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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다쟁이 Jun 29. 2024

드립커피의 시간

커피가 나와의 일생을 함께한 지는 어언 40년..

믹스커피도 좋고 인스턴트블랙커피도 좋고 커피숍에서 파는 아메리카노나 라떼종류도 좋고

커피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았다.

건강을 위해 너무 많이 마시지만 않으려고 노력할 뿐이지 아침에도 낮에도 심지어는 저녁에도 커피와 함께하는 시간은 나에게 숲이 우거진 고즈넉한 산길을 걸으며 여유와 낭만을 즐기는 시간이 되어준다.


한동안 커피를 배울 때 빨리 추출되는 에스프레소의 매력에 빠져 커피머신이 가지고 싶었었다.

하지만 가격도 너무 비싸고 집에는 그걸 대용할

캡슐커피 머신도 있고 해서 소유욕을 꾹 눌러 참았다.

그러다 집에서 사용하던 캡슐커피의 맛이 식상할  때쯤

나보다 커피를 더  애호하던 언니가

"원두를 사서 내려 마셔봐~~"

그럼 훨씬 더 맛있어~~"하고 드립커피를 권했다.

커피원두도 주고 원두를 가는 기계도 주고

필터도 주고 내리는 드립퍼도

선물 받은 게 있다며 드립커피 전 세트를 주었다.


첨에는 귀찮게 뭘 내려마셔? 난 그냥 ㅋㄴ가 편해~~

여름에는 캡슐커피에 얼음 넣은 것이 맛있고..

피곤할 때는 믹스커피도 좋아~~ 하고

한동안은 드립커피 풀세트를 방치해 두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름 유명한 커피집을 찾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여러 나라의 원두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드립커피를 마실 기회가 생겼다. 한 모금을 입안에 넣자 깔끔하며 깊게 느껴지는 맛이 입안을 맴돌며

 '참 좋다'라고 읇조리게 되었다.

커피가 거기서 거기겠지 하는 나의 생각을 확 바꾸어 놓은 계기가 되는 시간이었다.

에스프레소 커피와 비교할 수 없는 맛과 풍미의 차이, 그리고 뒷맛이 전해주는 여운도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기계에서 추출한 에스프레소는 그냥 밋밋하고 씁쓸하기만 커피를 가장한 커피향신료 같은 느낌이었고, 드립커피는 입안에 맴도는 향과 맛이 산뜻하면서도 깊게 느껴졌다.

기계로 만든 대량제품과 장인이 만든 수공품의 차이처럼 드립커피만의 매력이 한층 돋보이는

시간이었다.


그 이후 집에 묵혀두었던 드립커피세트를 꺼내고 언니에게 받은 원두도 꺼냈다. 다행히 오래 지나지 않아 원두의 향기도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렇게 나는 드립커피의 매력에 서서히 젖어들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를 마시기 위해 간단히 요기를 하고 커피를 갈았다.

너무 가늘지도 거칠지도 않게..

그리고 드립퍼에 깔때기모양의 거름종이를 넣고

간 원두커피를 넣었다.

끓는 물을 원을 그리며 부으면 몽글몽글한 거품을 내면서 커피 향이 퍼지기 시작한다.

원두가 신선할수록 거품은 풍성하게 부풀어 오르고

똑똑똑 소리를 내며 추출이 시작된다.

잠깐의 기다림의 시간 동안

커피맛을 생각하며 또  멍 때리며 잠시 나를 생각한다.


드립커피의 시간



어제와 비슷한 하루지만 커피 향은 조금씩 다르게 다가온다.  잠이 덜 깬 몸의 세포가 한 모금의 커피로 꿈틀꿈틀 잠에서 깨어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5분의 시간 동안 피곤한 몸의 세포에 인사를 전하며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좋은 아침이야~'


드립커피를 내리는 기다림의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나에겐 매번 다른 설렘을 준다.

커피를 가는 시간도

커피를 내리는 시간도

커피맛을 느끼는 시간도..

잠시나마 나를 느끼고 하루를 어제와 다르게 생각하는 순간이라서..

오늘과 인사하는 커피 한 잔
딸이 그려준 그림


딸이 그린 재밌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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