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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Jan 05. 2018

진통제와 비타민

서비스 기획 관점으로 바라보기

‘진통제’를 팔 것인가, ‘비타민’을 팔 것인가.



사업을 기획할 때의 선택지 중 하나이다. 마케팅 분야에서 빈번히 등장하는 이 질문의 답으로 적절한 것은, 가능하고 다른 변수가 동일하다면 ‘진통제’를 만들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만약, 두 제품이 모두 시장에 ‘처음’ 등장한 것이라고 가정해 보자.


1) 비타민을 팔기 위해서는 이것이 무엇인지, 왜 좋은지 설명하는데 드는 비용이 크다. 실제적으로 장기 복용하면서 효과를 몸으로 느끼기도 어렵다.


2) 하지만 진통제는 ‘이게 당신의 고통을 완화시켜 줄 것입니다’라는 한 문장으로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다. 또한, 복용 즉시 그 효과를 사용자/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다.


제품으로 두 개의 차이는 이렇듯 분명하고, 때문에 [비타민 보다 진통제를 팔아라]는 옳다고 여겨진다.


진통제류의 제품/서비스는 ‘필요한’것이다. 또한 은유적으로 고객이 느끼는 부족함(Pain Point)에 대해서 해결한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결국, 고객의 불편(Pain)을 없애거나 즐거움(Wow)을 느끼게 해 주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자동차로 치면 에어백과 같이 필수적인 제품이 우선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비타민류의 제품/서비스는 ‘부수적인 것’이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인 무엇인가로 볼 수 있다. 자동차에서는 조금 더 나은 카시트, 카오디오와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진통제’를 기획하는 것이 답이라고 여겨질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진실은 아니다. 왜냐하면 현대의 제품/서비스 기획자들은 고객이 미처 마주하지 못한 ‘부족함(Pain point)’를 고려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고객을 묶어 (Lock-in) 없어야 할 부족함도 형성하여 자신이 기획한 제품/서비스를 필수적이게 만들어야 하는 까닭이다.


카카오톡의 대체재가 많지만, 이런 류의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MIM)가 하나라고 가정하자. 지금에서야 카카오톡이 없는 내일을 그리기 싫지만, 카카오톡 이전에는 문자 비용을 낮추는 것 외에 큰 의미가 있지는 않았다.(물론 문자 비용이 큰 이들에게 이건 충분히 진통제 역할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서비스가 성장하고 모두가 이 서비스를 쓰는 지금 이 순간, 카카오톡 없는 내일을 그다지 생각하고 싶진 않아진다.


페이스북 역시 마찬가지. 특히, 한국에서는 ‘싸이월드’가 있는 시점에서 ‘UI’의 변경 외에, 그다지 페이스북의 핵심적인 ‘사람 잇기’라는 기능이 필수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쿨’ 해 보였기에 널리 퍼졌고, 젊은 사람의 다수가 사용하고 있다. 나 같은 사람은 준비되지 않은 채로, 즉 대체재가 없는 상태로 페이스북을 잃으면 큰 상실감을 느낄 것이다.


요약하자면, 비타민도 언젠가 ‘진통제’ 같은 것이 될 수 있다. 한 시장의 라이프스타일의 변경, 서비스나 제품의 네트워크 효과, 소비력의 상승 등 이를 유발하는 요인은 굉장히 많다. 또한 이 경우에는 시장을 선점할 수도 있고,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수도 있다. 때문에 ‘비타민’ 이 아닌 ‘진통제’를 택하라는 명제는 ‘언제나 참’이 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면, 위 에어백과 카시트의 예로 보면, 실제로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만드는 기호 제품인 카오디오, 카시트가 실제 회사 수익률은 더 높을 수 있다. 왜냐하면, 생리학적/의학적 ‘통증’과 달리 사람들이 원하는 제품의 속성은, 그들이 갈구하는 지점(Pain Point, Wow Point)은 취향과 성격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울프 오브 월스 트릿트. 마지막 장면. 왜 펜이 필요하냐? 니즈의 창출)


때문에 해당 제품/서비스의 사용자도, 그 규모나 성격, 구매력 등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특정 소수에게 필수적인 제품, 맹인들을 위한 점자 시계와 모두에게 그냥 조금 더 좋은 물건 ‘스마트 워치’ 중에 선택을 하라고 한다면, 모두가 ‘스마트 워치’를 기획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할 테니까.


(물론, 애플 워치 이전의 대다수의 스마트워치는 충분히 매력적인 서비스는 아니어서,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물론, 점자 시계 중에서도 그 디자인이 우수하여 엄청 좋고, 예쁜 시계인데 ‘맹인들도’ 쓸 수 있는 시계라는 콘셉트로 시장의 반응을 이끌어낸 케이스도 있다. 이는 위의 상황을 슬기롭게 해결했다고 보는 게 옳겠다.)


학술적인 글이 아니고 개인의 생각을 밝히는 글이다 보니, 예시가 분명하거나, 공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가 하고픈 말은 분명하게 전달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마케팅, 사업, 기획의 법칙이라는 것은, 절대적이지가 않다. 상황은, 사람은 그리고 시대는, 사회는 변한다. 때문에 이에 반응하여 기획을 하는 것이고, 변화를 예측하여 기획을 하는 것이다.


이를 무시하고 최적해(Best practice)를 따르는 것은 그저 과거의 방법을 답습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때문에 기획자는 새로운 개념을, 방법론을 배우고, 적용해보면서 사례를 수집하고 새로이 다음 문장을 이어 나가야 한다. [‘비타민’ 보다 ‘진통제’를 만드는 편이, 사업적으로는 더 낫다, 하지만 어쨌든 누군가는 ‘비타민’을 진통제보다 더 큰돈을 주고 산다]


초고: 2015.05.13

탈고: 201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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