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그동안 비빔밥을 좋아했는지
이제 알게 되었지
꼬막과 야채를 비비고
바다와 들판을 비비고
나는 너하고 섞이고 싶지만 섞이지 못해서
이렇게 밥이라도 비비고 꼬막이라도 비비는 거야
작고 귀여운 네 이름을 꼭꼭 씹으며
꼬막~ 하고 부를 때
저 멀리 바다도 성큼 식탁으로 오는 것 같아
양파나 당근이 자라던 찰진 흙 내음도 휙~
바람결에 실려 오는 것 같아서
나는 사실
세상과 잘 비벼지고 싶었는데
아직도 살짝 왕따 같아서
보이지 않는 눈물 한 방울 양념처럼 쓱쓱 비벼서
한입 가득, 넘겨보는 거야
끝내 섞일 수 없었던
마음과 마음을 그리워하며 꼬막, 비빔, 밥.
단골식당의 꼬막비빔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