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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Aug 11. 2019

<아무도 모른다>
by 고레에다 히로카즈

1988년, 일본에서의 사건. 아이들이 방치되었고, 나름대로 살아가던 남매들에 관한 실화를 바탕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이하 감독)는 영화를 만들었다. 십수 년이 지난 후에. 


 실화만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을 것이다. 다큐멘터리로 커리어를 시작한 감독은, 이 내용을 사회고발적인 내용으로 담을 생각도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책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들>에서 감독은 그런 의도가 없었고, 오히려 그렇지 않기 위해 각본을 쓰기 시작했다는 투로 이야기를 한다. 그는 시스템의 부재, 고립된 환경 등에서 벌어지는 사회 문제보다는 소년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때문에, 실제로는 동생들을 챙기기보다는 친구들과 놀기에 바빴다고 기록되어 있는 장남의 이야기를 많이 각색하여 연출하였다. 그 연출에 발맞춘 배우 아기라 유야(아키라 역)는 칸 남우주연상을 받게 되기도 하였다. 


 실화에서 약간의 각색을 거쳤으나, 영화는 대중 영화의 작법을 따르지 않는다. 많은 리뷰에서 언급하듯, 다큐멘터리와 같은 느낌으로 피사체를 쫒는 카메라. 상업 영화의 기승전결을 따르지 않으며, 시선은 날카롭지도, 따뜻하지도 않다. 그리고 이런 연출은 신파를 극대화하거나, 잔잔한 감동을 만들어내기 위한 치밀한 내러티브 대신 묵직한 이야기를 던진다. 그 이야기는 '아무도 모른다'라는 것. 감독은 아이들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말했으나, 오히려 내겐 더 무거운 사회에 대한 고발처럼 느껴졌다. '아무도 모른다'라는 고발. 


 영화의 제목은 '아무도' 모른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말로 아무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 남매들은 알고 있고, 아이들을 방치한 엄마도 알고 있다. 아키라가 도움을 청한 엄마의 옛 애인들도 알고 있고. 그리고 사키도 있다. 정말로 아무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알아야 할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실화로 놓고 보면, 일본 사회가 몰랐다는 말을 할 수 있겠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오기도 전의 이야기이다. 잃어버린 20년 동안이라고 하여도 일본 사회가 15세 미만의 아이들을 챙기지 못한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더 무서운 것은, 다른 나라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도 그렇고, 미국도 그럴 것이라고 예상한다. 시스템의 밖은 항상 존재한다. 시스템은, 자기 밖의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꽤 괜찮은 복지 제도가 있었도, 감추는 사람들을 모두 끌어안지는 못한다. 


 근대 이후의 국가는 시스템의 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하며 성장했다. 그 흔적은 관료제의 비대화와 매뉴얼화에 따른 비효율적인 조직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개인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조직에게 위탁관리를 요청하였고, 조직은 그 효율화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시스템이 성장하는 것보다 사회는 더 빠르게 변하고, 성장하였다. 최신 업데이트를 아무리 빨리 해도 사회는 이를 무시하는 듯 새로운 문제를 토해낸다. 자기 밖의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시스템은 당연히 그런 문제들을 인식하지도, 해결할 수도 없다. 


 슬픈 부분은, 많은 문제들의 경우 '인식' 되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시적인 문제들의 경우에는 - 현시대의 기술과 자원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것들이 있다. 혹은, 세계 전체의 합의에 도달해야 할 만큼 복잡한 문제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어떤 문제는 - 시스템이 알아차리기만 해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아무도 모른다> 속 이야기와 그 실화가 그런 종류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현대 사회를 지탱하는 시스템 - 국가와 그 아래 귀속된 모든 체계가 모르는 것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 된다. 어떤 일들은 시스템에게 개인이 책임을 전가하였고, 그것이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데 - 시스템이 모르면 아무것도 변화하는 것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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