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쌩날리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min Jun 10. 2018

<메이커스 엔드 테이커스>
by 라나 포루하

ㅇㅇ

 애플의 혁신이 사라졌다. 한국 매체에서나 볼 듯한 이 말을 <메이커스 앤드 테이커스>에서 보니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심지어는 구체적인 이유도 있었다. 금융, 자본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절세-탈세를 중심으로 하여 자기 주식을 인수하는 형태로 ~ 기존 주주에게 배당을 많이 하는 형태의 '금융회사'로 변경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그렇다면 역시 IPO 방식은 자본주의 메커니즘의 이식으로 실패의 길로 가는 지름길인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어쨌든 기존 100여 년간을 지배해온 메커니즘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프라이빗 컴퍼니로 가야 하는 것일까? 밸브 같은 회사는 어떨까, 또 buffer 같은 회사는? 자본의 지배를 피하기 위해서는 협동조합 형태로 가야 한다라던 3~4년 전의 운동도 생각이 난다. 그런데, 월가 점령 운동은 성공하질 못했고, 협동조합 방식의 한계는 분명해 보였다. 주주자본주의를 이야기하던 경제학자들에게도 묻고 싶다. 어쨌든 소액 주주들의 연합 만으로는 투자은행들의 공세에서 벗어날 수도 없으며, 인적 자원으로도 밀릴 수밖에 없다. 과연, 다수의 단결이 소수의 연맹을 물리칠 수 있을 만한 힘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한편으로 금융의 혜택을 입은 회사가 크리스텐슨 교수의 '혁신기업의 딜레마'에 빠지는 것 같은 분석은 흥미로웠다. 단기 실적의 압박, 기존 고객을 만족시켜야 하는 일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크리스텐슨 교수는 스핀오프 회사를 많이 도입하길 권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그 과정은 쉽지 않다. 때문에 경영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으나, 책 <메이커스 앤드 테이커스>에서 말한 것처럼 단기 실적의 압박과 스톡옵션의 유혹에 빠진 전문 경영인들이 장기적인 안목의 혁신을 위한 정책을 취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스티브 잡스가, 정주영이 이병철이 했던 방식으로 비민주적일 수 있는 방식의 기업 지배가 더 옳은 방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협동조합이나 다른 형태를 취한다고 하여서 다수에게 결정권이 갔을 때 현재의 지배 철학, 이데올로기 - 자본주의 - 를 이겨낼 수 있으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물론, 몇몇 협동조합의 좋은 사례들은 찾아볼 수 있지만, 그것은 수많은 시도들 중에 살아남은 몇 안 되는 귀중한 케이스라고 보는 것이 바른 견해이지 않을까? 


 카리스마적인 리더의 다른 예로는 엔론 머스크, 제프 베조스를 들 수도 있겠다. 중국의 혁신가들의 경우에는 그 상승기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기에 아직은 여기에 포함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고도로 발전한 자본주의 - 심지어는 투자자, 주주의 영향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엔론 머스크는 그 자신만의 쇼로 - 이번에 스페이스 X에 모델 3을 태워 보낸 쇼는 정말이지 극적이었다 - 제프 베조스는 그의 유명한 주주서한과 실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리더십을 보이면서 회사를 어쨌든 앞으로 끌어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애플이나 다른 혁신 기업들에게 국가가 지원해준 많은 것들 - GPS 같은 것들 - 에 대한 분석도 책에서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세금을 내는 것이 의무라는 것을 비용 편인적으로 분석해낸 것이 좋았다. 단순히 도덕적인 설명이 아닌, 지속적인 혁신을 위해 국가를 지탱할 의무가 기업에게 있을 수 있다는 점. 그러나 그것 역시고 결국에는 도덕적인 의무감에 머무는 것이 현재의 현실이라는 점이 참 어렵다. 다양한 국가, 국가 간 무역 장벽의 철폐의 글로벌화 속에서 국가가 해체될 위기 속에서 우리는 기업 중심의 정치공동체의 탄생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중심에는 아마도 메인가를 지배하는 월가의 손이 있는 것은 아닐까.


우울한 상상은 언제나 희망찬 기대로 타파해야 하니까. 어쨌든 우리는 예전과는 다른 방식의 돌파구를 찾아내고 있긴 하다. 그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 초창기의 '비트코인'의 혁신가들은 화폐의 통제권을 쥐고 경제를 좌우지하는 기존의 금융 권력에 대한 목소리가 아닌 실질적인 반격의 시작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대체 방안을 찾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 시작을 해보는 것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금융은 필요하다. 물리 법칙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이상 우리는 가치의 이전의 손쉬운 형태를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또한, 정치체제의 전체적인 이전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에도, 세계 통합 정부가 원활하기 돌아가기 전에는 - 금융은 세계를 돌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역할이 있다. 문제는 과연 책에서 분석한 대로 이 만한 비중을 금융이 - '테이커스' 가 가져가도록 두는 것이 맞느냐는 질문으로 돌아가게 된다. 


 재미없고 - 뻔한 결론일지도 모르지만 책에서 언급한 '윤리헌장' 이 그 해결의 첫걸음이 되리라는 기대는 있다. 직업윤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먼저이다. 금융의 역할은 무엇인가, 법으로 규정하긴 어렵지만 우리가 '금융인'에게 기대하는 것은, 돈의 흐름을 조금 더 원활하게 하여 만드는 사람들이 원활하게 물건을 만들어내는 것 아닌가. 그 기본적인 원칙에서 시작하여 '금융'을 다루는 사람들이 지켜야 할 도덕규범이 자리 잡게 되면 아주 첫걸음을 떼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사람의 욕망과 기회 속에서 갈등하는 개인을 없앨 수 있을 만큼 인류가 변하지 않는 이상, 금융발 위기 - 살상 무기들은 분명히 태어나겠지만 어쨌든 그 경우에 우리가 단순히 당하는 것이 아니라 - 당하더라도, 그들에게 복수할 수 있으려면 말이다. 저스티스 리그는 비현실적이고 어벤저스가 정답인 것 같기도 하다. 금융정의를 지킬 수 없다면, 그것을 부순 이들에게 철저하게 복수해야겠지. 그러니 그 시작은 무엇이 잘못인지 먼저 '정의'하는 것이겠고.



매거진의 이전글 <호밀밭의 파수꾼> by J.D 샐린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