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의 기울어짐을 초과하는 감각의 기울어짐
★★★★
<제3의 사나이>는 홀리 마틴즈(조셉 코튼)가 빈에 도착하면서 시작한다. 홀리를 맞이한 것은 빈으로 부른 친구 해리 라임(오손 웰즈)의 장례식이다. 그는 도착하자마자 어디에도 의지할 수 없는, 철저한 이방인이 되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홀리뿐만 아니라 그가 도착한 빈 자체가 이방인이라는 사실이다. 모두가 홀리를 훔쳐보고, 그의 행동을 의심한다. 홀리 역시 그들을 의심하면서 해리 라임의 죽음에 다가간다. 모든 것이 명확하지 않다. 불확실한 대화들이 오고 가고, 불확실한 사건이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제3의 사나이>는 사각 앵글(canted angle), 그리고 빛과 그림자를 통해 담아낸다. 어둠에 숨어/갇혀있던 해리 라임(오손 웰즈)은 의도하지 않은 불빛에 의해 모습을 드러낸다. 숨기와 드러나기를 반복하며 해리와 홀리의 추격이 이어진다.
엔딩은 적막하다. <제3의 사나이>의 화면을 장악했던 사각 앵글과 빛, 어둠이 모두 사라졌지만, 또 다른 불안이 관객에게 제시된다. 카메라는 움직이지 않고, 후경 중앙에서 안나(알리다 발리)가 전경을 향해 천천히 걸어온다. 전경 왼쪽에서 홀리가 기다리고 있다. 후경의 안나를 바라보기는 하지만, 다가가지 않는다. 그곳에 서 있을 뿐이다. 가로수의 나뭇잎이 떨어진다. <제3의 사나이>에서 처음으로 찾아온 안정적 화면이다. 그러나 안나는 홀리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지나간다. 그리고 홀리는 안나를 따라가지 않는다. 화면은 가장 안정적이지만, 이 장면이 뿜어내는 감각은 사각 앵글의 기울어짐을 초과한다.
(2020.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