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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다쟁이 Jan 13. 2022

레트로 돈가스(낭만)

요즘 들어 나는 자꾸 옛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옛날 음식이 생각나고, 그때의 추억이 음식에 머물러  그 음식을 다시 먹어보고 싶고..

요즘 유행하는 세련된 브런치 메뉴나 뷔페 음식은 맛도 있고, 눈도 즐겁게 하지만

먹고 나면 금방 내가 무슨 음식을 먹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맛으로, 눈으로만 먹었지, 마음으로 먹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늘 아이에게 돈가스를 해주려는데 문득 옛날 경양식 집이 생각이 났다.

레스토랑 이란 곳을 처음 가본 게 고등학교 때인지, 대학교를 다닐 때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친구들 서너 명과  어색한 미소를 띠며

마치 이런 곳이 처음이 아닌 양 애써 태연한 척 빈자리를 찾아 앉고,

지금의 나보다 훨씬 젊은 제복을 입은 웨이터 아저씨가 메뉴판을 들고 나타나면,

어색하게 메뉴판을 이리저리 한참 훑어보지만, 결국엔 돈가스를 주문하던  흑백사진 같았던 추억.

그 추억의 자리에 돈가스가 있었다.

그때 재미났던 한 친구는 빠지지 않고

이런 말을 꼭 했다.

"얘들아! 촌스럽게 돈가스가 뭐니?

포크커틀릿이라고 하는 거야!​"

​친구의 유치한 농담에 한바탕 킥킥거렸던

웃음 속에 옛날 돈가스의 맛이 머물러 있었다.

​​

소스가 듬뿍 뿌려진 얼굴보다 커다란 고기,

매쉬포테이토와 양배추 샐러드, 옥수수 콘, 단무지 두 조각 그리고 크림수프.


수프를 우아하게 한 입 떠먹고,

고기를 다 썰고 먹을까? 한 조각씩 자르면서

먹을까? 심각한^^ 고민을 하고, 어색하게 칼질을 하며 먹었던 돈가스는 맛을 느낀다기보다는

그 레스토랑의 분위기와 낯선 경험의

짜릿함을 맛봤던 순간이었다.

다 먹을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도

왠지 다 먹으면 촌스러울 거 같아서

한 조각은 예의상 남겨놓고, 아쉬운 마음을 숨겨놓았던 새파랗던 청춘의 시간들.


그 멀어진 기억이 오늘 문득 더듬어지는 걸 보면 아마 나는 내 몸 어딘가에 저장된 옛날의 맛이 그리워졌나 보다.

오늘  나는 아이에게 소중한 보물을  물려주기라도 하듯

옛날 경양삭 집 돈가스를 선물로 주려한다.

아이가 오늘 받은 선물은 어릴 적 엄마의 청춘이 담겨있는 낭만 돈가스이다.


(재료 준비)


(후추와 소금 간을 약간, 튀김가루 묻히기)


(달걀물 씌우기)


(빵가루 씌우기)



(강불에 튀긴다)



(매쉬포테이토)



(크림수프)



(경양식집  옛날 돈가스)



(낭만 돈가스 나왔습니다)



재료;
돈가스용 고기, 후추, 소금, 달걀,
튀김가루, 빵가루
양배추, 케첩, 크림수프
감자, 당근, 마요네즈, 옥수수콘
단무지


나만의 레시피;
-돈가스 고기에 후추 소금 간을 한다.
-튀김가루를 묻히고, 달걀, 빵가루를 입혀
   약간 강한 불에 튀긴다.
-매쉬포테이토는 삶은 감자를 으깨서
  당근을 조금 넣고 마요네즈로 버무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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