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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 스노우 / 한수남

by 한수남


눈이 귀한 바닷가 마을, 어릴 적 나는

바다에 눈 내리는 걸 딱 한 번 보았지


하늘에서 내려온 은빛요정이 바다에 닿자마자 사르르

바닷물 속으로 사라지는 거야. 따라 들어가고 싶었지


저 깊은 바닷속에는 뭐가 살길래 찰싹찰싹

어린 내 마음을 때리나, 깊고 깊은 바닷속에는

대왕오징어 대왕문어 대왕해파리, 주로 왕(王)들이

산다고 했지. 수심 100미터 200미터 500미터 1000미터


해가 들지 않는 곳에서 최소한의 동작으로 사는

그들이 먹는 것이 바로 마린 스노우*

다른 바다생물이 죽고나면 그 사체가 눈으로 녹아내리면서

바닷속 수많은 입들을 먹여 살린다 하네


눈을 감으면,

깊은 바닷속을 떠다니는 뿌연 스노우가 보이네

거기도 갓 태어난 새끼들, 어린 생명들이 있겠지

새끼들이 빠끔 입을 벌리고 받아먹는 마린 스노우

그 속에는 뜨겁던 눈물도 숨어 있겠지



* 마린 스노우 (marine snow):

바다생물의 사체가 해체되면서 눈처럼 내리는 현상


2024 여름에 만난 잠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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