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여유롭게 책임감 있고 성실하다는 말을 넌지시 던지며 봤던 면접은 상대방에게도 기분 나쁘지 않은 인상을 남겼던 것 같고,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매니저의 나이를 한참이나
어리게 말해준 것도 유쾌해 면접에서 한 몫했던 것 같기도 하다.^^
전화를 끊고 한동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50넘은 나이에 카페에서 일을 한다는 흥분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또 정식바리스타도 아니고 음료서빙이나 보조역할인데 내 몸이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그리고 30여 년 만에 처음 해보는 아르바이트가 넘의 옷을 입은 것처럼 겉돌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그리고 혹여는 부끄러운 마음이 심하게 들면 어쩔까 하는 생각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많은 사람 중에 50대 아줌마인 나를 픽해준 매니저에게 고마운 마음도 한구석에 크게 자리 잡았다.
일주일 남은 시간 동안 나는 보건증을 발급받고
군대 입대를 앞둔 청년처럼 수시로 자꾸 마음이 콩닥거리기 시작했다.
'잘할 수 있을까? 잘할 거야..'
'창피하면 어떡하지? 아무 목적 없이 무료하게 시간 보내는 것보단 훨씬 낫지..'
'실수하면 어떡하지? 첨에는 다 실수하지 안 하는 사람이 있나..'
이렇게 혼자만의 대화가 나도 모르게 오고 가고 있었다.
수업의 마지막시간은 역시 아르바이트얘기로 마무리가 됐다. 처음부터 하고 있었던 동년배의 엄마는 다른 곳에서도 알바를 시작했고,
나보다 어린 주부도 취업이 돼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고, 내가 취업이 돼서 부러워했던 엄마도
베이커리 카페에 취업이 됐다고 했다.
취미로 시작했던 라테아트반은 집에서 살림만 하던
40대 50대 주부들의 자아실현의 장으로 변해있었다. 그녀들도 어쩌면 가슴에 뜨거운 용광로를 품고 육아와 살림이라는 이름에 묻혀
자신들의 용광로를 분출시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서로를 응원하며 기분 좋게 마지막 수업을 마무리했다.
첫 출근을 앞두고 나는 옷차림에 신경이 많이 쓰였다. 웬만한 음식점보다 힘들 거라는 카페일에
사장님이나 매니저는 아주 편한 복장으로 일을 하고 있지만, 아르바이트 생인 나는 그들보다 나이도 있고 또 너무 후줄근해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적당히 단정하고 적당히 편한 옷을
신경 쓰고 있으니 옆에서 남편은 아르바이트 월급보다 옷값이 더 나가겠어? 하고 농담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