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할 양식 / 한수남

by 한수남

따뜻한 보리차 한 잔을 쉬어가며 마시듯

담백한 보리 식빵을 조금씩 뜯어가며 먹듯

책 한 권을 야금야금 파먹는 재미가 있다.

나만의 고운 손때를 묻히며 책장을 넘기면

구수하고 담백하게

가난한 내 영혼의 배가 불러오나니

잘 익은 문장 하나를 만나면

입속에서 이리저리 굴리며 반갑게 음미하다가

나도 풋내 나는 글귀 하나 비밀스레 지어보는 것


잘 보이는 곳에 꽂아두고 언제고 다시 야금야금

파먹을 수 있나니,


돌아보건대

일용할 양식이 있는 날들은 행복하였네라


서재 (무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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