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보내는 읽히지 못하는 두 번째 편지
너에게 편지를 쓴 지 한 달이 지났네.
안녕. 잘 지내고 있어?
아무런 소식도 네가 지금 무엇을 하는지 나는 현재 알 길이 없기에 그저 네가 잘 지내고 있다는 생각으로 나도 그저 그런 똑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지금은 한 달 전 보다 난 인생의 목표가 생기지 않아 방황하는 중이지만 곧 괜찮아질 거라고 난 나 스스로 믿고 있어. 흔히들 슬럼프라고 말하는 걸 겪지만 이것도 좋은 때가 있기 때문에 나온 단어라 생각하며, 다시금 계획을 세우고 무언갈 해보려고 해.
요즘 날씨가 꽤 좋아졌더라.
널 만났을 때가 꽤 추운 겨울이었는데, 너와 함께 있는 그 시간은 더위가 조금씩 오는 그날이었고, 지금은 다시금 그날의 추위가 오려고 더위를 조금씩 밀어내고 있는 그런 날씨야. 물론 낮에 더운 건 마찬가지지만, 꽤 시원해졌어. 이런 날에 너와 함께 하지 못한 걸 후회하고 있어. 이건 산책을 하다 보면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연인들을 보며 느껴지는 부러움을 너에게 하소연하고 싶어서 하는 말이야.
너와 헤어짐을 겪고 난 방황하지 않았어. 그렇게 힘들지 않았고, 대신 뭔가 빈 공간에 갇혀 아무것도 없는 그곳에서 많은 생각을 하는 시간이 많아졌어. 평일에 1번, 주말에 1번 너와의 시간을 지금은 그저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고 있고, 매일 산책을 하며 그때의 추억들을 떠올리는 정도가 되었어. 너와 만나기 전 나의 생활이 이랬을까를 생각하다 그때가 막상 어떻게 지냈는지 떠오르지 않았어. 분명 지금과 다를 바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너와의 만남이 특별했던 것이고, 그렇기에 지금의 모습이 그만큼 진짜 나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 이별을 만든 건 나이지만, 내가 그렇게 벌 받는 기분이랄까?
사실 이런 투정 한번 부려보고 싶었어. 이별을 한 그저 그런 사람의 생각 같은 거라고 이해해 줘.
매일 글을 쓰다 보니 내가 지난 연애를 어떻게 했는지 떠올랐어.
난 매번 이런저런 다짐과 규칙을 정해놓고, 그렇게 가면을 쓰고 상대방이 제일 좋아할 것 같은 모습으로 지금까지 연애를 했던 것 같아. 당연히 상대방이 싫어하는 행동이나 말 등을 하면 안 되는 건 당연하지만, 단지 이런저런 다짐과 규칙으로 날 그것에 맞추면 안 되었다고 생각해. 너만 놓고 봤을 때 그저 널 사랑하면 되는 거였어. 날 만나는 그 당시에는 너무 생각이 많았고, 그렇게 내가 아닌 모습, 나의 실수를 감추기에 급급해서 네가 날 미워하지 않게끔 노력했던 게 많았던 것 같아. 그냥 난 내가 널 이만큼 많이 사랑하고 있기에 네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날 만날 용기를 생각해야 되는 그러한 모습보다는 그저 안심이라는 당신이 이만큼 날 사랑하고 있어서 잘못을 해도 안심이 돼라는 그 정도의 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정답이었다고 깨달았어.
난 방황하고 있어.
아직까지 그날에 난 왜 그랬을까를 생각하며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고, 그만큼 같은 날을 반복하는 어느 영화 주인공처럼 매일이 당황의 연속이 되었어.
하지만, 잘 지내려고 노력할 거야.
널 위한 게 아니라 네가 좋아했던 나의 모습을 다시 찾기 위해 노력하려고 해. 네가 나의 어떠한 모습을 좋아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두 번째 편지도 첫 번째 못지않게 두서없이 썼네.
편지가 뭔가 내가 지금 되게 부정적으로 안 좋은 상황이 되었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라도 너와의 추억을 붙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
그렇게, 그럼.... 다음에
"See you l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