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배우려다 인생을 배운다(5)

by 수다쟁이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따고 넉 달이 지났다. 자격증을 가졌지만 사실 쓸만한 곳은 없었다. 아무 곳에서도 50대 초보아줌마를 바리스타로 써주지는 않았다. 열 곳도 넘게 아르바이트 지원을 해봤지만 어떤 곳에서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자격증은 그저 나만의 만족으로 지닌 작은 종이조각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나만의 만족이 조금 더 깊어지려면 나는 아트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멋지게 커피잔 위에 하트를 그리고 낙엽을 그리고

백조를 그릴 수 있는..


1급 자격증은 따도 그만 안 따도 그만이지만 자격증을 떠나 뭔가 나만의 기술을 갖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다시 라테아트반을 신청했다. 2급반에서도 잠시 시도해 보았지만

보기엔 쉬울 것 같은 라테아트는 정복하기 어려운 산처럼 또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신기루처럼

너무 멀리 있었다.


선생님의 시범은 언제나 별 것 아닌 듯 쉬워 보였다.

작은 피처를 적당히 살랑살랑 흔들면 결하트가 나오고 살짝 흔들다 좁게 흔들면 로제타가 되고

또 간격을 띄우면 3단 하트가 되어야 하는데

좌우로 흔드는 간격이 일정치 않으니 결도 하트도 엉망이 되어 버렸다.

뭔가 나만의 방법을 터득해야는데 별 것 아닐 것 같은 작은 차이가 가져오는 결과는 흑과 백이었다.


처음 시도해보는 결하트

라테를 잘하려면 일단 스티밍이 굉장히 중요했다.

스티밍이 거칠거나 거품이 너무 많으면 결을 만드는 아트는 만들 수 없었다.

카푸치노 폼이 나오면 커피잔 위에 그림을 그릴 수는 없었다. 실키한 부드러운 폼이 나와야 결이 들어갈 수 있고 예쁜 그림을 잔에 담을 수 있었다.

거품만 내면 되는 줄 알았던 라테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도도한 매력을 감추고 우쭐대고 있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단추를 끝까지 채울 수 없는 것처럼 커피는 추출부터 스티밍까지 하나가 잘못되면 끝까지 망하는 도미노 현상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다.

세상에 쉬운 건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지만 몇 시간씩 며칠을 연습해도 나아지지 않는 실력에 자꾸 맥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쩡쩡한 결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