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을 기록하지 못한 멜로드라마
tvN, 2020, 한국
☆
청춘의 현재적 고난과 역경 그리고 미래의 희망은 언제나 있어왔다. 이 반복되는 구조에 방점을 둔 청춘 ‘기록’이라면 성공적이다. 그러나 <청춘 기록>이 가진 보편성이 구체성을 삭제한다. 청춘 ‘기록’이 되기 위해서는 동시대성의 획득이 필수적이다. 동시대성은 몇몇 에피소드의 나열로 획득되지 않는다. 사건의 동시대성이 아니라 감각의 동시대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마지막화에서 정하(박소담)는 모든 것을 기억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미지/영상은 이를 담아내지 못한다. 정하와 혜준(박보검)의 사랑을 매개했던 비는 그들에게 닿지 않는다. 그들은 차 안에 앉아 정면을 바라보며 창 밖의 비를 바라본다. 그러나 정하의 말은 이러한 이미지/영상의 발화를 차단한다. 그리고 쇼트의 전환은 그들의 지난 시간을 관객이 천천히 살펴야 할 시간적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이러한 ‘말’의 직접적 제시와 쇼트의 통상적인 전환은 동시대적 감각에 대한 고민 부재에 기인한다. 감각의 장이 되어야 하는 멜로에서 감각을 지우는 행위는 무책임의 소산이다. 물론 이는 <청춘 기록>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0년 멜로드라마는 멀게는 2002년 <네 멋대로 해라>, 가깝게는 2019년 <멜로가 체질>이 보여준 사랑의 언어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2020.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