다. 신데렐라의 잃어버린 한쪽 구두를 기계 발로 만들었고 그녀를 구박하는 계모와 자매가 있다. 호박마차를 불러주는 대모 대신에 그녀를 도와주는 조력자 안드로이드 이코가 있고 이야기의 절정에 무도회에서 신더는 한쪽 기계 발이 분리되어 무도회장에 떨어뜨린 채로 체포된다.


다른 주인공들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스칼렛은 할머니를 찾기 위한 여정에서 울프를 만나고 천재 해커 크레스는 인공위성에 감금된 채 살아왔다. 윈터는 왕비에게 미움받는 백설공주 그 자체이다.

원작 동화의 설정과 이야기의 주요 플룻들을 살리면서 SF세계에서의 이야기를, 그것도 4명이나 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 낸 마리사 마이어의 상상력은 작가로서 축복받은 재능이 아닐 수 없다.


장르는 SF + 로맨스 + 첩보 + 정치 = 루나 크로니클??!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가 독특한 소재로 출발한 이야기이지만 단순히 이러한 점만으로 히트를 기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페이지의 첫 장을 펼치고 마지막 권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당신은 이 책의 매력을 또 한 번 발견할지도 모른다.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는 <트와일라잇>처럼 로맨스적 요소가 강하게 들어가 있다. 최종 목적은 레바나 여왕을 몰아내는 혁명이라는 정치적 목적에 있지만... 신더와 카스텔이 감옥을 탈출하거나 스칼렛이 달리는 기차 안에서 늑대들의 공격을 뿌리치며 그 와중에 울프와 러브신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영화 007 시리즈를 방불케 한다.

모든 주인공들이 나름의 로맨스 구도를 가지고 있어 SF라는 장르를 선호하지 않을만한 여성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기 충분하게 만들었다. 어느 한 가지 장르로 정의할 수 없도록 구성된 이야기는 긴 여행의 여정에 지루함이 없게 만든다.

아마 이것이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책이 된 이유 아닐까?


다만 남성 독자들이 읽기엔 로맨스 장면이 너무 많아서 작품의 Age가 낮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단점도 있기는 하다.




"우리 재밌는 놀이 하자. 내가 너를 사랑 안 하는 척하는 것 그만두기 놀이. 사랑이라는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지도 몰랐을 때부터 나는 너를 사랑했다고, 솔직하게 말해야 하는 놀이."
제이신이 윈터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재미있을 것 같네요"

- 윈터 & 제이신,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 중 <윈터 2> 中에서.



매우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글쓰기.

음악과 소설을 사랑하는 사람.

Insta : sanghoonoh_dike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