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럭저럭 현실을 버티면서 지내고 있어. 널 알고 너 없는 그 시간에 후회와 미련을 뒤섞으며 시간을 보내는 중이야. 나의 모습은 널 처음 본 그때 이전의 모습과는 조금 많이 달라졌어. 한번 꼬인 이어폰 줄 같이 풀기에는 너무 늦어 그냥 놔두고 지켜보기만 하고 있어. 스스로 풀릴 거라는 기대를 가지지만 정말 안 풀린다면 잘라버려야지 하는 생각도 하고 있어.
요즘은 산책을 하기도 해. 너랑 낮에 손을 잡고 돌아다닌 많은 곳들을 밝은 날에 가는 게 아닌 혼자서 어두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내가 놓친 게 무엇인지, 지난 시간 난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어. 취미생활로 운동을 했지만 그 운동이 한 발짝, 두 발짝 걸음으로 바뀌어서 이것 또한 변화된 하나라고 생각해. 참고로 운동은 잘하지 않고 있어. 운동에 흥미를 잃기도 했고,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사라지니 생각보다 재미가 없고, 노력을 하지 않게 되어서 다른 재미있는 게 무엇인지는 찾아보고는 있어.
산책을 하며 여러 떠오르는 생각들을 기록해 뒀다가 글을 쓰기도 해. 단지 글은 나의 일기 같지만, 후회와 미련을 담은 글들로 채워지고 있고 가끔 내가 쓴 글을 보며 내가 살아온 방식과 길을 반성하는 용도로 사용하기도 해. 너무 배려 없는 삶을 살지 않았나. 너무 계획 없이 살지 않았나 하며 나 자신에 채찍을 휘두르고 있지.
난 아직도 헤어짐의 뒷감당을 못하고 있어. 넌 어떻게 정리가 잘 되었니? 저번에도 이미 정리가 다 되었다고 한 것 같은데 내심 서운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생각했어. 이별은 그렇게 하나씩 포기하고 놓는 거라며 친구들한테 했던 말을 내가 스스로 지키지 못하고 있어서 이제는 남이 되어 버린 널 위한 누군가가 조언을 했으면 했거든.
남이 되는 게 이렇게 힘든 거라는 걸 인생 살면서 처음 느끼고 있어. 많지 않은 연애 들 중에 그저 덤덤히 정말 포기하고 내려놓으니 잠깐의 아픔은 어느덧 아물고 아무렇지 않아 했는데 이번에는 조금 오래가네.
그렇다고 걱정을 하거나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프지는 않아! 다만, 뭔가 찡하고, 신경 쓰이고, 예전에 떠오르지 않았던 여러 생각들이 떠오를 뿐이니깐. 그러한 부분을 나의 나름대로 담아두고 있고, 그렇게 상처가 덧나고를 반복하며 흉터가 생기길 기다리고 있어. 먼 미래에 난 그렇게 생각하겠지.
'그래 그렇게 나의 나름대로 노력하고, 치유하려고 했어.'
라며 그렇게 다독이고 있어.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겠지만 한동안은 이러한 생각과 감정들을 계속 간직하려고 해. 그냥 온전히 남이 되어버린 널 생각하고 받아들이기로 결심한 시점부터 내가 감당해야 되는 감정들이지만 나름 신선하고 좋은 것 같아.
그래. 맞아! 나 이렇게 지내고 있어.
넌 어떠니? 날 만나지 않았던 그때와 똑같니? 이 더운 날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해맑게 때론 긍정적이게 인생을 즐기고 있니?
어느 순간 이 편지가 너에게 닿길 바라면서 쓰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보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다음편지를 쓸 때까지 그렇게 글을 쓸게. 그리고 안녕,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아직은 하지 않을게. 그것만은 차마 못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