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點) / 한수남

by 한수남


태워도 다시 돋아나는 이 점을

복점(福點)이라고 믿기로 했다.


뿌리까지 태워 버리려고

피부과에 가서 누운 그녀는

살이 타는 노린내를 참고 견뎌 냈으나

벌써 두세 번 그러했으나

어느새 또 자라나 있는 이 고약한 녀석


왜 하필 여기 이곳에선 털까지 자라는가

뽑아내고 몇 주 지나면 어김없이 자라있는

윤기 흐르는 털.

새까만 점을 뚫고 올라오는 가늘고 힘찬 털.


나 여기 있다고

끊임없이 외쳐대는 상처처럼,

잊혀지지 않는 기억처럼, 오래된 흉터처럼,


거울을 노려보던 어느 날 드디어 그녀는 허락했다

운명은 데리고 사는 것

점과 털이 평화로이 공존하도록

얼굴쯤이야 선선히 내어주기로 했다

복점(福點)을 잘 가꾸기로 했다.




그림책 <점>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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