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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 02. 2022
두 얼굴의 만두(흥겨움과 씁쓸함)
시끌벅적한 설을 맞은지는 벌써 2년이 돼가는 거 같다. 첫 해는 코로나 때문에 시댁에 못 가는 게 내심 편하고 기분이 좋았는데..
올해도 또 조용한 설을 맞아야 하는 기분은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았다.
코로나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잃어버리고
있는 시간들에 대한 허전함과 씁쓸함이 공존했다. 그리고 아이에게 전해줄 추억도 쌓지 못하는 아쉬운 마음도 씁쓸함에 보태어졌다.
명절 기분을 내보려고 아이와 어릴 적 설날에 빚었던 만두를 해보기로 맘을 먹었다.
아! 내가 쓸데없는 일을 벌이는 건 아닐까?
아냐! 할 수 있을 거야! 김장도 혼자 해냈는 걸!
두 마음이 계속 엎치락뒤치락했다.
일단 일은 저지르고 보는 거지!
인터넷으로 만두 장을 보기 시작했다.
돼지고기 다짐육, 숙주나물, 당면, 부추,
두부, 밀가루 등등
결혼하고도 딱 한번 만두를 해본 적은 있지만
오늘처럼 비장한 각오로 만두피까지 빚기로
한 건 처음이었다.
어린 시절의 우리 집의 명절은 시끌벅적했다.
집안의 장남이셨던 아버지 덕분에 엄마는 항상
대식구의 명절 준비를 해야 했다.
친척이 엄청 많지 않았는데도
사람을 좋아하시는 아버지는 먼 친척분들도
항상 집으로 초대를 하셨다. 그래서 어떤
명절에는 손님이 30명쯤 오셨다 가신 적도 있었다.
엄마는 일주일 전부터 명절 준비로 바빴다.
장은 일주일 전부터 보기 시작해서 매일을
종종거리셨다.
설날의 장은 항상 푸짐했다.
과일도 생선도 고기도 제사상, 차례상에 올라가는
음식에는 돈도 마음도 아끼지 않으셨다.
항상 가장 크고 좋은 재료만을 고집하셨다.
누가 잔소리하는 것도 아니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 엄마의 차례상은 일찍 돌아가셔서 얼굴도 뵙지 못한 시어른들에 대한 며느리로서의 도리와 정성 그리고 사명감 같은 것이 담겨 있었다.
설 전날은 새벽 5시부터
부엌에서 나는 딸그락거리는 소리가 아침 일찍
잠을 깨웠다.
설음식은 일단은 만두를 먼저 빚어야 했다.
김장김치 서너 포기는 잘게 다져서
면포에 넣어 국물을 꼭 짜고,
두부도 서너 모 꼭 짜서 넣어야 했다.
그리곤 잘 삶긴 당면이 다져지고, 돼지고기 다짐육과 각종 야채와 파, 마늘, 달걀노른자와 참기름이 버무려져 큰 대야로 한숨이 쉬어질 만큼의 속재료가 만들어졌다.
이제부터는 만두피와의 전쟁이다.
점심 시간대쯤 도착하신 작은엄마와
우리들은 밀가루를 반죽해 만두피를 밀기 시작했다.
때로는 크게 반죽을 펼쳐 주전자 뚜껑으로
찍어내던가, 때로는 만두 한 개만큼 만
조각내어 따로 빚던가,
지루해질 때쯤 모양을 바꿔가며 빚어낸
만두피는 금세 만두소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었다.
만두 개수가 늘어나고 만두 소가 줄어들 때는
작은 성취감마저 들었다.
너댓 명이 달라붙어 빚은 만두는 모양도
크기도 제각각이지만 한결같이 먹음직스럽고
푸짐해 보였다.
그런 왕만두가 200개쯤 일지, 300개쯤 일지.
만두의 양만큼이나 노동의 강도도 만만치
않았기에 속으로는 투덜대는 마음도
적지 않았다.
'아! 엄마는 맨날 다른 사람 주려고
이렇게 애를 쓰시지?'
가끔은 헤아릴 수 없는 엄마의 마음이 어리석어
보였다.
차례를 지내고 오후가 되면 친척들이 하나둘씩
집에 모이기 시작했다.
손님들이 오실 때마다 만두는 최선을 다해
자기만의 맛을 전했고, 저녁에도, 심지어는
그다음 날 아침까지도 쉬지 않고 손님을 맞이해야 했다.
손님상에 전해지는 만둣국에는 아버지와 엄마의 넉넉한 마음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그런 명절은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까지였던 거 같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도 엄마의 명절 음식이나
만두는 그대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더 이상 예전의 손님들은 그 자리에 찾아와 주지
않았다.
시끌벅적함이 싫었던 어린 시절의 명절과는
다르게, 허전하고 쓸쓸함이 드리워진 명절의 만두는 주인을 잃어버린 물건처럼 기운이 없고 맥이 빠져 보였다.
엄마의 얼굴에도 힘들지만 흥겨웠던 명절의
설렘과 기쁨의 표정은 없어지고,
과거의 빛바랜 시간들을 떠올리는
씁쓸한 아쉬움만이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나에게도 더 이상 만두 만드는 일은
재미나거나 뿌듯한 일이 아니게 돼버렸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 빚은
설날의 만두를 생각하면,
주인을 잃은 만두보다
엄마의 넉넉한 마음이 갈 곳을 잃고
웃음기 없는 얼굴로 씁쓸하게 남아있는 게
더 짠하고 서글프게 느껴졌다.
아날로그 감성을 지닌 만두는 어쩌면 내가
알고 있는 우리나라 음식 중에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인 거 같다.
그래서 차마 도전하기 두려운 존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두는
왜 아직 나에게 잊히지 않는 존재로 남아있을까?
그리고 가끔씩 생각나서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맛에 있어서는,
시판되는 만두는 조미료의 밍밍함과
재료가 뒤섞여 뭐가 들어갔는지 알 수 없고
느끼했지만,
집에서 만드는 만두는
잘 익은 김장김치가 들어가서 담백하고
재료 하나하나가 입안에서
건강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고,
나만 알 수 있는 우리 집만의 분위기와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쪄먹어도, 구워 먹어도,
만둣국으로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가 않았다.
그리고 마음에 있어서는,
아버지의 넉넉한 인심과
어리석게 느껴졌던 엄마의 정성과
아낌없는 사랑이 문득문득 그리워지기
때문이다.
옛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나는 만두소를 만들고,
남편과 아이는 만두피를 빚었다.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설날의 흥겨움이었다.
(만두 재료 준비)
(야채와 김치는 다져서 짜고,
두부도 으깨서 물이 없게 짠다.)
(고기는 따로 후추와 소금 간하기)
(만두소 준비)
(달걀 참기름 소금 넣고 버무리기)
(밀가루는 식용유와 소금 넣고 간해서
반죽하기)
( 만두피 만들기)
(왕만두 만들기)
(면포가 없어서 그냥 쩠더니 살짝 달라붙음)
(왕만두 완성)
재료;
김치, 당면, 부추, 숙주나물, 돼지고기 다짐육
두부, 파, 마늘, 소금, 후추, 참기름, 달걀
밀가루, 식용유 조금
나만의 레시피;
-김치는 다져서 꼭 짠다.
-두부도 으깨어서 꼭 짠다.
-당면은 6분 정도 삶아 다진다
-다른 야채들도 잘 다지기
-고기는 따로 후추 소금 간하기
-야채와 김치를 섞어 소금 넣고 간하기
-모든 재료를 달걀노른자 3개를 넣어
섞고 참기름도 넣었다.
-밀가루 반죽은 식용유와 소금을 조금
넣고 반죽해서 30분쯤 숙성시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