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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다쟁이 Sep 24. 2023

화장실에서 받은 위로


아침운동 삼아 길을 걷다 교회에 달린 커피숍을 들어갔다. 아침에 집이 아닌 낯선 곳에서의 커피 한 잔은 씁쓸한 뒷맛에 설렘이란 시럽을 넣은 것처럼 달콤하다.  혼자 걷는 허전함도 따뜻한 온기가 채워줘서 별로 허전하지 않다.

그런데 그 커피  때문에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졌다. 허둥지둥 일반 공중화장실을 생각하며  기대하지 않고 들어간 화장실이 반짝반짝 윤이 난다.  집 화장실보다 더 깨끗해서 이리저리 둘러보게 되고 사용하기조차 괜스레 머뭇거려졌다.


이곳을 청소하신 아주머니가 궁금했다. 자기 집을 청소하듯 말끔하게 청소하신 그분의 손길 덕에 어수선한 마음까지 깨끗해진 것 같았다.

화장실 변기는 물론이고 세면대까지 물기하나 없이 깨끗이 닦여있다.

일을 잘하시는 것도 칭찬할 일이지만 내 집을 청소하는 마음으로 일을 하신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궁금해진다.

남의 일을 내 일처럼 해주는 그 마음을 요즘은 찾아보기 어려워서일까?

예전 같으면 얼른 볼 일만 보고 나오고 싶은 화장실을 이리저리 기웃거려 보고 한참 동안

머물고 싶어 진다.

거울도 한번 보고, 손도 정갈하게 씻고, 옷매무새도 가다듬고, 정돈된 화장실이 더러워질까 봐

더 깨끗이 사용하게 된다.

화장실 곳곳에 아주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묻어있어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에게 융숭한 대접을 받은 것처럼 흐뭇해졌다.




살다 보면 우리가 느끼는 감동은 사소한 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밝게 인사해 주는 출근길 버스기사님의 아침인사~~


"컨디션은 좀 나아졌어"하는 친구의 카톡문자~~


"엄마 어제 내가 짜증내서 미안해"라고 적은

아이의 손 편지~~


"맛있게 드세요"라고 전해주는 테이크아웃

커피 한잔~~


"오늘 하루도 힘들겠지만 파이팅!"이라고

응원해 주는 지인의 메시지~~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수고하세요~~"라고

전하는 감사의 멘트~~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 반쯤은 포기하고 달려갔을 때 누군가 열림버튼을 눌러줘서 닫히던 문이 다시 열렸을 때 희열을 느끼며

"감사합니다"라고 고마움을 전할 때..


작은 사소함에 살아갈 힘을 얻고, 그것이 소소한 행복이 되고, 때로는 커다란 위로가 된다는 걸 종종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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