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 참 고왔다는 고모가
잘생긴 군인 남편 꽃 청춘에 보내고 서점을 하다
담배포를 하다 해장국을 팔고 술도 팔던 고모가
죽기 전에 꼭 한 번 나를 보고 싶어 한다고 엄마가 전해 주었다
일본 가서 한국식당 김치 담던 고모는
고베 대지진 때 죽지 않고 살아 돌아온 고모는
아버지와 종종 크게 싸우던 손윗누이 고모는
술 먹으면 열이 벌겋게 오르던 고모는
나 태어나던 순간을 가장 잘 설명해 준 사람
너거 아부지가 피투성이 니를 그만 엎어두라 했제
고모의 이 말은 내게 콕 박혀있는 못으로 남아 있다
기억이 비린내처럼 출렁이는 고향에 한번 내려갈지 말 지
망설이던 아침
고모의 부음(訃音)을 들었다
고모를 닮은 옥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