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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다쟁이 Dec 15. 2023

남편을 위한 한 그릇 저녁(2)

-잔치국수와 감자전-

누가 잔치국수를 한 끼 때우는 간단한 식사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비가 오는 저녁 따뜻한 국물을 먹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마침  아파트에 장이 섰길래 이런저런 야채를

구입했다. 표고버섯 당근 호박등 오늘의 한 그릇 음식은 풍성한 잔치국수다.


잔치국수의 메인은 고명보다는 국물이다.

뭔가 진하며 시원한 국물 맛을 내고 싶어서

집에 있는 시원한 맛은 다 담았다.

무, 표고버섯, 마른 새우. 멸치, 다시마를 한참

우려낸 뒤 국간장과 참치액젓으로 간을 맞췄다.

참치액젓은 맛을 내는 마법의 레시피처럼 국물의 감칠맛을 더한다.


국수 한 그릇 만으로도 배가 부를 것 같지만

추적추적 오는 비 때문에 감자전이 생각났다.

내가 만약 무인도에 남게 됐을 때 고구마랑 감자 중  한 가지만 가져갈 수 있다면  나의 픽은 감자다.

어릴 적에는 감자의 무심한 듯 단조로운 맛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는데 지금은 질리지 않은 감자의 심심함이 너무 좋다.

찐 감자도 감자볶음도 감자전도 감자수프도~

감자를 강판에 가는 게 좀 수고스러워 그렇지

곱게 갈아 부침가루를 조금만 넣고 부친 감자전은

쫄깃하고 푸근하고 은은하게 느껴지는

감자향이 일품이다.


지단을 만드는 일도 수고로웠지만

공을 들인 육수가 맛을 배신하지 않아 행복하다.

요리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결과가 늘 달라진다.

나의 생각과 정성이 들어간 음식은 대수롭지 않은 음식이라도 맛으로 그 보람을 느끼게 해 준다.

오늘도 바로 그런 날이다.


7가지 고명을 얹은 잔치국수


감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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