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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눈깨비

by 정순오

저 혼자 내리자니 심심해서

비와 같이 내린다

저 혼자 내리자니 외로워서

눈과 같이 내린다


어깨동무하고 머리 맞대고

얘기하며 내린다


- 우리 내려서 물 될까? 얼음 될까?

- 올 때 같이 왔으니 갈 때 같이 가야지


그러러면 자기 이름 버려야 해

자기 고집 꺾어야 해


눈이 자기 이름 버리자

비도 자기 이름 버렸다


물이라는 이름으로

끝까지 함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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