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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 한수남

by 한수남


해마다 태풍이 올 때면 생각나는 말

할머니 중얼거리시던 그 말

"물 우에도 수천리고 물 아래도 수천리라"


큰비 큰바람 불어닥치면

무조건 머리 조아리고 비손하시던 할머니

물 아래 사시는 용왕님에게 비나이다 비나이다

때로는 비장한 목소리로

"태풍이 한번 뒤집어놓아야 괴기가 많이 잡히제"


낮은 담을 넘어 양은 세숫대야는 사정 없이 찌그러졌지

곤두박질치는 비바람

묶어놓은 낡은 배들은 서로 옆구리를 부딪치며

괴상한 소리로 길게 울음 울었지


이런 태풍쯤이야 사실

여름이 갈 때 흔히 있는 일.

오늘 밤 꿈속으로 바닷물이 들어와 요동을 치면

나도 내 몸을 깨끗이 청소하고 싶은 날.




카페 안에서 바라보는 삼천포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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