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안 맞은 게 제일 문제였지만, 면접시간을 맞추기 위해 택시를 타고 낯선 초행길을 헐레벌떡 뛰어갔어도 물 한 잔 내어주지 않던 사장님의야박함에 면접을 마치고 나오는 발걸음이 다소 씁쓸했다. 그 곳에서는 연락이 오지 않으리라 짐작했고, 나도 기다리지도 않았다. 면접도 경험이라 생각하는데 만족한시간이었다.
수업시간은 여전히 수다의 물결로 커피잔을 채우고 있었다. 손은 피처를 잡고 잔을 채우고 이런저런 수다는 긴장된 마음에 편안한 공기를 채워주었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몸에서 자꾸 힘을 빼려고 노력을 하니 많이 출렁대던 우유는 덜 출렁이며 일정한 간격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조금씩 나아지는 라떼아트
아직 숙련자의 길까지는 멀었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모양에 만족했다.
수업은 시험을 끝으로 마무리가 된다.
바리스타 1급 시험이 아니라 과정에 대한 수료의 의미를 지닌 시험이라 크게 긴장되지는 않았지만
잘하고 싶은 욕심은 있었다.
스스로 노력에 대한 보상이 결과로 충족된다면
다른 어떤 만족보다도 크게 다가올 것 같아서였다.
때로는 사소한 것에 대한 의미부여가 삶의 긴장도를 한층 더 끌어올린다.
2급 시험에서 배운 대로 커피를 18그램 정도 담고
레벨링을 하고 탬핑을 두 번 해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했다. 시간은 25초 정도로 맞추었다.
우유는 최대한 부드러운 거품을 만들려고노력하고
피처 잡은 손은 최대한 힘을 빼려고 노력했다.
겉으로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마음으로는 최선을 다했다.
결하트 두잔과 로제타 두잔
오후 6시가 넘어 커피숍 면접을 갔다.
비가 오는 날이라 한기가 느껴져 트렌치코트에 구두를 신었다. 마치 비 오는 한가한 저녁에 손님이 커피 한 잔 마시러 가는 모습처럼.. 우아하게^^
다소 한가해진 커피숍은 저녁카페의 시크한 낭만과
커피 향을 품고 있었다. 카페 안의 모습도 어둠을 품고 있어 낯선 도시에서 타인의 시선을 즐기는
이방인이 된 듯한 착각에 잠시 빠져들었다.
"저 아르바이트 면접 왔는데요.."
손님인 줄 알았던 주인은 매니저를 부르며 잠시 앉아 있던 나에게 커피취향을 물었다.
"고소한 커피가 좋으세요? 신맛 나는 커피가 좋으세요?"
"신맛 나는 커피가 좋습니다."
커피 한잔을 마주 놓고 매니저의 질문에 대답했다.
나이, 시간, 그리고 사는 곳, 그리고 그만두기 전에는 미리 얘기한다는 것 외에 별로 특별할 것 없는 면접이었다.
나는 내가 했던 라테아트사진을 보여주고 기왕이면 다른 곳도 면접을 봐야 하니 빨리 연락 주시면 좋겠다고 말하고, 그곳에서 파는 베이글을 두 개를 사고선 인사를 하고 나왔다.
직원들은 30프로 세일을 해준다며 베이글을 30프로 세일해 준 매니저의 너그러움과 사장님의 커피 한 잔에 돌아오는 발걸음이경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