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가진 상처를
일일이 기억하지 않는 게 삶이라지만
그래도 한 번 쯤
대패 날로 깨끗이 밀어내고 싶은 것이다
칼금 무수한 자리
핏물 배인 가운데 자리
마르고 닳도록 두들겨 맞은 제 상처를 부여안고
한 번 쯤
엉엉 소리 내어 울고도 싶은 것이다
한쪽 다리가 삐그덕 내려앉아도
결코 버리지 않고
이리 저리 고치고 매만지는 늙은 주인의 속내를
알 것도 같은 밤
씽크대 구석에 비스듬히 서서
제 몸에 남아있는 나뭇결
스르르 만져 보다가
스르르 잠 속으로 빠져 들면서
모든 상처는 찬란한 무늬가 되는 거라고
고개
끄덕이고 있는 것이다.
제가 그린 나무 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