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매듭 풀기
jtbc, 2020,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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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실패는 명백하다. 드라마 초반 차현태(박성근), 김미숙(송선미), 차주은(서현)의 다큐(사기), 그리고 이들을 대상으로 정윤경/정복기(김효진)와 김재욱(김영민)이 찍은 다큐의 전개는 장르적 기대감을 충족하며 빠르게 관객에게 몰입감을 제공한다. 이후 <사생활>은 두 다큐의 얽힌 매듭을 풀어가는 과정이다. 그 열쇠로 차주은과 이정환(고경표)의 결혼 그리고 이정환의 의문의 죽음을 배치했다.
그러나 <사생활>은 두 다큐의 매듭을 푸는 대신, 이정환, 김재욱 그리고 GK그룹의 새로운 매듭을 제시한다. 드라마 초반 캐릭터를 구축하며 몰입감을 이끌었던 인물들은 하나둘 씩 그 존재감을 잃어간다. 이 드라마의 가장 매력적인 인물인 정윤경/정복기는 드라마 초반과 후반을 이어주지 못하고, 장식적으로 차주은, 이정환, 김재욱의 주변을 서성일뿐이다. 이는 김미숙과 차현태 역시 마찬가지이다.
결국, <사생활>은 초반 구축한 장르적 몰입감에 관객을 가두는 것이 아니라, 무자비하게 관객을 밀어낸다. 정형화된 요소를 추가하며 관객을 잡아두려 하지만 이미 뒤죽박죽인 실타래에 손을 가져가는 것은 쉽지 않다.
(2020.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