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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Dec 11. 2018

혁신과 임금의
상관관계에 관한 소고

2014년에 쓴 혁신과 임금의 상관관계에 대한 고찰을 고쳐 쓰다.




 이 이야기는 리멤버라는 명함 관리 서비스의 대다수가 인력에 의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나누며 시작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실제로 '사람' 만큼의 판단을 할 수 있는, 정확도 높은 자동화된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보다 인력을 쓰는 것이 싸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비록 기계와 다르게 실수라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나, 그 조차도 완전히 동작하는 -명함 인식, 분류 - 시스템을 만들면서 생길 시행착오에 비하면 값이 싸게 칠 것이라는 게 나의 판단이다.


거슬러 올라가, 작년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며 접한 '용어'가 떠올랐다. '손빨래'. 이 표현은 국내 포털 사이트 등에서 인기 뉴스나 동영상 등을 메인에 올리기 위해 하는 수작업을 뜻한다고 들었다. 이렇듯 자동화에 더하여 사람의 노동력이 더해져 서비스는 완성된다. 온라인 게임도 인공지능에 기반하여 사람과 상호작용을 거듭하지만, 실제로 서비스되기 위해서는 GM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게시판 관리에 있어 위험 단어를 아무리 등록하여도 이용자는 우회법을 발견하거나, 대체어를 통하여 그 의미를 전달하기에, 운영자는 필요하다.


물론, 인간의 관여를 최소화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불가능한 건 없습니다. 시간과 돈의 문제고, ROI의 문제이죠." 결국 정말 필요하다면 우리는 기술과 서비스를 만들어야만 하기에, 대체로 불가능한 것은 없다. 하지만 그 기술적인 해결에 대한 대안으로 인력을 쓰는 방법이 때론 더 싸고, 심지어는 편하다.


쉽고 심지어 더 편할 수 있는 이 '손빨래'가 혹시나 혁신의 걸림돌은 아닌가? 가 이 글을 쓰게 된 의문점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 '손빨래'가 가능한 이유는 결국 값싼 임금과 유연해진 노동시장 덕분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손빨래'라는 개념과 대조적으로, 우리는 영화를 통해 기계가 사람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를 만나게 된다. 그런 기술을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은 분명 존재한다. 구글이 서치 봇에 세르게이 브린과 레리 페이지(구글의 창업주)의 이름을 터미네이터의 제거 대상에서 제외하라는 문구를 탑재한 것은 재미있는 이스터 에그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무인 자동차를 만들고 있는, 그리고 세상을 모두 웹(web)으로 옮기고자 하는 야망을 지닌 기업이기에 이는 각종 뉴스를 통해서 비꼬듯이 그려졌다. 


그렇다. 누군가는 어떤 방식을 써서라도 '손빨래'를 벗어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앞서 말한 '손빨래'를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들. 이는 결국 인력 부족이나 인건비의 압박을 피하고자 자동화를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개발 인력을 동원할 수 있는 리소스 캐파(capacity)도 중요하겠다. 장기적으로 더 ROI가 나오는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총알(현금 동원능력, 자금력)도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결국 노동의 가치와 연관되어 있다.


물론 현재 기술은 현실적인 제약조건으로 값비싼 노동력을 먼저 대체하는 것이 아닌 가장 값싼 노동력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이 충분하다면 누구든 대체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혁신의 이면이다. 러다이트, 아니 그 이전부터 기술적 혁신의 많은 부분은 노동력을 대체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져 왔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것은 인류의 일자리를 뺏어왔다. 적어도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재화를 생산하는 기술에 있어서는 거의 이 원칙이 적용된다고 본다.


때문에 노동의 대가의 수준은, 기업이 혁신을 할 필요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제품 자체의 혁신이 아닌 동등한 수준의 제품이 경쟁하는 구조에서 끊임없이 제품과 서비스를 혁신하지 않는 한, 인건비가 기업 운영에 있어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심지어 혁신 자체가 인건비의 영향을 받는다.  B2C, B2B 할 것 없이 '놀이' 서비스를 제외하고는 인간의 편의를 늘리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결국 인건비 절감을 의미한다.


요약하자면 기술, 서비스 등의 혁신의 대다수는 결국 자사, 혹은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수요자의 인건비의 부담, 노동량을 낮추는데 그 의의가 있다. 전 세계와 경쟁해야 하는 시대에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금의 한국 기업은 이를 다른 방향으로 틀어서 해결하게 하였다. 세 사람이 할 일을 한 사람이 하게 하는 것. 그것으로 인건비의 압박을 벗어나면서, 혁신 대신 인건비 절감으로 세계화의 풍랑을 헤쳐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 기반에 한국의 특수한 상황이 엮여 있다. 평생직장 개념에서 IMF후, 인력은 값이 싸지고, 한없이 낮은 을이 되었다. 반대로 대학 진학률은 늘어나고 인터넷의 보급으로 지식의 전파속도가 늘어나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 노동자들도 넘쳐나게 된다. 


(주. 이미 로봇의 도입으로 육체노동에 있어서 인간은 그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테슬라 모터스가 이룩한 혁신은, 이를 증명한다. 때문에 이 시점부터는 이를 제외하고 서술한다. 아울러, 지식 노동은 사무 노동 전반을 의미함을 밝힌다.)


굳이 개발 리소스를, 혹은 외주를 통하여 '자동화'에 도전하는 것보다는 이 인력들을 쓰는 것이 훨씬 편하다. 대단히 장기적으로 보면 아니지만, 주주 자본주의 하에서 주가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당장의 재무제표상에 찍히는 숫자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 그리고 인력이 싸고 널리 퍼진 이 나라에서는 지식 노동의 '자동화'라는 목표는 머나먼 것이 되어 버렸다.


(주. 물론 전술한 리멤버 서비스의 이야기는 이와 별개라고 본다. wizard of oz, mvp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스타트업으로서 지향해야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구차하지만 여기서는 우리가 익히 들어 아는 기업 혹은 그에 준하는 규모의 기업을 뜻함을 밝힌다)


그리고 그런 회사의 원칙에서 소위 '쳇바퀴'굴려지는 개인도 이러한 원칙을 따르게 된다. 장기적인 혁신이 아닌 단기적인 성과 위주, 인력이 싼 환경에서 개인은 비정기적인 업무를 할 때, 프로세스를 개선하기보다 야근을 통하여 수작업하게 된다. 적은 인력으로 많은 일을 해결해야 하는 구조에서 프로세스 개선을 위하여 무언가 시도하는 것은 오히혀 개인에게 독이 될 가능성이 있다. 


주어진 일을 달성하는 것이 KPI이고, 그것을 어떻게 더 잘하는가에 대해서만 고민하면 된다. 성과 100을 달성하는 더 쉬운 방법을 발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증명하기도 쉽지 않다. 내부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이기에. 또한 기본적으로 수직적인 조직 체계에서는 이 일은 언젠가 내가 넘겨줄 일이 되기에, 그냥저냥 막아내기만 하면 되는 일이 되는 것이다.


결국 이렇게 노동의 가치가 낮을수록, 혁신은 일어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전술한 리멤버의 경우에도 장기적으로는 자동화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미뤄 짐작한다. 현재 이미지 인식 기술의 가격과 기능적 한계에 있어 인력을 활용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방식이라고 본다. 다만, 장기적으로 이러한 구조를 가져가는 것은 '스타트업'이 지향해야 하는 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노동의 가치를 일시적으로 올린다고 이게 해결된 문제일지는 잘 모르겠다. 다수의 경제학자나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더 많은 인력 고용을 회피하고, 자영업자들의 몰락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대다수의 기업의 입장에서는 사활의 경계에서 밀려 떨어지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거시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개인은, 적어도 내가 할 방향은 분명해졌다. 엑셀로 자료를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이것을 네이버 검색, 책 찾기, 시도(TRIAL & ERROR)를 통해 함수로 구현하는 것과, 손으로 만드는 경우를 가정하자. 둘 모두 노동의 강도와 시간은 유사하다고 하면, 후자가 어쩌면 편하고 - 더 빠를 수도 있다, 가끔은.  전자에는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자를 택하고, 더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GTD시스템을 적용하여할 일 관리를 만들거나, 이메일 규칙을 설정하는 것과 같은 스스로의 프로세스에 대한 혁신을 지속하는 것이다. (LIFEHACK이라고 이를 칭하는 그룹도 있다)


여기서 적어도 개별 기업의 입장에서 전술한 딜레마를 타개할 방법이 어렴풋이 그려진다. '권한 위임(DELEGATING)'과 권한/책임의 분명화(R&R), 그리고 한 개인이 '장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본인의 것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마지막 것은 뛰어난 직원일수록 지켜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오롯이 홀로 무언가를 담당할 때, 혁신의 가치는 높아질 수 있다. 이를 통해 사무 자동화가 아닌(OA) 작업 자동화(TA: TASK AUTOMATION) 수준에 근접하게 될 때, 자동적으로 회사의 능률은 올라갈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는 결국 회사가 직원을 믿고, 스스로 계발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며, 시도할 수 있는 권리를 줄 때 달성 가능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것은 조직 운영의 기본에 가까운 말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를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제도와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지난할 일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자동화(TA)는 수많은 시행착오, '손빨래'의 비효율성을 체감하고 나서야 달성되는 게 아닐까 - 그것도 분명 누군가 고위 경영진이기보다는 실제로 그 '손빨래'를 해야만 하는 사람. 이들이 회사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초고. 2014.07.28

탈고. 2018.12.11



사족

1. 작은 회사라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멋있는 글이 될 가능성이나마 있었겠지만 한낱 사원이 쓰기에는 '징징징' 글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마지막 문단을 쓰며 알게 되었다. 


2. HBR 아티클 중애 현장에 답이 있다는 글이 있다. 있겠지, 그토록 하다 보면 뭔가 보이는 게 맞다고 본다. 무언가 나아질 수 있다. 다만, 그러기 위해 최고 경영진이 현장에 다가가는 게 답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3. 여러분이 보는 수많은 웹사이트 - 특히 한국의 - 는 모두 기계가 아닐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다 허튼짓에 허튼짓을 거듭하며 채워나가고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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