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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May 06. 2018

<라이크 크레이지>
by 드레이크 도레무스

라이크 크레이지 (2011)
감독:  드레이크 도레무스
주연:  안톤 옐친, 펠리시티 존스

* 본 리뷰는 브런치 무비패스로 시사회 참관 후 작성되었습니다.

*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는 다음 영화 <라이크 크레이지> 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미치도록 사랑합니다. 이런 진부한 표현의 제목을 한 영화에서는 생각보다 '미친' 일은 잘 보이지 않는다. '미친 사랑'이라고 보일 만한 일은 거의 없다. '금기'를 어긴 것은 애나가 학생 비자 마감일을 알고도 귀국하지 않은 단 한 번이다. 그것이 모든 사건을 만들어낸다. 


시작점. 애나는 제이콥에게 나 이상한 사람이 아니야 라는 말을 글로 전한다. 이상해 보이고 싶지 않다는 말. 그리고 그들은 사랑에 빠진다. 같은 침대에서 잠들고, 깨어나는 것을 반복해 보여주는 씬은 멋졌다. 그러나 함께하는 시간에 대한 '명확한' 표현은 어디에도 드러나지 않는다. 오직 그들이 '떨어져 있던 시간', '떨어져 있어야 하는 시간' 들이 명확하게 나올 뿐이다. 학생 비자가 끝나서 돌아가야 하는 시간 2개월 반, 이런 식이다. 


그리고 그 시간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금기를 어긴 애나. 제이콥에게 'Patience' 가 적힌 팔찌를 받았지만, 그녀는 참지 않고 남게 되고, 그 이후 런던과 LA의 긴 거리의 연애가 시작된다. 애나는 장기 불법체류로 인하여 미국 입국이 불허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은 쉽지가 않다.


제이콥이 애나에게 선물한 의자. 그 아래에 적힌 'Like crazy'. 어찌 보면 인내와는 전혀 다른 의미의 말이다. 그리고 그 의자가 사라지면서, 또 애나의 손목에 차고 있던 '인내 팔찌'가 부서진다. 런던에서 만난 '사이먼' 은 인내는 보상받는다는 말을 애나에게 건넨다. 그리고 애나는 사이먼을 버리고 제이콥에게 다시 시작하자고 말한다. 긴 시간 끝에 애나의 부모님의 변호사 해리의 힘으로 애나는 LA에 가게 될 수 있었으니까. 


 그때까지 애나와 제이콥은 만나고 헤어지길 반복한다. 애나는 부편집장으로 승진하였으나, 모든 것을 버리고 (Like crazy) LA로 와서 제이콥과 살기로 한다. 그러나 그 시작 이후는 또 어떨지 잘 모르겠다. 영화는 그렇게 끝이 난다.


펠리시티 존스와 얀톤 옐친의 연기. 제니퍼 로렌스와 알렉스 킹스턴의 연기도 멋지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에서는 큰 감흥을 얻기 힘들었다. 시간의 흐름에 대한 연출은 훌륭했지만, 서사에서 얻을 수 있는 어떤 '찡' 한 느낌이 오질 않았다. 무엇보다 'Like Crazy'와 'Patience' 사이에서 갈등하게 만들었고, 그 답을 얻기 어려운 느낌으로 끝나서 어지러웠다.


사랑은 어떤 것인가. 미친 듯이, 아니면 인내하는 그 사이에 어딘가. 오히려 영화 속의 사이먼과 사만다에게 더 시선이 갔다. 사만다는 자신과 교제 중에 자신을 '애나'라고 부르는 제이콥을 여전히 사랑하고, 떠났던 그가 다시 돌아와도 받아준다. 인내에 보다 더 적합한 인물은 그가 아닐까. 그러나 제이콥은 결국은 그를 떠나서 애나에게로 간다. 


위스키보다 샴페인을, 술을 줄이라고 권하는 사이먼. 아침 일찍 조깅을 함께하고 건강식을 나누는 그 역시 안정적인 어떤 것을 상징하는 것 같다. 안정적인 것이라고 하면 또, '비자'와 같은 것이 어디 있을까. 이미 불법 체류를 한 경험이 있는 사람, 그를 받아주는 출입국관리소가 또 어디 있을까. 시스템을 어긴 사람은 안정성을 위협한다. 그래서 오래된 관계는 결코 '미친 듯이' 이뤄지진 않는다고 보인다.  


하지만, 위스키 한잔을 못 하는 삶, 베이컨 없는 삶을 생각하면 또 어떨까. 선을 넘는 것은 판도라 이후 인류에게 내려진 축복이 아닐까. 한 발자국 더, 그 너머의 무언가를 상상하고 실현하는 것. 내 마음의 불길로 가로막는 것들을 불태우는 것. 그것이 또 사랑의 모습이라고 하는 것을 거부하기는 어렵다. 복잡한 생각이 든다. 


2011년에 만들어진 영화. 더는 볼 수 없는 '얀톤 옐친'의 모습과, <로그 원>과는 다른 '펠리시티 존스'. 그들과 다른 배우들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영화. 그리고 그 안의 감정과 이야기들을 완전히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어쩌면 삶에도 선을 넘는 것에 정답은 없기에, 영화는 그것을 투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족. 라프로익을 마시다가 글렌피딕을 마시면 심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어쨌든 위스키는 마시고 싶다. 






영화 예고편

https://www.youtube.com/watch?v=XkAodT8Uy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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