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다쟁이 Jan 17. 2022

아버지의 가정식 백반(위로)

남편은 평일에는 거의 집에서 밥을 먹지 않는다.

회사 밥이 비교적 잘 나오기 때문에

아침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고,

퇴근도 이르지 않아 저녁도 해결하고 오는

경우가 많았다.


주부로서 나는 편했지만

남편은 가끔 가장으로서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 서운해하는 거

같았다.


아이가 어릴 때에는 그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남편은 남편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로 지쳐있어서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밥을 먹는 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삶의 일부였다.


이제 아이가 좀 크고 보니

남편의 자리와 역할에 아버지의 무게가 보였다.

철이 든 후 내가 보았던 아버지의 커다랗던

어깨 위에 얹힌 돌덩이 같았던 삶의 무게가

남편의 뒷모습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어릴 적에 엄마는 아버지가 저녁 식사를 안 하고

들어오신다는 연락을 받으면 갑자기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밥을 새로 안치고 나물을 이것저것 볶고,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조기 찌개를 끓이시고,

밥상 한가득 가정식 백반이 금세 차려졌다.

엄마랑 우리끼리 저녁을 먹으면

김치찌개에 김, 달걀 정도가 반찬이었을 텐데..

아버지 밥상은 늘 어떤 순간에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근사하게 차려지곤 했다.

어린 마음에 "왜 맨날 아버지 밥상은 근사하고,

우리들은 대충 차려주는데?" 하고 투덜거렸지만

지금 나도 그때의 엄마의 자리에 있어 보니

엄마가 어떤 마음으로 아버지 밥상을 차리셨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엄마는

아버지의 어깨 위에 얹힌

가장의 무게에 대한 대접을

밥상으로 하고 계셨던 것이다.


하지만 주부가 돼서 밥상을 차려보니

아버지 밥상을 차리는 일은

생각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밥을 새로 하고, 국이나 찌개를 끓이고

나물과 밑반찬을 몇 가지 만드는 일은

한 가지 메뉴를 근사하게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한 메인 메뉴가 없어도

가장 특별해지는 밥상이 아버지의 가정식 백반이었다.

남편이 집에 있는 주말.

나는 은근히 남편 밥상이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삼시 세끼 모두 다는 아니더라도

끼 정도는 정성을 들인 밥상을 대접해주고 싶었다.


나는 나물을 볶고, 콩나물을 무치고, 된장찌개를 끓이고, 생선을 굽고, 

갓 지은 밥을 차려 남편에게 아버지 밥상을 했다.

남편의 뒷모습에 보이기 시작한

아버지의 무게에 대한 나의 위로였다.



(재료 준비)



(버섯볶음)


(가지볶음)



(호박나물)



(콩나물 무침)



(된장찌개)



(아버지 가정식 백반)



재료;
가지, 호박, 느타리버섯, 콩나물, 고등어
된장, 호박, 감자, 버섯, 양파, 두부, 파, 마늘
다시 육수물


나만의 레시피;

(나물)-나물은 기름을 적당히 두르고 볶음.
              느타리버섯은 물기를 짜서 볶는다.
              가지나물은 얇게 썰어 볶기.
              콩나물은 물을 좀 넉넉하게 넣고  
              데치기.         
              소금 간하기.
              파, 마늘, 참기름, 통깨로 마무리.

(된장찌개)-다시 육수물 내기
                      야채 넣고  맛있는^^ 된장 넣기
                      두부, 파, 마늘 넣고 마무리.
                      차돌박이 고기를 넣으면
                      차돌 된장찌개가 됩니다.
이전 03화 나의 소울푸드 김밥(행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