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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다쟁이 Jan 15. 2022

낯설었던 떡국 (담백)


새해가 밝았다. 명절이 아닌 1월 1일은

무슨 음식을 먹을지 애매했다.

그래도 연휴에 한 번쯤은  생각나는

음식이 떡국이었다.

자주 해 먹어서인지 아이는 떡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나는 언제라도 오케이였다.

겨울과 꼭 짝을 이뤄야 하는

베스트 프랜드처럼..


서울 토박이로 자란 나는

어느 지역에 어떤 먹거리가 나고

무슨 음식을 해 먹는지 잘 몰랐다.


경상도 대구란 지역을 처음 가게 된 건

고향이 대구인 남편과 결혼을 하고서 였다.


경상도의 음식이나 문화는 낯선 것들이

참 많았다.

제사나 명절에 하는 음식들 중 간혹

내가 처음 접하는 것들도 있었다.


서울에서는 설 명절에 만두를 꼭 빚었다.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 만두소를  만드는

일이 제일 큰 일이었고,

일일이 만두피도 주전자 뚜껑으로

콕콕 찍어서 만들었다.

만두를 빚는 일은 힘들었지만

집에서 빚는 만두는 명절의 꽃이 되었다.


하지만 경상도 지역은 설에 만두를 빚지 않았다.

제사나 명절에는 돔배기라는 상어고기가 

올라가고,

배추전도 처음 해 먹는 음식이었다.

무나물도 영 어색했다.

하지만 그중 낯설었던 음식은 떡국이었다.


서울식 떡국은 소고기를 넣고 볶은

고기 국물에 만두와 떡을 넣고

국간장과 파, 마늘, 달걀을 풀어 마무리를 했다.

어찌 보면 떡은 만두의 조연배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었다.

떡보다는 만두가 훨씬 잘 팔렸다.


하지만 경상도식 떡국은  맹물에 떡만 끓여서 달걀지단, 약간 짜게 한 소고기 고명에

김을 얹고,  참기름으로 마무리를 했다.

저렇게 해서 무슨 맛이 날까?

왠지 밋밋하니  맛이 없을 거 같았다.


하지만 경상도식 떡국은 의외로

담백한 맛을 자아냈다.

고기 국물의 깊고 진한 맛은 없었지만,

담백함이 주는 깔끔한 뒷맛이 있었다.

낯선 곳에서 느끼는 생경함이

매력으로 다가오는 맛이었다.


첨에는 익숙지 않았던 떡국을

가끔 깔끔하게 먹고 싶을 때

나는 지단을 부치는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는다.


노른자, 흰자를 나눠서 예쁘게

부치는 지단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지만,

떡국에 얹힌 모습을 보게 되면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오늘은 문득 만두가 없는 떡국보다는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경상도식  떡국을 끓이고 싶었다.


아마도

노른자와 흰자로 나누어 부친

달걀지단의  정갈함을

한 해를 시작하며 떡국에  담아내고

싶었나 보다.


(재료는 간단하다. 떡국떡, 달걀, 소고기, 김, 참기름)



(소고기를 냄비에 볶아 국간장으로 약간 짜게

간하기. 물도 적당히)



 (달걀지단 부치기)



(세 가지 고명 완성)



(고기 고명으로 간 맞추기)




(시금치도 같이 곁들여 먹음)



재료;
떡국떡, 소고기, 김, 달걀, 참기름


나만의 레시피;
-소고기는 그냥 볶다가
  국간장으로 약간 짜게 간하기
-물도 자박하게
-지단은 약한 불에서
  식은 다음 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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