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배우려다 인생을 배운다(6)

by 수다쟁이

라테수업은 중반을 넘어서고 있었다. 실력은 제자리인 듯 여전히 뭔가 미흡하지만 조금은 하트에 결이 들어가고 있었다. 결하트를 완성할 수 있으면 다른 무늬들은 좀 더 쉽게 한 발짝 내딛을 수 있는 것이다.


조금씩 늘어가는 결과 함께 수강생들과의 어색했던 관계도 조금씩 풀어져 수업시간은 주부들의 수다의 결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아이들의 교육얘기 부업얘기 아르바이트얘기 창업얘기 등등 어쩌면 수업시간이 약간은 방향을 잃은 듯도 했지만 그건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특히 나랑 동갑인 주부의 유쾌한 수다와

프랜차이즈 커피숍의 아르바이트 얘기는 다른 주부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도전의식을 심어줬다.

" 면접 볼 때 일을 겁나 잘할 수 있다고 해봐

한 번 써보시면 알 거라고..^^" 본인의 면접 본 에피소드와 힘들지만 일을 하는 즐거움을 느낀다는

경험담은 존경심과 함께 부러움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보다 젊은 엄마도 여러 군데 면접을 보러 다닌다고 했다. 안될 거라 위축됐던 나의 마음에도

'어쩌면'이라는 희망적인 불꽃이 일었다.


뒹굴거리던 주말 아무 생각 없이 아르바이트 구인사이트에 들어가 부끄럽지만 시간 맞는 곳은 다 이력서를 넣었다.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고 라테아트와 창업음료과정을 배우고 있다고.. 기회를 준다면

누구보다 성실히 열심히 일하겠다고 적었다.

간단명료했지만 진심을 담은 이력서였다.

연락이 올까?라는 생각은 묻어둔 채 나는 다시 주부의 자리로 돌아왔다.


라테아트 수업은 이제 삼분의 일도 안 남았다.

라테아트 선생님이 보여주는 시범은 쉬워 보였지만 그것이 내 것이 되지는 않았다.

어느 지점이 문제인지 스스로 터득하기 전에는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 같았다.

손을 잡고 보여주는 시범에 한껏 힘이 들어가 있는 나에게 선생님은 신경질적으로 말을 뱉었다.

"○○님은 힘을 너무 줘서 내가 잡아주는 게 아무 의미가 없어요!" "그러니 다른 사람보다 실력이 안 늘잖아요?"

"아 저는 제가 하는 건 줄 알고 힘을 줬는데요.."

나를 위해 한 쓴소리로 포장을 한 선생님의 신경질 덕에 뒷머리가 쭈뼛 설 정도로 당황하고 수업을 들으며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나 싶었지만 같이 신경질적으로 대꾸하기도, 그렇다고 중도에 포기하기도 애매했다.

"내가 잡아줄 때 힘을 좀 빼세요.."

이렇게 말하기가 어려웠을까?

수업시간이 끝나고 인사를 하고 나오는 마음에

수업에 대한 고마움이나 일에 대한 수고로움은 하나도 새겨지지 않았다.


취미로 혹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으로 시작된

라테아트 수업은 자꾸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아!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조금은 결이 들어가기 시작한 라테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