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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Jul 23. 2017

<스파이더맨:홈커밍> by 존 와츠

우리들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 오프닝 음악과 함께 시작.

https://www.youtube.com/watch?v=v2m7vCJ86fE

옛 TV Show 오프닝과 마블 오프닝의 믹스!



스파이더맨의 추억은 강렬하다. 누군가에게는 모든 것이 '아이언맨'에서 시작되었다 하겠지만, 내게 그 시작은  '스파이더맨'이었다. 피터 파커 역으로 분한 토비 맥과이어. 빌딩을 넘나드는 씬. 그린 고블린과의 전투 등. 물론 아이언맨은 히어로 무비의 많은 것을 바꿔놓긴 했다. 하지만, 내가 '마블'이라는 IP 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분명 '스파이더맨'부터였다. 


스파이더맨 2는, 닥터 옥토퍼스와 함께 괜찮았고, 스파이더맨 3은 실망스러운 와중에 베놈의 비주얼만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엔드류 가필드는 조금 더 밝고, 경쾌한 스파이디를 보여주었지만, 2편에서는 스파이더맨 3과 같이 난삽한 이야기 전개로 좋은 평가를 못 듣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승승장구하고 있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최고 인기 캐릭터 중 하나인 '스파이더맨'을 넣어 달란 팬의 성화는 커져갔고, 뒷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소니와 마블-디즈니는 드디어 손을 잡았다. 그렇게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에 공항 전투신을 스파이더맨이 훔쳐가게 되었다. 물론, '비중'으로 보면 앤트맨 역사 만만치 않았지만, 아직 솔로 무비가 개봉하지 않은 히어로인 '블랙 팬서'와 비교해보면, 대놓고 '블랙 팬서'를 밀어준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의 전개에 비해서도 '스파이더맨' 은 전혀 꿀리지 않는 영향력을 드러내었었다. 전투 중에 시끄럽게 떠드는 캐릭터는 자칫 너무 진지해질 수 있는 영화에 쉼표를 찍어,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 가 나쁘지 않음을 넘어서 괜찮은, 좋은 영화로 갈 수 있도록 도왔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톰 홀랜드' 가 주연한 <스파이더맨:홈커밍>(이하 영화)에 대한 내 기대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원작을 조심스럽게 한 편 한 편 마주하면서, 이런 식의 스파이더맨도 그릴 수 있겠구나 하는 상상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소니와 마블의 타협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나쁘면 어쩌지... 좋은 평을 받는 예고 편들을 보면서 저렇게 다 보여주면 본 편에서는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싶은 생각이 크게 들기도 했었다. 


다 기우였다. 영화는 하이틴, '성장'에 초점을 맞추었고 훌륭한 이야기를 내게 선사해주었다. <아이언맨 3>의 이야기를 잇는 부분도 있었고, 다른 마블, 히어로 무비의 많은 부분들이 녹아들어가 있었지만 신선했다. '거미에 물린다' 라거나 '감각의 극대화'에 대한 묘사, 혹은 빌딩을 노니는 기존 스파이더맨 영화이 시그니쳐들을 과감히 덜어내고, 소코 비아 협정 이후의 '가면 쓴 자경단' 들의 고뇌 같은 것도 쉽게 덜어내어 버린다. 등장하긴 하지만, 그렇게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십 대' 가 가질 수 있는 다른 감정들과 버무려져 등장한다. 내가 이 가면을 벗으면 내가 좋아하는 그녀가 날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식으로.


그렇다. 영화는 '무게' 잡지 않는다. 최근의 다른 마블 영화들, 혹은 마블에서 파생한 넷플릭스 시리즈와는 다른 지점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들의 친절한 이웃'으로 남아 달라는 '아이언맨'의 영화 초기의 부탁과, 영화 말미에 피터 파커가 '어벤저스' 합류를 거절하는 것 까지, '땅에 붙어 있는 히어로'로 스파이더맨은 포지셔닝한다. 이 부분은 단순히 캐릭터를 어떻게 배치하느냐와 함께, 마블-디즈니가 고민해야 하는 콘텐츠 전략이 맞물려있다고 생각한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비대해졌다. 아무리 쉽게 만들어도, 사전에 봐야 할 정보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세대에게는 벅찬 내용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새로운 히어로를 내놓아야 하지만, '사이즈'의 문제가 있달까. 각자의 히어로는 팬덤을 형성하고 있기에, 허투루 그리기도 쉽지 않다. 넷플릭스와 합작한 디펜더스의 경우에는 '리얼리티'와 '어두움' '무거움'으로 그것을 돌파하고 있는 편이다. 보다 더 삶에 가까운 형태의 히어로들. 맞아서 피가 나는, 아프고 조직적인 범죄와 싸우는 일상의 히어로들. 하지만 그런 모습은 '매니악' 한 사람들, 그리고 '성인' 팬들에게는 의미 있지만 어린 팬층에게 얼마나 더 어필할 수 있을지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애초에 관람가도 '어린아이들' 용이 아니고.


블랙팬서는 등장부터 중량감이 너무 크고, '앤트맨' 은 이제 더 커져야 하고. '소니' 입장에서도 독자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갈 히어로가 필요하고. 그러니 자연스럽게 '뉴욕'의 '로컬' 히어로 스파이더맨이 등장해야 한다. 사실 이런 문제를 영화에서 계속 이야기하듯 - 세상이 바뀌었다는 표현으로 따라갈 수 있긴 하지만, 더 많은 히어로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배경에 외계 물질과 '인휴 먼스'를 섞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과연 잘 될지는 의문이긴 하다. 최근에 나온 인휴 먼스 예고편은... 참 보기 쉽지 않았다. 물론 더 잘 나올 수도 있겠지만.


각설하고. 영화는 '어벤저스'에 가입하지 않는 '스파이더맨'의 모습을 보여주며 끝난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말은 과연 등장하지 않을까, 다음 편에는? 이란 생각을 하게 하면서. 메이 숙모는 왜 그렇게 피터를 걱정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것임을 기대하게 하면서, 그 정체성을 너무 빨리 들켜버린 '피터'는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엇보다, '소코 비아 협정'과 '어벤저스 프로토콜'의 딜레마에서 아직까지는 자유로운 '스파이더맨'의 '인피니티 워'에서의 활약이 궁금해진다. 첫째로, 스파이더맨은, 길 잃은 할머니를 돕는 '친절한 이웃' 이 되면서 '소코 비아 협정'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히어로로 남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 탄생부터가, 하이드라 혹은 아스 가르디 언, 크리 종족 등과는 - 아직까지는 - 무관해 보이면서 '어벤저스'라는 백신이 지구에서 활동하며 발생시킨 '부수적 피해' 들로부터 자유로운 캐릭터라는 점이 둘째. 마지막으로 어벤저스에 가입하지 않으면서 어쩌면 냉전시대에 가까운 전쟁 억지력으로써의 '힘'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 궁금함의 이유이다. 


'어벤저스'는 어쩌면 핵무기와 같은 전략 무기로 MAD 상황에 대한 묘사처럼 보인다. 실제 그 팀 업 코믹스도 분명 냉전시기에 나왔을 테니 그 영향이 없지는 않았을 것 같다. '너네가 우리를 침범하면, 우리는 복수할 것이다!'라고 선언하는 <어벤저스> 1편의 아이언맨의 선언은 군수업자의 선언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재밌게도 이는 '테서렉트'를 둘러싼 '닉 퓨리'와 어벤저스 멤버 간의 설전에서도 등장하고, <어벤저스 2: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는 평화를 위해 설계한 존재가 평화를 위협한다는 구도를 통해서 더욱 극화된다. '어벤저스'는 과연 '전쟁억지력'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에서 피터 파커는 어벤져가 될 것인가, 그리고 '즉살 모드'를 사용하게 될 것인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쨌든 막강한 디즈니-마블의 영향력 아래에는 있지만 '소니-콜롬비아'라는 다른 줄도 있는 이 히어로는 조금은 더 튀는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니까. 




영웅은 무엇일까. '아이언맨' 은 '스파이더맨' 에게 '슈트가 없이는 아무것도 못한다면, 더욱더 슈트를 가져선 안된다' 고 말한다. 한편, 영화에서 무인으로 움직이는 것 같은 '아이언맨 슈트'는 완벽하게 '무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토니 스타크가 인도에서 말하길 '와이파이가 터져서 다행이야'라고 말하는 부분을 보면. 토니 스타크는 <아이언맨 3>에서 완전히,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에서 완벽에 가깝게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시빌 워'의 발단이 된 부분 중, '책임'에 대해서 통감하고 있으며, '울트론' 사태를 통해서 본인의 통제력에 대해서 더욱 신경 쓰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토니는 피터에게 이러한 것들을 가르치고 싶어 한다. 


영화에서는, 스파이더맨 영화의 또 다른 시그니쳐 중 하나인 '성조기' 장면을 묘하게 비튼다. 성조기 앞에서 묘기를 부리는 스파이더맨. 어쩌면 영화는 우리가 그동안 투사해온 '영웅'의 이미지를 살짝 비틀어서 보여주면서 <데드풀> 이 해학으로 넘어간 부분을 풍자로 받아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사실 기존의 스파이더맨 영화도 그랬다. '평범한 소년, 청년'의 모습으로. 영웅과 대중을 동일시하면서. 다만 이 번에는 그 '대중' 이 바뀌었기에, 그것을 비추는 거울 속의 상도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다시, 이 시대에 필요한 영웅의 이미지는 무엇일까. 아스가르드의 신? 와칸다의 국왕? 글쎄 그들은 멋있지만 같이 샌드위치를 나눠 먹기는 힘들 것 같다. 적어도 스파이더맨에게는 추로스를 스스럼없이 건넬 수 있을 것 같고, 퀸즈에서 길을 잃는다면 물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 '아이언맨' 은 '울트론'을 만들기보다는 더 많은 '피터 파커'를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 세상에 더 필요한 것은 복수하는 사람들(Avenger) 보다는 친절한 이웃(Friendly neighbor)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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