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만은 쪽팔림으로 이어졌다.
때는 2012년. 조교로 군 복무 중이었다. 매 달마다 새로운 훈련병들이 들어온다. 사회의 탈을 벗고 군인의 신분을 다하기 위해 훈련소로 입소한다. 군 복무의 첫걸음은 훈련소인 셈이다. 내 입장에서는 입대한지 1년이 지난 터라 안방처럼 편하지만, 군대가 처음인 훈련병들에게는 낯설고 두려운 장소다.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인지라 훈련소 안에서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적응을 한다. 훈련소도 사람 사는 곳이다
보니 다 똑같다. 단지, 통제받는다는 불편함이 있을 뿐이다.
하루하루 적응해 가고, 한 달간의 시간을 동고동락하며 훈련을 가르친다.
그렇게 1~2주 차 교육이 지나갔고, 3주 차 교육기간이 다가왔다. 이때는 훈련병들이 설레하는 기록사격이 있는 주차다. 설렘을 통제하기 위해 기록사격에 대한 주의점을 설명해 줬다. 이 때 한 훈련병이 묻는다.
"조교님! 조교님은 사격 잘 하십니까?"
"나? 그럼. 사격 짬밥이 있는데."
"오오오~~ 그러면 20발 중에 몇 발 맞추십니까?"
"보통 20발 중에 18발은 맞추지. 사격 별거 없어."
다음 날, 아침 식사를 하고 인원체크 및 교보재 확인을 한 다음 사격장으로 이동했다.
사격장으로 이동하는 내내 훈련병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기대를 잔뜩 품은 눈빛 이였다. 마치 영화 '슈렉'에 나오는 고양이 표정이었다.
사격장에 도착하여 각 중대별로 인원 배치하고 시범 준비에 들어갔다. 아무 준비도 하지 않던 나를 보고는 훈련병들이 의아해 한다. 사실, 밑에 후임들이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시범을 하지 않아도 됐다.
"어? 조교님 시범 안 하십니까?"
"어 안 해!"
"왜 안 하십니까?"
"후임들이 할 거야. 난 소대장님 옆에서 너희 사격하고 나면 클리크 수정 도와줄 거야."
훈련병들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것도 잠시, 이들의 기대를 하늘이 도운 걸까.
후임 한 명이 시범에서 빠지고 나를 넣는 게 아닌가. 까라면 까야 했던 이곳에선 군말 없이 시범을 보여야만 했다. 사격장으로 올라가 사로에 진입을 했다. 뒤에는 훈련병들이 똘망똘망한 눈 빛으로 보고 있다. 통제실에서 사격 개시 소리가 나온다.
'탕!' 한 발 쐈더니 엉뚱한 곳에 맞는다. '헐... 큰일인데?' '영점 왜 안 잡혀 있지?' 해결 방법이 없었다.
하는 수없이 가늠좌, 가늠쇠를 기준으로 표적과 벌어진 만큼 계산하여 쏴야만 했다. 18발은 맞춘다고 자신 있게 말했는데 15발로 마무리됐다. 시범 보인 인원 중 꼴등이었다.
당황하여 등에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뒤를 돌아 보니 훈련병들의 표정은 실망으로 가득 찼다.
속으로는 이런 결과가 왜 나오게 됐는지 말해주고 싶지만 하지 않았다.
창피했다. 쥐구멍만 있으면 들어가 숨고 싶었다. 닥터 스트레인지라면 타임 스톤을 쓰고 싶었다.
자만했던 내가 싫었다. 겸손하지 못한 결과는 나에게 고스란히 돌아왔다.
이 후로 '자만'이라는 단어를 몸에서 버려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