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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도마 / 한수남

by 한수남

제 가진 상처를

일일이 기억하지 않는 게 삶이라지만

그래도 한 번 쯤

대패 날로 깨끗이 밀어내고 싶은 것이다


칼금 무수한 자리

핏물 배인 가운데 자리

마르고 닳도록 두들겨 맞은 제 상처를 부여안고

한 번 쯤

엉엉 소리 내어 울고도 싶은 것이다


한쪽 다리가 삐그덕 내려앉아도

결코 버리지 않고

이리 저리 고치고 매만지는 늙은 주인의 속내를

알 것도 같은 밤


씽크대 구석에 비스듬히 서서

제 몸에 남아있는 나뭇결

스르르 만져 보다가

스르르 잠 속으로 빠져 들면서


모든 상처는 찬란한 무늬가 되는 거라고

고개

끄덕이고 있는 것이다.


제가 그린 나무 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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