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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서 받은 위로

by 수다쟁이


아침운동 삼아 길을 걷다 교회에 달린 커피숍을 들어갔다. 아침에 집이 아닌 낯선 곳에서의 커피 한 잔은 씁쓸한 뒷맛에 설렘이란 시럽을 넣은 것처럼 달콤하다. 혼자 걷는 허전함도 따뜻한 온기가 채워줘서 별로 허전하지 않다.

그런데 그 커피 한 잔 때문에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졌다. 허둥지둥 일반 공중화장실을 생각하며 기대하지 않고 들어간 화장실이 반짝반짝 윤이 난다. 집 화장실보다 더 깨끗해서 이리저리 둘러보게 되고 사용하기조차 괜스레 머뭇거려졌다.


이곳을 청소하신 아주머니가 궁금했다. 자기 집을 청소하듯 말끔하게 청소하신 그분의 손길 덕에 어수선한 마음까지 깨끗해진 것 같았다.

화장실 변기는 물론이고 세면대까지 물기하나 없이 깨끗이 닦여있다.

일을 잘하시는 것도 칭찬할 일이지만 내 집을 청소하는 마음으로 일을 하신 그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궁금해진다.

남의 일을 내 일처럼 해주는 그 마음을 요즘은 찾아보기 어려워서일까?

예전 같으면 얼른 볼 일만 보고 나오고 싶은 화장실을 이리저리 기웃거려 보고 한참 동안

머물고 싶어 진다.

거울도 한번 보고, 손도 정갈하게 씻고, 옷매무새도 가다듬고, 정돈된 화장실이 더러워질까 봐

더 깨끗이 사용하게 된다.

화장실 곳곳에 아주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묻어있어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에게 융숭한 대접을 받은 것처럼 흐뭇해졌다.




살다 보면 우리가 느끼는 감동은 늘 사소한 것에 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밝게 인사해 주는 출근길 버스기사님의 아침인사~~


"컨디션은 좀 나아졌어"하는 친구의 카톡문자~~


"엄마 어제 내가 짜증내서 미안해"라고 적은

아이의 손 편지~~


"맛있게 드세요"라고 전해주는 테이크아웃

커피 한잔~~


"오늘 하루도 힘들겠지만 파이팅!"이라고

응원해 주는 지인의 메시지~~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수고하세요~~"라고

전하는 감사의 멘트~~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 반쯤은 포기하고 달려갔을 때 누군가 열림버튼을 눌러줘서 닫히던 문이 다시 열렸을 때 희열을 느끼며

"감사합니다"라고 고마움을 전할 때..


작은 사소함에 살아갈 힘을 얻고, 그것이 소소한 행복이 되고, 때로는 커다란 위로가 된다는 걸 종종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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